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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밋빛 인생을 보며,이런 생각 저런 생각


BY 먹빛 인생 2005-10-20

나는 요즘 장밋빛 인생이라는 드라마에 빠져서 수요일이 오기만을 기다린다.

난 처음에 이 드라마를 안 봤다.사람들이 최진실의 재기작이고 연기가 많이 늘었다고들 하는거 같던데,드라마 볼 시간적 여유도 없었지만,별로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한번 친정엄마가 다녀가셨는데,내가 꼭 봐야 할 드라마라면서 보라고 했다.그래서 보기 시작했다.

그 드라마는 내 얘기 같았다.난 맹순이처럼 말기암 환자는 아니다.다만 난 스트레스가 주 원인이 되는 병에 걸려 평생 약을 달고 살아야 한다.물론 죽는 병은 아니다.그냥 힘들기만 할 뿐.

하지만,그것 빼고는 내 인생도 맹순이 못지 않다.친정 형제들이 지질이 속썪이고,지금은 지 뒤치닥거리도 못하고,하나뿐인 딸인 나에게 부모들은 많이 의지하고 있다.맹순이는 그래도 맹영이를 믿고 의지나 되지,난 그럴 형제도 없다.왜냐면 하나는 암환자고 다른 형제는 믿을 수 없는 존재가 되어버렸으니까.

나도 내 입에 들어가는 것도 벌벌 떨고 도무지 꾸밀 줄도 모르고,애들 때문에 가끔 웃고 사는 그런 평범한(?) 주부다.

남편이 바람을 피는건 아니지만(혹시 또 모르지 나 모르는 사이에...)그에 못지 않은 다른 것들로 나를 힘들게 한다.

시댁식구? 맹순이 시댁식구들은 우리 시댁에 비하면 양반이다.맹순이 시댁은 반성문이 바람 피울 때 두둔을 하면서도 한편으론 그것이 잘 못 된거란걸 알지만,만약 우리 남편이 그러면 우리 시댁은 내 꼬투리 잡아서 니가 그러니까 얘가 바람피지 하면서 그 동안 우리 아들 얼마나 힘들었을고,할판이다.

맹순이 시댁식구들은 맹순이가 암인거 알고선 슬퍼라도 하고 자기들이 잘못한 지난 일에 대해 돌아보고 반성이나 하지,우리 시댁을 어림도 없다.내가 그러면 또 꼬투리 잡아서 니가 그러니까 그딴 병에 걸리지,재수없게 우리 아들이 그렇게 약해빠진거랑 결혼을 해가지고..쯧쯧,이럴거다.그러고도 남을 위인들이다.

그리고 자기네들이 내 가슴에 못 박은거 하나도 모를거다.자기네한테 거슬리는 내 모습은 기억해도,자기네가 나한테 한이 되는 짓을 한건 까맣게 잊어버리거나 시치미 뚝 떼고 오리발 내미는게 울 시댁식구의 특기이므로.그리고,울 시댁식구 자기네들이 나한테 엄청 잘 한다고 생각하니까.

그리고,반성문은 오늘 맹순이가 정신 나간 사람처럼 고래고래 소리지르고 물건 던지고 해도 가만히 있지,우리집 인간은 같이 집어 던지고 소리 지를거다.아니 그 전에 날 갖다버릴지도 모른다(내가 전에 다쳐서 입원할 때도 자기 한참 일이 바쁜데 신경쓰인다며 짜증내던 사람이니까.내가 종양이 생겨 조직검사 결과 보고 온 날도 어떠냐고 한마다 물어보지도 않는 사람이다).

내가 자기 식구들한테 그렇게 당하고 살아도 자기 부모형제들 한테 싫은 소리 한번 한적 없고 오히려 내가 예민하다며 나를 탓하는 사람이었으니까.

시누? 맹순이 시누는 양반이다,우리 시누에 비하면.

난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힘들어도 울질 못했다.결혼하고 너무 많은 눈물들을 흘려서 이제는 눈물도 나오지 않았다.그래서 내 눈물이 다 말라버린 줄 알았다.

그런데,이 드라마를 보면서 그걸 핑계 삼아 울고 있다.이상하게 눈물이 그때는 나오더라.그러면서 나는 스트레스를 조금은 풀고 있나보다.

오늘 맹순이 시누가 맹순이네 집에 와서 돌음식 준비하는거 보고 맹순이가 소리 지른걸 뭐라하는 시댁식구들을 보고,니 자식 니가 거두지 왜 여기와서 그러냐고,이 사람 나 하나보고 시집 왔지 종살이 하러 온거 아니다(표현이 맞나 모르겟네)그만큼 부려먹었으면 됐지 얼마나 더 하라고... 하면서 준비하던 음식 재료 현관앞으로 다 집어던지는데,내 속이 왜 이리 후련하던지...이런걸 대리만족이라고 하나보다.우리집 인간한테는 상상도 못하는 대목이므로.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가끔 그런 생각을 했었다.불치의 병에 걸려 일찍 죽는 사람이라도 아끼고 사랑해주는 사람이 있었고,그동안 그 사랑을 받으며 행복하게 살아왔다면 그래도 맘편히 갈 수 있을거라고.

하지만,아이를 낳고보니 생각이 좀 달라졌다.

정말 나 하나만 생각하면 사는거에 대한 미련은 없는데,우리 애들이 나 죽은 후에 찬밥될걸 생각하면(시부모들 울 애들 별로 안 좋아할뿐더러 시부모나 남편은 우리 아이들 마음놓고 맡길 위인들이 못됨.) 똥밭에 굴러도 살아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기운을 내야 하는데,너무 지친 나를 느낀다.지친다는 표현으론 모자랄 정도로.

다만,이런 엄마를 보고도 밝고 똑똑하게 자라주고 있는 아이들에게 감사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