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고 보는 부인들이, 철석(鐵石)인들 아니 주며, 도척(盜蹠)인들 아니주랴
젖을 많이 먹여주며, 여보시오 봉사님, 예, 이집에도 아이가 있고,
저집에도 아이가 있으니 어려이 생각말고 자주 자주 다니시면, 내자식 못 먹인들,
차마 그 애를 굶기리까.
심봉사 좋아라고, 어허 고맙소,수복강녕(壽福康寧) 하옵소서.
이집 저집 다닐적에, 삼베 길삼 하느라고, 흐히 히히 웃음소리, 얼른 듣고 들어 가서,
여보시오 부인님네, 인사는 아니오나, 이애 젖좀 먹여주오.
오뉴월 뙤얕볕에 김메는 부인들께, 더듬 더듬 찾아 가서, 이애 젖 좀 먹여주오.
백석청탄(白石淸灘) 시냇가에, 빨래하던 부인들께, 더듬 더듬 찾아가서,
이애 젖 좀 먹여주오.
젖 없는 부인들은, 돈 돈씩 채워주고, 돈없는 부인들은, 쌀되씩 떠서주며,
밤쌀이나 하여주오. 심봉사 좋아라, 어허 고맙소, 수복 강녕(壽福康寧) 하옵소서.
젖을 많이 먹여 안고, 집으로 돌아 올제, 언덕 밑에 쭈구려 앉아, 아이를 어룬다.
<늦은 중머리=평계면>
아기 내 딸이야. 아가 아가 웃느냐. 아이고 내 딸 배부르다.
이상 배가 뺑뺑 하구나. 이 덕(德)이 뉘덕(德)이냐. 동리 부인의 덕(德)이다.
너도 어서 어서 자라나, 너의 모친 닮아, 현철(賢哲)하고 얌전하여, 아비 귀염을 보이어라.
어려서 고생을 하면, 부귀다남(富貴多男)을 하느니라.
백미 닷섬에 뉘하나, 열 소경 한막대로구나. 둥 둥 내 딸이야.
금을 준들 너를 사며, 옥을 준들 너를 사랴.
어덕 밑의 귀남(貴男)이, 아니냐. 설설 기어라. 어허 둥둥 내딸이야.
<잦은 머리=평계면>
둥둥둥 내딸. 어허둥둥 내딸. 어허둥둥 내딸. 금자동(金字童)이냐 옥자동(玉字童).
주유천하(周遊天下)에 무쌍동(無雙童). 은하수(銀河水) 직녀성(織女星)의,
네가 되어서 환생(還生). 표진강 숙향(淑香)이 네가 되어서 환생(還生)의. 달가운데는 옥(玉)토끼.
댕기 끝에는 진주(眞珠)씨. 옷고름에 밀화불수(密花佛手). 주얌 주얌 잘강잘강,
엄마 아빠 도리도리. 어허둥둥 내딸. 서울 가, 서울 가, 밤 하나 줏어다,
트래박 속에, 넣었더니, 머리 감은 새양쥐가, 들랑날랑 다 까먹고,
다만, 한 쪽이 남았기에, 한 쪽은 내가 먹고 한 쪽은 너를주마.
으르르 아나 아가 둥둥 둥둥 어허, 둥둥 내딸.
<아니리>
아이를 안고, 집으로 돌아와, 포단(蒲團) 덮어 뉘어 놓고,
동냥차로 나가는데, 권마성제를 늦은 중중 머리로 나가것다.
<늦은 중중머리=권마성제>
삼베 전대 외동지어, 왼어깨 들어 메고, 동냥차로 나간다.
여름이면 보리 동냥. 가을이면 나락 동냥. 어린아이 맘죽차로, 쌀얻고 감을 사,
허유 허유 다닐적에, 그때의 심청이는, 하늘의 도움이라,
일취월장(日就月將) 자라날제 십여세(十餘歲)가 되어가니,
모친의 기제사(忌祭祀)를, 아니잊고 할줄 알고,
부친의 공양사(供養事)를 의법(依法)이 하여가니, 무정세월(武情歲月)이 아니냐.
심청가 - 동냥젖으로 심청이 키우는데-여덥번째 대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