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남편이랑 아이들은 걸리적거린다고 근처에 놀러갔다 오라고 보내고
혼자 준비하다가 쓸쓸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결혼하고 꽤 되었는데
쓸쓸하다는 생각이 든 것은 처음이네요.
저희 고향은 명절 음식을 따로 안 해요. 남편 고향도 가까운 곳.
설이라고 만두 하고 그런 것이 없네요.
여기 보니, 명절 음식을 따로들 준비하시대요.
저도 추석에는 잡채든, 불고기든, 갈비든, 뭐 조금 더 해야겠어요.
전날 시누이네랑 시동생 불러서 술 한잔 해야겠다 싶네요.
시누이는 고향이 멀고, 부모님 돌아가시고, 나이 한참 처지는 막내고, 애들은 아직 어리고 해서, 남편만 가거나 잘 안 내려가요.
누가 시킨다면 절대 하기 싫을 것 같은데
그냥 혼자 알아 처리하면 되는 사정이라..
일찍 와서 같이 상 차리는 것도 걸리적거리고,
그냥 한두 가지 준비해서 불러서
저녁에 놀다 가고, 아침에 다시 오라고 할려구요.
친정집이 사람으로 너무 볶닥이는 집안이라 그런지.
형제 너무 단촐하고, 그 전날부터 볶닦이며 만나는 것도 아니라 그런가
많이 쓸쓸하다 싶네요.
친정 집에서는 큰 제사는 안 지내도, 워낙 드나드는 손님이 많아 음식이 많이 했는데,
이 집은 달랑 파전 4개, 생선전 좀 부치고, 동그랑땡 좀 하면 끝이고.
저도 나이가 드나.. 작년까지만 해도 단촐해서 너무 좋았는데, 후딱 전이랑 나물이랑 해놓고.. 엄마 아직이지? 우리는 뭐 할 거나 있나.. 후딱 끝내부렸어.. 전화로 조잘조잘 호호거렸는데.. 이번에는 쓸쓸하다 싶네요.
시댁 식구들에게 애정은 별로 없는데, 그래도 명절은 조금 더 명절 다웠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