분가 하자 라는 숙제를 남편에게 내 준 뒤
집안은 살얼음판이었습니다
모임도 많으시고 친구도 많아서 거의 매일 외출이셨던
어머님도 거의 집에서만 두문불출이시고
남편은 매일 죽상을 하고 입 꾹 닫고 있고
같은 밥상에서 밥도 먹지 않습니다
나는 혼자서만 아무렇지도 않은듯
태연히 출근하면서 아이 놀이방에 맡기고
퇴근 하면서 아이 데리고 와서 집안일 하고 아이와 둘이서 밥먹고 놀아주고
사실 남편과 어머님의 속뒤집어지는 꼴만 안보일뿐
일 터지기 전과 뭐 다른 일상은 없습니다
며칠을 그리 살고 나니 수요일 저녁 남편이 입을 엽니다
그런데 기가 막히는 말만 쏟아 내더군요
왜 어머니와 자기 사이를 질투 하는냐 왜 떼어 놓으려고 하는냐
하는 원망 섞인 말들.....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느것 같아 아찔 했습니다
내말을 객관적 입장에서 들어봐라
다른 사람 이야기다 생각하고 들어봐라 하고는
내가 시집와 겪은 이야기들을 조곤조곤 시작했습니다
신혼 여행지에서 엄마를 부르며 울던 남편을 보고 기가 막히던 아내
엄마 무릎을 베고 누워 애기짓하는 남편을 보고 말문이 막히는 아내
둘이 소곤소곤 대다 며느리가 오면 딱 그치고 둘이서 킥킥댈 때의 아내의 심정
남편 목욕할때 꼭 속옷 당신이 챙겨야 한다며 속옷 들고 욕실로
당당히 들어가는 모습을 보며 가슴치는 아내의 맘
남편의 손발톱은 물론 귀밥 파주는걸
결혼 5년 동안 한번도 못해 본 아내
그리고 제일 속상하고 증오와 비슷한 심정을 아내의 가슴에 심어준 남편의 행동은 바로
아이를 사랑하지 않는 것 아니 사랑하지 않는 것 처럼 보이는 것
어머니 앞에서는 아이 한번 안아 주지 않고 그것이 일상이 되다 보니
언제나 어머니가 옆에 계시건 안계시건 아이를 밀어내는 남편을 보는 아내
... ...
더 이상 말 하지 말라며 남편이 중간 중간 말을 끈어 내는걸
힘들게 말을 이어 갔습니다 소리 높이지 않고 담담한듯 조용조용
이것이 내가 겪고 내가 느낀 것들이다
내가 보기엔 당신은 어머니를 많이 생각하는 효자가 아니라
무슨 집착증 같다 솔직히 그렇다 어머니와 당신을 보면 정상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난 당신이나 어머니나 서로에게서 정신적 독립을 해야 한다고 본다
한 가정을 이루고 당신 또한 자식까지 두지 않았느냐 헌데
어머니를 위해 자식을 밀어내다니 그것이 말이 되는냐
고개를 떨구고 있던 남편 내 말을 끝까지 듣더니
분가 안하고 노력해 보면 되지 않는냐 합니다
물론 그렇게 할 수만 있으면 좋지요 하지만 가능할까요
나이 드신 어머니의 생각을 어찌 바꿀 것이며
그리도 어머니와 밀착 되어 있던 남편은 어떤 노력을 얼마나 할 것인지
난 불가능 하다 생각되어 분가라는 극약 처방을 했던것인데
노력하겠다는 남편을 믿고 지켜보며 남편을 도와야 하는지
혼란스럽고 불안합니다
어머니와 이야기를 나누어 보려 기회를 엿보았지만
틈을 안주시고 이야기 좀 하자 하면 찬바람 날리며 돌아서십니다
그러기를 서너번
어제 저녁 밥상을 치우고는 부침개을 몇장 만들고 소주 한병을 따고
어머니 방으로 들고 들어갔습니다
난 술상을 엎으시면 어쩌나 조마조마 했지만 어쩐 일이신지
그래 한잔 하자 하시더군요
아무 말도 없이 술 두어잔 서로 마셨습니다 서로의 잔을 채워 주면서 말입니다
말이 없어도 이때 만큼은 어머니와 제가 서로 통하는거 같았습니다
어머니께서 말문을 여시더군요
**애미(시누이)가 많이 이야기 하더구나
니 입장이 이러 했을 거라고 난 이해가 안갔다
효도 하려는 아들을 니가 못하게 하는 것 같다
근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예전 내 친정 어머니와 내가 똑 같더라
너두 알지? 몇년전에 돌아가신 **애비(남편) 외할머니
전 깜짝 놀랐습니다 여직 껏
시어머니가 **애비 라고 부르시는걸 한번도 본적이 없었거든요
항상 **아 라고 남편 이름을 불렀었는데
어머니가 말씀을 이어가십니다
외할머니가 그러셨잖니 외삼촌한테 그래서 우리 올케가 그리도 못살겠다 한것을
왜 저러나 하고 올케만 욕햇었는데 .....
에미야 상 내가라 술 몇잔 했더니 어지럽고 졸립다
네 어머니 그럼 주무세요 라고 대답하고는 목이 메였습니다
어머니께 드리고 싶던 말을 한마디도 못했지만
속에 있는 말 다 쏟아낸것 처럼 시원하고 가슴이 싸 합니다
술상을 들고 나왔는데 건너방에서 아이와 남편의 웃음소리가 들립니다
처음 입니다 저런 웃음 아이도 남편도
노력하겠다는 남편을 믿을 수 있을거 같습니다
그리도 미워했던 어머니도 이제는 좋아 할 수도 있을거 같습니다
분가 안하고 좀더 노력해 보며 지켜 볼랍니다
아참 그리고 어머니께서 남편 통장 제 통장 임대료 받는 통장 까지 주셧습니다
물론 던져주셨죠 그때 쌈 났을때 ㅎㅎ
그리 돈 갖고 싶으면 가져라 하고 소리치시며 얼굴로 던지셨지만
그거 받아 들고 방을 나올땐 증오가 부글부글 끓었지만
그래도 받아들고 나오길 잘했습니다
그리고 그거 다시 달라 말씀도 안하시네요
항상 거실장 눈에 보이는 곳에 가계부를 둘 예정입니다
어떻게 살림 하는지 어머니 눈에 보이게 말입니다
그리고 남편 신용카드 명세서도 내 메일로 받아 볼수 있게 바꿨습니다
그리고 어머니 용돈을 어떻게 드릴까 고민 했었는데
알고 봤더니 우리 어머니 연금도 받고 계시더군요
돌아가신 아버님 유족 연금 그거 가지고도 용돈 하고도 남으시답니다
복도 많죠 우리 어머니
암튼 그렇게 그렇게 어찌 어찌 분가는 못하게 됐어도
뭔가 잘 해 볼수 있을 거 같습니다
지금 전 가슴이 벅찹니다
물론 실망하고 다시 예전처럼 돌아가는거 아닌가 하는 가슴 철렁한 일도 있겠지요
하지만 분명한건 서로가 미워만 하진 않았단 것입니다
어머니는 어머니대로 손주와 며느리를
남편은 남편대로 아이와 아내를 사랑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며느리로서 아내로서 저도 시어머니와 남편을 미워만 하진 않았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