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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남편의 이야기


BY 도연이 아빠 2005-07-15


아내가 어이없이 우리의 자리를 떠난지 4년,

지금도 아내의 빈자리는 너무나 크기만 합니다.

스스로 밥 한끼 끓여먹지 못하는 어린아이와 남편을

두고 떠난 심정이야 오죽 하겠읍니까만,

난, 나대로 어린 아이에게 엄마의 몫까지 못해주는게

너무나 가슴이 아프기만 합니다.



언젠가 출장으로 인해 아이에게 아침도 제대로 챙겨주지 못하고

출근 준비만 부랴부랴 하다가 새벽부터 집을 나섰던 적이 있었지요.

전날 지어먹은 밥이 밥솥에 조금

남아 있었기에 계란찜을 얼른 데워놓고,

아직 잠이 덜깬 아이에게 대충 일러주고 출장지로 내려 갔었읍니다.

물론 일이 제대로 잡히지 않아서 그져, 걱정만되어

몇번이나 전화를 했읍니다.



출장갔던 일은 정신없이 마치고 집에 도착하니 8시

집으로 돌아온 나는 아이와 인사를 몇마디 하고,

너무 피곤한탓에 아이의 저녁 걱정은 뒤로 한체,

침대에 양복을 던져 놓고 그대로 누웠는데,

그순간 푹! 하는소리에 놀라 침대에서 일어나보니

펄펄 끓던 컵 라면이 이불속에 나무 젓가락과

함께 있었던 것이었읍니다.



너무나 화가나서 아이방에 가서 동화책을 읽고있던 아이를 불러내어 옆에

있던 옷걸이로 아이의 장단지를 마구 때렸읍니다.

왜! 아빠를 속상하게 해!

이불은 누가 빨라고 장난을 왜 치고 그래

다른때 같으면 그런말을 하지 않았을텐데,

너무나 피곤하고 긴장했던 탓에 때리는것을 멈추지않고 있을때,

아이의 울음섞인 몇마디가 나를 멈추게 했읍니다.



아들 녀석의 얘기는 아침에 남아있던 밥은 다먹고,점심은 유치원 에서

먹고, 다시 저녁때가 되어고 아빠가 일찍 돌아오지않아, 마침 씽크대 서랍에

있던, 컵 라면을 찾아냈다는 것이었읍니다.

그래서 가스렌지의 불을 함부로

켜지 말라는 아빠의 말이 생각이나서 보일러의 온도를 목욕으로 누른후

데워진 물에 끓는물을 부어 하나는 자기가 먹고 또하나는 아빠에게 주려고

라면이 식을까봐...

이불속에 넣었다는 것이었읍니다.



그럼, 왜그런 얘기를 진작하지않았냐고 물었더니,

제딴에 출장을 다녀온 아빠가 너무 반가워서 깜빡

잊어버렸다는 것이었읍니다...



제눈에 눈물이 고이기 시작했읍니다.

아이에게 눈물을 보이기 싫어서 화장실에

뛰어들어가 수돗물을 틀어놓고 엉엉 울었읍니다.



그러기를 한참후에 아이의 방에서 다리에 약을 발라주고 잠을 재웠읍니다.

더러워진 침대보와 이불을 치우고 아이의 방을 열어보니 얼마나 아팟던지

자지도않고 이불속에서 흐느켜 울고 있었읍니다.



정말이지 아내가 떠나고난 자리는 너무나 크기만해서 앞으론 어떻게 살아야

할지.....



아내가 우리곁을 떠난지 이제 5년. 이제는 아내의 빈자리가

느껴지지 않을만한데

아직도 아내의 자리는 너무나 크기만 합니다.



일년전에 아이와 그일이 있고난후에,

난 나대로 아이에게 엄마의 몫까지 하려고 많은 노력을 했읍니다.

아이도 나의 걱정과는 달리 티없고 맑게 커가는 것 같아서

아이에게 정말로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읍니다.



아이의 나이 이제 7살,

얼마후면 유치원을 졸업하고 학교에 들어가게 됩니다.

그동안 아이에게 또 한차례 매를 들었읍니다.

유치원에서 전화가 왔는데,

그날 아이가 유치원에 오지 않았다는것 이었읍니다.



너무나 떨린 마음에 회사를 조퇴하고 바로 집에와서 아이를 찾아 보았지만,

어디에도 보이질 않았읍니다.



온동네를 아이의 이름을 부르며 찾길 한참, 그러다 놀이터에서 놀고있는

아이를 찾아 냈읍니다.

