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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다는 건..참 쓸쓸한 일이지...


BY 그녀 2005-12-10

 

외로움도 유전이 된다고 했던가?

얼마 전, 인터넷 뉴스에서 읽었던 것 같기도 하다.

 

거리를 지나며 그저 흔히 볼 수 있는 70년대의 보통 아줌마들과 달리

내 어머니는... 

복고적 초라함이 만연했던 그 시절에도

환하게 빛나는 얼굴과 단아함을 가진 여인으로 어린 기억에 아련하게 남아 있는데...

 

늘 곱게 단장하고

당시엔 흔하지 않았던 온갖 양식요리와 오븐쿠키에, 빵까지 구워가며

삼남매를 귀하게 키워내던 그녀는

행여나 추운 겨울, 자식이 찬밥이라도 먹게 될까...

가정부를 시켜 따끈한 밥을 학교로 보내는 오바도 가끔 저지르곤 했다.^^

물론, 난 부끄러웠고...

 

요즘이라면 아마도 왕따가 되지 않았을까 생각하며 가끔 미소를 지을 때가 있다.

 

내 어린 기억속에

언제나 행복한 듯,  낮고 조용한 목소리를 지녔던 엄마는

왜 그런지 항상 혼자였다...

학년초나 혹은 운동회를 할 때, 소풍을 갈 때...

학교로 모여드는 다른 아이들의 엄마는

뽀글파마를 하고 뱃속에서 우러나오는 큰 목소리로 떠들며

시끌벅적 환한 웃음으로 삼삼오오 모여 있는데...

주위에 눈인사만을 까딱~한 후

선생님 도시락을 내놓는 그녀의 손길은 어색할 정도로 하얗기만 했다.

 

어쩜, 그 시절에도 그런 도시락이 있었을까?

 

전복껍질에 채워 넣은 소고기완자

토끼 모양의 유부초밥, 태극기 모양의 김밥

허브로 장식한 여백...

 

선생님의 도시락과 똑같은 도시락을 받아든 나는

친구들 사이에서 오히려  당혹스러움을 느꼈던 기억이 난다...

 

그녀는 행복했던 것일까?

 

어느날  발견된 암으로

그리 길지 않은 생을 갑자기 마감했던 그녀에게

미처 물어 보지 못한 질문이었다...

 

오늘 나는...

아이들의 성화에 못이겨

크리스마스 소품을 만들며

조용한 거실에서 문득 엄마를 생각했다.

 

무엇하나 부족함이 없어 보였지만

생의 환희와 극적인 즐거움을 보여 준 적이 없었던 그녀...

 

그녀의 나른하고 편안한 우울함은

그 유전자의 특질 그대로 내게 전이되어

조용한 거실 구석구석에 가라앉아 있다...

 

치열하지만 힘든 삶.

편안하지만 지루한 삶.

 

사랑스러운 내 아이들은

앞으로 어떤 인생을 살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