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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서랍


BY 아줌마 2005-08-29

나는 직장에 파트타임으로 근무하면서  직장에 나가지 않는 날은 집에 일을 가져와서 한다.

서류를 쓰다가 실수해서 화이트를 찾게 되었다. 아무리 찾아도 내 범위 내에서는 찾을 수가 없었다. 남편의 책상으로 손이 갔다. 서랍을 열게되었다. 첫 번째 서랍을 열었을 때

꼼꼼한 우리 남편은 화장품 포장 상자며 튼튼하게 생긴 선물 포장들을 서랍속에 모아두고 있었다.  두번째 서랍을 열었을때 언뜻보니 빈 서랍 같아 닿으려는데 묵직한 것이 느껴졌다.

호기심에 다시 열어 속을 보니 낡은 쇼핑봉투속에 대학 때의 사진들이 잔뜩 들어있었다.

한장씩 넘겨보았다. 우리 남편 특유의 천진하고 맑은 모습이 고스란히 살아있는 사진들이 계속되었다. 더부룩한 머리에 촌스러운 옷차림들이 었으나 참으로 밝은 모습들, 고민하는 표정이나 절대 세파에 찌들지는 않은 모습들을 보며 요즘 지쳐하는 남편이 떠올라 안스럽기까지 하던 순간 나는 보지 않아야 할 것을 보았다. 남편의 옛애인..... 사실 남편과 나는 한 대학 한 과를 다닌 선후배 사이이다. 남편이 내게 먼저 사귀자는 말을 했었고, 아직은 어리던 나는 그걸 냉정하게 거절했었다. 그래도 한번은 다시 잡아줄줄 알고... 그런데 다시 압아주지 않았다. 그리고 나는 학교를 졸업하고 다른 도시에 가서 공부를 하고 뭐 그런 시간이 지속되는 사이 남편이 나의 가장 친한 고등학교부터 대학까지의 후배와 사귄다는 것을 알게 되었었다.

내가 거절한 것을 안 후배가 접근했고, 남편은 소극적으로 같이 다니다가 사귀게되었다고 했다. 결국 그 커플은 몇년을 커플로 알려졌었지만 결혼에 이르지 못했고, 어느날 너를 잊지 못하겠더라는 남편의 고백에 그저 인연인가보다하고 나는 남편과 결혼을 했던 것이다.

우리남편 성격이 워낙 고집도 세고, 막내기질로 이기적인 바 연애와 결혼을 거치며 나는 마음고생을 참으로 많이 했고, 많은 걸 접고 살면서 그 후배에 대해서도 맘만 다치고 끝났겠거니 막연한 연민도 있던차였다. 그런데 특별히 큰사이즈로 예쁘게 인화한 사진속에서 두사람이 다정한 모습으로 진지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내가 남편과 연애하면서 이런 적이 있었던가? 남편 친구 커플들로 보이는 사람들과 속리산에 간 것 같았다. 나는 아직 남편 친구들과 함께 여행을 한 적이 없다........아!!! 순간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그 다음 세번째 서랍..... 또 나를 아프게 했다. 선천성 기형아 검사에서 다운증후군으로 밝혀져 6개월째에 유산을 할 수 밖에 없었던 첫임신의 기록들.... 남편은 그걸 태워버리겠다고 했었다. 그걸... 그냥 서랍에 두고 혼자서 추억으로 간직하고 있었다.

아프다. 가슴이 먹먹하고 눈물이 흐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