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난 주던가? 모처럼 언니네 친구를 불러서 가까운 계곡에가서 놀았드래요.
에효 아침부터 준비늦게한다고 신랑 계속 열내고 성질내고 저녁엔 자기가 당직인줄도
모르고 하루종일 술마시고 자다가 당직실 호출받고 술도 덜 깨서 온갖 성질을 나한테
다 부리면서 음주운전으로 집으로 왔답니다. 내리다가 차키랑 집키를 차안에 두고
문 잠그고 내려서 그거 연다고 성질내며 공포분위기 조성하더니 하다 하다 안돼서
사람불러 열고 그 많은 짐 혼자 다 날르느라 난 녹초가 됐고 신랑은 씻고 성질내고
옷 갈아입고 저녁내내 할소리 못할소리 지껄이더니 가두만요....
아침엔 나가서 고기랑 술만 사면 되는데 마트가 멀어서 올때까지 기다린건데 성질내서
퍼붓더니 무슨 머피의 법칙인가 당직걸리고 열쇠두고 내리고 문열다가 손 다치고
계장이 월요일까지 일 끝내놓으라고 전화해서 뭐라 뭐라 하고.........
심장이 벌렁거리고 하루종일 조마조마 한것이 혹시라도 손찌검이라도 할까 눈치보고
얼어있다가 신랑 당직서러 나가니 몸에 긴장이 풀려 턱 주저앉았는디 신랑이 나가면서
뭐가 맘에 안들었는지 살림살이 다 파헤쳐놓디만 너 내일 와봐서 제대로 안되있으면
죽을줄 알아!! 이러두만요. 아따 평소에 자상하던 인간이 뭐 한가지로 화가나면
이리 무섭게 변하니 심장이 두근두근 하니 살수가 있나? 평소에 뭔 말만 해도
깜짝 깜짝 놀라게 되고 아따 인간아 성질좀 내지마라
요새야 손찌검은 안하지만 과거에 몇번 대차게 맞았던 기억은 머리속에 콱 박혔는지
아님 몸에 저장이 되버렷느지 신랑이 성질내면 몸부터 오그라들고 얼어버린다.
심장이 벌벌 떨려 꼼짝도 못하고 신랑이 화내면서 얘기하면 입이 붙어버려 말을 못한다.
아무튼 신랑이 나가고 나서 나갔다 온 짐이며 신랑이 마구 파헤쳐논 살림살이 정리하는데
머리속이 멍한것이 눈물같은것은 안나는디 슬프기도 하고 촥 가라앉아서 집안 치우면서
내 주특기 혼자 음주하기를 하는데 냉장고에 있던 싸구리 양주 한병 따서 요기 치우며 한잔
조기 치우며 한잔 부엌치우다 한잔 걸레빨다 한잔 ... 안주도 없이 씽크대 위에올려놓고
왔다갔다 인상 잔뜩 찡그리며 쓴 술잔을 입에 탁 털어놓고 하다보니 어라? 한병이 다 비네
세탁기에서 물놀이 갔다온 빨래 꺼내서 널면서 맥주 한캔을 홀짝 거렷는데
에구 이런 섞어마셔서 그런가? 갑자기 취기가 올라오면서 정신을 못 차리겠대요
기냥 빨래널다가 픽 쓰러져 잤는디.. 담날 띵동띵동 거리는 소리에 깨지는 머리
붙잡고 문열었디만 신랑이네 어라 나는 죽었다 속이 울렁이고 아프고 머리는 깨지고
겁나서 가슴은 벌렁대고 아이고 나 죽었네 소파위에 눅눅한 빨래들과 밥도 안하고
국도 안끓이고, 반찬도 별거 없는데 클났다. 어떻게 해 어떻게 하는데
자다가 울었는지 퉁퉁 부운 눈이랑 식탁위에 빈 양주병 보디만 암말 않고 부엌에 들어
가디만 밥솥 열어보더니 쌀씻고, 냉장고 뒤져서 김치랑 참치 찾아서 찌게를 끓이네
허 참 결혼 10년만에 부엌에서 그릇 씻고 밥하는 모습 첨 보네.. 허허 참
어안이 벙벙 하네.... 야 밥솥 이거 뭐 눌르냐 하디만 내가 갈키주고 화장실가서
웩웩대다가 산발한 머리 대충 묶고 부엌으로 가니 드가라 더 자라 하네
허허 참 해가 서쪽에서 뜰 일이구만..... 몇번 화장실에서 웩웩 대고 속이 울렁대고
머리가 깨져서 끙끙대며 이리뒹굴 저리 뒹굴 하는데 이 인간 또 나가네
잠시후에 들어오디만 자 하고 뭘 내미는데 흠 술깨는 약이네....
이 인간이 지난밤에 당직서면서 좀 반성 했나보지 지도 있는성질 없는성질
나한테 다 퍼붓고 미안했던 모양이군. 양주를 한병 다 비운걸 보더니 좀 놀랬나
보다. 흠.... 애들 깨워서 밥을 먹더니 그릇물에 담그고 씻고 자러가네
그러더니 야 니도 자라 ㅡ.ㅡ...... 아무튼 옆에와 눕더니만 손을 꼭 잡더니 살살 문지
르며 미안하다 속 많이 상했나 일루 와봐라 하는디 늘 이런식이다
실컷 성질내고 난 혼자 속상해하고 그럼 와서 헤헤헤 웃으며 넘어간다.
화가나면 자기할말 다 하고 소리질르고 실컷 퍼붓고 나는 가만 듣기만 하고
실컷 퍼붓고 풀리면 나한테 와서 헤헤헤 거리고 가만있으면 간질러서 웃겨서
넘어간다. 얼굴은 웃어도 맘은 너무 아프고 속상하다. 아무리 만만한게
마누라라 지만 이따금씩 화풀이대상 샌드백이 되는건 정말 싫다.
평소에 잘할때도 아유 언제또 변할까 싶어 불안한 마음이 들때도 있따.
무슨 두얼굴의 사나이 헐크인감? 그전에 무슨 얘기하다가
음 큰집에는 없을거야 작은집에도 없을거고 그집에 있나? 해띠만 갑자기 눈에 불을
켜디만 그집? 그집이 어디야?
그러길래 어? 왜그래 큰집 말한건데 ....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눈에 불이 번쩍 쩍 소리가
나더니 뺨이 화끈 화끈 여러번 물으면서 대답할때마다 뺨을 한대씩 때리더만
큰집을 그집이라고했다고 손이 날라오고 밑에 집 놀러갔다가 늦게 들오왔다고 퍽퍽 때렸는
대 갈비뼈에 금이 갔었다.
그거야 오래전 일이고 지금은 안그러지만 그렇게 몇번을 야무지게 맞아본 결과
이 인간이 화내면 쫄아든다. 거의 대부분 자상하고 따듯한 남편이고 아빠지만
무슨 이유로든지 화가 나면 무섭게 돌변한다.
아 심장 떨려라 이러다 제명에 못 살지. 눈빛이 번쩍 하면서 눈꼬리가
올라가는 것을 보면 정말 무섭다. 나이들면 성질부리고 하는것 좀 덜하려나
전생에 난 소였고 이 사람은 호랑이였거나
아님 난 학생이고 이사람은 B사감이 였음이 분명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