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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준비를 하다......문득 엄마 생각이 나네요....


BY 능소니 2005-10-12

남편이 집 근처에서 일을 해서 점심을 집에서 먹여야 합니다.

점심준비 하느라 한창 분주하다 문득 엄마가 생각납니다.

씨뿌리고, 키우고, 거두고, 심지어 애들한테 시달리는 딸내미 힘들까봐

깨끗이 씻어 볶아서까지 보낸 참깨로 반찬을 무치다가

"참, 울 엄마도 천성이야~"라는 생각이 듭니다.

크면서는 그렇게도 무뚝뚝한 엄마가 정도 안가고 싫었건만,

일찍 시집와 엄마 가슴에 못 박고 그러고도

지지리도 못 살아 엄마 용돈 한번 못 쥐어드리는 외동딸인데도,

엄만 항상 베푸는 사랑입니다.

직장 다니면서 저녁으로 틈틈이 지은 농작물을,

항상 우리가 가기만 하면 화물차 뒤칸에 가득히 실어 보내줍니다.

엊저녁에도,

"고구마를 8박스나 캤는데 이거 누가 먹냐, 너희들 애들 많으니까

갖다가 겨우내 두고 먹어라."며 전화를 하셨습니다.

울 신랑은 처갓집에 일주일에 몇번씩 전화를 하지만

딸내미는 한달에 한번도 할까말깐데.....

어쩌다 생각나면, 아니 내가 아쉬울때만 하는 전화를

엄마는 딸내미 목소리나 듣자며 수시로 하십니다.

며칠전에 엄마랑 시내에서 만났을때도,

일이 늦게 끝나 점심도 못 사드리고 그냥 가시면서

"애 젖먹이 엄마는 배고프면 아무것도 안보여. 가다가

뭐라도, 아니 꼭 밥 사먹어."

하시며 남동생이 쥐어준 용돈에서 기어이 만원을 꺼내

내 손에 꼭 쥐어주고 얼른 버스에 올라타십니다.

내가 만원도 없어 밥 못 먹지는 않는데도 말이죠........ㅜ.ㅜ

그 돈으로 나 밥 한 끼 값이면 울 애들 뭐라도 실컷 먹이겠다 싶어

시장에 들러 닭꼬치며 분식을 사와서 아이들 먹였습니다.

남편은 그 돈을 받아왔다고 나한테 한마디 했지만,

그래도 받아서 내 아이들 먹이는 것이 또 다른

울 엄마에 대한 내 사랑에 대한 보답일것 같아 받았습니다.

지금도 열심히 아파트 청소하고 계실 울 엄마......

이제 연세도 많아 쉬셔야 하는데

불효자인 딸내미는 아직도 엄마가 챙겨주는 밑반찬이며

각종 야채들이 마냥 좋아 한달에 한두번씩 가서 하나가득 챙겨옵니다.

편찮으신 울 아빠 병수발도 힘들텐데.........

오늘은 엄마, 아버지 한테 전화도 한통씩 드려야겠습니다.

그나마 다행인건, 남동생이 엄마 핸드폰을 사드려서 언제라도 통화가 가능합니다.

문득 엄마가 보내준 것들로 점심 준비하다 엄마 생각이 나서

이렇게 주저리주저리 떠들어 봤습니다.

아컴님들 이해하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