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흙
잠시 앉았다 온 곳에서
씨앗들이 묻어 왔다 씨앗들이 내 몸으로 흐르는 물길을 알았는지 떨어지지 않는다 씨앗들이 물이 순환되는 곳에서 풍기는 흙내를 맡으며 발아되는지 잉태의 기억도 생산의 기억도 없는 내 몸이 낯설다 언젠가 내게도 뿌리내리고 싶은 곳이 있었다 그 뿌리에서 꽃을 보려던 시절이 있었다 다시는 그 마음을 가질 수 없는 내 고통은 그곳에서 샘물처럼 올라온다 씨앗을 달고 그대로 살아보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