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사는 게 너무 버겁다
속에 뭔가가 꽉 누르고 있더니 급기야 음식을 먹으면 몇 시간씩 진짜 걸려 있는 기분이다
내시경 결과 가벼운 식도염증이라는데 몇 달이나 약을 먹어도 낫지를 않는다
마음 터 놓을 친구도 몇 없다
나는 정말이지 솔직해서 내 허물이건 자랑이건 숨김없이 살던 사람이었는데 어느날
사람 만나는게 싫어졌다
남들이 들으면 너무나 좋은 학벌, 좋은 직장, ..
같이 시작했던 직장 동료들과는 세월이 흐르면서 서서히 격차가 나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들이 되어 버렸다
알콩달콩 신혼부터 아이 낳아 3,4살까지는 별 차이 없이 고만고만했는데
남편의 수준에 따라 지금은 다들 40평 전후의 고급 아파트에 살고 더 나은 생활을
위해 또 저축을 하고 해외여행도 다닌다
이제 내 나이 40
기반을 잡았어야 할 나이인데 아직 집도 없이 몇 년 째 수입이 없는 남편 몫까지 사느라
경제적으로만 힘든 것이 아니라 정신적으로 더 힘들다
그렇다고 시부모가 봐주는 것도 아니니 며느리 도리도 해야 하고
어렵게 사는 친정에 무슨 일이 생길 때면 도움이 될 방법을 연구하느라 잠을 설쳐야 하고
나 입고 다니는 거나 사는 거 보면 누가봐도 넉넉해 보이지 않겠지만
그래도 없는 티 안내려고 발버둥쳐야 하고
어려울 때 어렵다고 말할 수 있었던 시절이 차라리 그립다
그 때는 희망이 있었기에 어려워도 당당했는데
지금은 어렵다는 말을 하는 것이 너무 초라해서 차라리 입을 닫아 버리니
주변과의 교류가 없고 그러다 보니 더욱 힘들어지는 것 같다
사람에게는 어려울 때 마음의 위로가 되는 존재가 얼마나 중요한지 절실히 느낀다
이 어려움의 주 원인이 되는 남편에게 위로 받을 수도 없고
넉넉한 친구들은 내 서러움이 부담으로 느껴질테고
어려운 친구들은 서로 위로를 한다는 것이 자기 신세타령으로 흘러가 버리고
그러다보니 얼굴도 모르는 님들의 이야기 읽느라 날마다 아컴을 찾게 된다
나보다 더 어려운 이야기 읽으며 위로 받고 싶어서
휴일 낮
코를 골며 자고 있는 남편
심심해 하는 아이들
집안일이 다 귀찮아서 엉망인 집을 내버려두고 이렇게 앉아 있는 나
직장일은 직장일대로 밤을 새야 할만큼 많은데 나는 이러고 있다
일을 잘 해내고 나라도 열심히 벌어야 우리 아이들 공부라도 시킬 수 있는데...
고생만 한 우리 엄마, 아버지 용돈이라도 드릴 수 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