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친정엄마와 볼일이 있어 수원엘 다녀왔어요.
전철을 타고 가는데,
사람도 많고 붐벼서 아이 업고도 앉을 생각을 않고 탔는데,
다행히 어떤 아저씨가 날 잡아 끌더니 자기가 앉았던 자리에
털썩 앉혀주고 딴데로 가서 서시더라구요.
어찌나 고맙던지......ㅎㅎㅎ
덕분에 구로에서부터 편하게 수원까지 갔어요.
근데 열차 안에서 어떤 할머니가 오시더니
우리 아기가 내 품에서 놀고 있으니까
무작정 껌을 안기는 거에요.
사실 전 껌을 씹지도 않거니와
아기도 껌을 씹을 줄 모르거든요.
아기는 새로운거라 안 놓으려고 하더라구요.
하지만 전 그런데서 그런걸로 좋은 일 한다고 생각 안해요.
그래서 "할머니 저 이 껌 필요없어요." 그랬더니
젊은 사람이 인심도 사납다며 하나 그냥 사라는거에요.
까짓것 천원이 아무것도 아니라면 아니지만
기분이 그게 아니더라구요.
"전 다른 걸로 더 좋은 일 할께요.
이거 그냥 가져가세요" 했더니
뭐라고 군시렁 대면서 가지고 가는거에요.
그러거나 말거나 전 떳떳하게 아이한테 이랬죠.
"아가, 넌 지금 필요없으니까 필요한거 있으면 사줄께."
ㅎㅎㅎ 내가 과연 잘한건지, 잘못한건지......
근데요. 저 친정엄마를 차에 태워 보내고 돌아오는데
어떤 할아버지가 지갑을 잃어버렸다며
차비좀 달라고 하시더라구요.
이도 틀니를 하셨는지 새는 발음으로 하셔서
다시 한번 듣고서야 알았죠.
그래서 얼른 주머니에 있던 돈 천원을 꺼내서 드렸어요.
편찮으신 울 아버지도 어디가서 저렇게 하면 어쩌나 싶어서...........ㅜ.ㅜ
비록 그 할머니도 껌을 팔아야 하는 입장이었지만,
할아버지가 제가 준 돈으로 바로 버스를 타시는걸 보니,
같은 천원인데도 더 의미있게 쓰여진것 같아 좋더라구요.
사실 제 지갑엔 교통카드하고 딸랑 천원짜리 몇 장 들어있었거든요.
점심값 아까와서 점심도 안 사먹고 그냥 집에 돌아왔는데,
먹지도 않을 껌 하나를 사는데 돈 천원을 쓰고 싶지 않았거든요.
제가 잘 못한 건가요?
그냥 자려니 영~~맘이 찜찜하네요.
에구구......그냥 천원 주고 껌 하나 사줄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