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내 나이 45세
이전에는 여자가 45세되면 거의 할머니에 가까운 줄 알았고 도대체 무슨 낙으로
살까하는 생각도 했었다
그런데 임신중에는 배 부른 산모만 보이듯이 내가 이 나이가 되고 나니
이제 중년의 아름다움이 새로 보임을 느낄 수 있었다.
직장 생활 20여년동안 남들처럼 신혼초에 시부모님도 모시고
작은 집에서 육아와 직장을 병행하며 시댁일로 토닥거리고 살면서도
힘들때도 있었지만 웃을 일도 많았고
그렇게 세월이 흘러 이제 아이들이 고3, 고1이다.
두 아이는 이제 아침에 학교에 가면 야간 자습과 학원 공부 마치고 오면
거의 1시에 들어온다.
전에는 엄두도 못내던 강아지 키우기를 딸이 강력하게 권하여
이제 요크셔 강아지가 새 식구가 된지 두주일이 되었다.
퇴근하고 집에 오면 다섯시
이 녀석이 쪼르르 달려와 안긴다.
새로운 기쁨이다
남편도 젊은 시절에는 같이 집에서 저녁먹기가 소원일 정도로
바깥일이 너무 많았지만 이제는 집에서 24시간 살라면 좋겠다면서
회사 마치고 빨리 퇴근해서 둘이 같이 저녁먹고 남편은 tv시청 ,신문 보기,
그리고 아이들 이야기 하다보면 어느새 졸고 있다.
나는 삼개월 전부터 혼불 소설을 대학 노트에 필사하고 있다.
이제 대학 노트 세 권째 썼다.
퇴근하고 집안 일 마친다음 거의 한 시간이나 한시간 반 정도 하고 있다.
딱히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참 마음이 편해지고 너무 행복하다.
그러다가 생각나면 인근에 계신 시부모님 한 번 더 뵙고 더 연로하시고
아들이 대학가면 모셔오리라 생각하고 매일 들른다.
이제는 미운 정 고운정이랄 것도 없이 마음이 안쓰러워지고 챙겨진다.
이것도 세월이 내게 주는 덕이랄까?
며칠전 퇴근 길에 서점에 가서 시집을 한 권샀다.
남편이 잠들기전에 두편씩 읽어준다.
안 듣는것 같더니 어느새 새겨 듣고 있었다.
이 평화 , 행복, 꼭 돈이 다는 아니더구나
사실 재작년에 부동산 붐을 타고 생전 투자 안하고 그 세계를 모르던 내가
지인의 소개로 상가와 아파트를 샀다.
그 동안에 많이 올랐지만 욕심이 과했는가 팔 시기를 놓치다가 최근에 원금도 다 잃었다.
아마 손해만 2억 5천을 넘게 보았다.
한 6개월 남편과 불화도 있었고 ( 내탓, 네탓하면서) 너무나 아까워 잠도 안 오고
체중도 3킬로 빠졌다.
결론은 그래 내가 잃은 대신 누군가가 싸게 사서 행복한 보금자리 만들었어
나는 내가 원하든 원치 않던 자선을 베푼거야 하고 넘기기로했다.
쉽진 않았다.
하지만 어이하랴
이 글 통해서 여러분들 절대 부동산 투자 하지 마세요^^
(집은 투자의 수단이 아니에요
내가 웃는 만큼 남이 울 수도 있답니다.)
책을 읽으면서 더 중요한 것도 느끼고 글을 베껴쓰면서 더 생각이 깊어지고
부부애도 더 생겼다.
사랑스런 내 아이들은 무럭 무럭 자라고 나도 남편도 건강하면 되는걸
그리고 계속 일할 수 있는 직장이 있음을 감사하게 생각하고
그동안 짠순이 처럼 도우미 한번 안 불렀던 생활 방식을 바꾸어서
일주일에 세번씩 도우미도 부른다.
살림 전문가가 청소하니 집도 반짝 반짝하고 즐겁다.
그래 젊을때 열심히 일했으니 지금 이만한 호사도 당연하고
우리 집에서 일하는 분도 그 능력으로 돈을 벌게 해주니 참 서로 좋다고 생각한다.
요즘은 참 행복하다.
그 돈이 다 있었으면 아마 차도 대형차로 바꾸고 집도 더 화려하게 꾸미고
아이들에게도 더 많이 투자했겠지만 요즘은 그러지 않아도
아이들도 열심히 공부하고 내 몸도 건강하고 남편과도 더 소중해진다.
오늘 신문에서 보니 많은 부부들이 돈때문에 싸운다고 한다.
그럴 것이다.
하지만 싸운다고 결론이 있는가?
더 불행해질 것이다.
속상할때 한번 더 책읽고 그 속에 든 정신을 정성껏 예쁜 글씨로 써보면서
시간을 보내면 행복이 별 거 아니라고 느껴질 지도 모른다.
물론 이것은 지극히 내 개인적인 경험이다.
어쨋든 나는 이 위기를 참 잘 넘겼다는 생각이 든다.
이 필사가 끝나면 또 새로운 책을 써 볼 것이다.
그리고 시간이 허락하는대로 인터넷 방송에서 강좌도 하나 더 듣고
악기도 하나 더 배우고
할 일이 너무 많다.
그리고 아이들이 다 자라서 내 시간을 이렇듯 알뜰하게 쓸 수 있어 너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