그런데, 아이는 놀이터에서 신나게 놀고 있었읍니다.

너무나도 화가 치밀어 아이를 집으로 데려온후 매를 들었읍니다.

그런데 아이는 한마디의 변명도 하지않고 빌더군요...

나중에 알았는데, 그날은 부모님을 모셔놓고 재롱잔치를

한 날이라고 합니다...



그일이있고 몇일후 아이는 글을 배웠다며 너무나

좋아하며 집으로 들어왔읍니다.

그리고 그날부터 아이는 제방에서 나오지않고 글을 쓰는것 이었읍니다.

아이가 얼마나 귀엽고 기특한지...

비록, 아내는 없지만 하늘에서 아이의

모습을 보고 미소를 짓고있을 아내 생각을하니 주르르 흐르는 눈물을

참을수 없었읍니다.



그렇게 일년정도의 시간이 흐르고...겨울이되어 거리에는 크리스마스

케롤이 흘러 나올때쯤 또한번 아이가 일을 저질렇읍니다.

그날 퇴근준비를하고 있는데 누군가가 나를 찾는다고 전화를 했읍니다.



그 전화는 우리동네 우체국 출장소였는데,

아이가 우체통에 주소도 쓰지않고

우표도 부치지않고 300여장의 편지를 우체통에 넣어 그렇지 않아도

바쁜년말에

업무에 막대한 지장을 끼친다는 내용 이었읍니다.



서둘러 집으로 간 나는,아이가 또 일을 저질렇다는 생각에 아이를 불러놓고

다시는 들지 않으려던 매을 또 다시 들었읍니다.

하지만, 이번엔 아이는

잘못했다는 소리뿐 이었읍니다...



아이가 그렇게 맞았는데도 변명을 하지않자 때리던 매를 놔두고

난 우체국으로 가서 편지를 받아 왔읍니다.

편지를 가지고와서 아이에게 왜 이런짓을 했냐고

물어봤읍니다.



그러자 아이가 울먹이는 소리로 대답을 했읍니다.

엄마에게 편지를 보낸거라고...

순간 난 눈시울이 빨게지는 것을 느꼈읍니다.

하지만, 아이가 앞에 있는터라 태연한척 아이에게

다시 물어 보았읍니다.



그럼, 도대체 왜 이리많은 편지를 보냈냐고...

그러자, 아이는 그동안 계속 편지를 써왔는데, 우체통의 턱 높이가 높아서

자기의 키가 작아서 넣지 못하다가 요즘들어 다시 재보니 우체통 입구에

손이 닿길래 여지컷 써 왔던 편지를 한꺼번에 넣었다고 하더군요.




전 아이에게 무슨말을 해야 할지...

그리고 어떻게 말을 해주어야 할지 막막 했읍니다...

그리고 한참후에 아이에게 이렇게 말을 해주었읍니다.

엄마는 하늘에 계시니깐,다음부턴 편지를 써서 태워서

하늘로 올라 보내라고......




그리고 그편지들을 모두 가지고 밖으로 나갔읍니다.

주머니속에서 라이터를 꺼내서 편지를 태우기 시작했읍니다.

그러다,문득 아이가 엄마에게 무슨얘기를 하고싶어 했을까 궁금해 졌읍니다.

그래서 태우던 편지중에 하나를 뜯어 잃어 보았읍니다.



보고 싶은 엄마에게...


엄마, 우리지난주에 유치원에서 재롱잔치 했어...

근데, 난 엄마가 없어서 가지 않았어...

아빠가 엄마생각 할까봐 아빠한테 얘기 않했어.

아빠가 나찾으려고 막 돌아다녔는데, 난 일부러 아빠가 보는 앞에서

재미있게 놀았어...

그래서 아빠가 날 막때렸는데, 난 얘기 안했어.

나, 매일 아빠가 엄마가 생각나서 우는거 본다.

근데, 나 엄마 생각 이제 안나... 아니...엄마 얼굴이 생각이 않나...

엄마 나 꿈에 한번만 엄마 얼굴 보여줘... 알았지?...

보고싶은 사람 사진을 가슴에 품고자면 그사람이 꿈에 나타난다고 하던데,

엄마도 그렇게 해줄거지?



..... 그편지를 읽고 또 다시 고개를 떨구었읍니다.

도대체 이 아내의 빈자리는 언제나 채워 질까요?

아니, 영원히 채워지지 않는 이 자리를 눈물로만 채워야 하는 걸까요?

정말이지 아내가 떠나간 이 빈자리는 너무나 크기만해서

시간이 지나도 채워지지 않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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