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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자리를 그렇게 내 놓고 싶은가 ?


BY 나화랑 2005-09-14

[김대중 칼럼] 대통령 자리 그렇게 내놓고 싶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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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에게 고언(苦言) 하나 하고 싶다. 노 대통령이 지난 25일 TV에 나와 “권력을 통째로 내놓을 수도…” 운운한 다음날, 지난 선거에서 노 후보를 찍었다는 한 독자는 전화로 “다른 소리 다 그만두고 앞으로 남은 임기 동안 열심히 성심껏 일하겠다는 말 한마디로 끝났으면 많은 국민의 박수를 받았을 텐데…”라고 아쉬워했다. 바로 그것이 다수 국민의 심정일 것이다.

그래서 하는 말이다. 제발 말을 삼가고 열심히 대통령 업무에 전념하든지 정 못하겠으면 말로만 그러지 말고 대통령직을 그만두는 헌법적 절차를 스스로 밟든지 했으면 한다. 이제 사람들은 노 대통령의 ‘말’에 지쳐 가고 있다. “못해 먹겠다”는 것도 한두 번이지 2년 반 동안 열두 번이나(그것도 공개적인 경우에만) 그만두거나 권한을 내놓고 싶다고 했으면 그것은 진정 대통령 자리나 업무가 싫어졌거나 아니면 아주 불성실한 ‘입버릇’이거나 둘 중의 하나일 것으로 보는 것이 상식이다. 일반 직장에서 그 정도면 벌써 그만뒀거나 쫓겨났거나 했을 것이다. 하물며 만인지상(萬人之上)의 대통령 자리를 두고 열두 번씩이나 퇴짜를 놓는 식으로 말했으면 그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

우선 국민들 꼴이 말이 아니다. 이런저런 우여곡절을 겪으며 그를 대통령으로 선택한 국민들로서는 일종의 괴리감 내지 배신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기회만 있으면 그만두고 싶다는 대통령이 그 업무에 성실히 임할 리가 없다고 상정한다면 국민은 성실한 봉사자를 잃은 셈이다. 손해보는 것은 국민이다.

노 대통령을 이해하려는 쪽에서는 그의 잦은 발언이 승부수를 띄운 것으로 얘기들 하는 모양인데, 대통령 임기제인 우리 헌법체제하에서 대통령 자리를 놓고 승부를 건다는 것은 국정을 ‘게임’의 차원으로만 보는 ‘낮은 정치’의 술수일 뿐이다. 노 대통령은 그의 ‘숙원’인 지역구도 개혁을 위해 살신성인(殺身成仁)하는 듯이 말하고 있지만 지역문제는 대통령 자리를 희생양으로 요구하는 대가성(代價性) 성질의 것이 아니다. 또 야당이 깨끗이 거절했는데 자꾸 거론하는 것은 대통령이 치근거리는 것처럼 보여 보기 사납다. 또 어떤 사람은 이것을 ‘업적 부진에 따른 강박관념’의 표현이라고 하는데 그렇다면 그는 이미 대통령으로서의 업적 부진을 시인하는 것이며 그것은 사실상 ‘그만두는’ 충분한 사유로 작용할 뿐이다.

‘대한민국 정치’에도 그렇듯이 ‘대통령 노무현’에게도 숙명(宿命)이란 것이 있는 법이다. 그의 인기가 20% 후반대이고 두드러진 업적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는 것도 그의 숙명이라면 그는 몸을 낮추고 그 숙명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푸념한다고 해서 될 일도 아니고 승부수를 띄운다고 될 일도 아니다. 부질없는 정치의 낭비와 국론 분열의 파열음을 원치 않는 국민들은 노 대통령이 낮은 자세로 자신의 숙명을 받아들이고 묵묵히 남은 임기를 선의(善意)로 이끌어 국정을 다음 주자(走者)에게 넘겨주는 길을 걸을 것을 기대할 것이다. 그가 마음을 다잡고 말을 삼가며 뚜벅뚜벅 남은 임기를 걸어가는 모습이 그나마 나라의 편안과 국민의 정신건강을 위해 바람직한 일이라는 것이다.

그러지 않고 그가 정치적 여건들을 술수와 게임으로 바꿔 보려 한다면 이 나라 국민의 삶은 크게 흔들릴 것이다. 노 대통령은 이런 상황을 원치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오늘의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자신이 열두 번씩이나 공언할 정도로 막다른 상황에 도달했음을 긍정하고 그 상황 속에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 임기 후반으로 갈수록 노 대통령이 자신을 바꾸는 것이 정치적 상대와 객체들을 바꾸려고 하는 것보다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언론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은 지금 이 땅의 리더십에 대해 불안하고 또 불만이면서도 헌법적 비상사태나 정치적 혼란 없이 우리가 처한 정치·경제·국제·안보의 위험지대를 조속히 조심스럽게 건너가 주기를 바랄 것이다. 노 대통령은 그런 국민의 심경을 자신에 대한 정치적 지지나 집착으로 여겨 그것을 걸고 다른 정치적 산물을 얻어내려는 승부를 거는 우(愚)를 범해서는 안 된다. 노 대통령은 “제발 그만두겠다는 소리 그만 하든지 아니면 정말 그만두든지 해야지, 지겨워서 못살겠다”는 국민의 소리를 귀담아 들어야 한다. 우리는 대하사극 ‘불멸의 이순신’에서 이순신과 선조를 보며 진정한 리더십이 무엇인가를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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