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 아부지는 92세지만 치매가 온후 지능이 5살 먹은 어린애처럼 되어버렸다. 그래서 모든 생활 사이클을 5살 기준에 둬야 한다. 말 안듣는 5살 먹은 어린애는 줘 패기라도 하겠지만 울 아부지는 팰수가 없으니 어떤땐 속에서 열불이 난다. 내가 잠시만 방심하면 일을 저질른다.
신발 신을때도 신겨 드리지 않으면 왼쪽 오른쪽을 바꿔신고 과자를 드리면 얼른 먹고 더 안준다고 화를 내고 혼자 옷 입으라고 하면 뒤집어 입으셔서 일일히 내 손이 가지 않으면 안된다.
집에 손님이 여럿 왔다갔는데 혹시 소화 안되는 사람이 있을까싶어 활명수를 한박스 사왔었다. 몇병 먹고 남은걸 뒀는데 며칠전 울 아부지가 남은 활명수를 다 마셔버린거다. 6병인가 7병이 있었는데... 내가 길길이 뛰면서 마실게 따로 있지 이걸 왜 마시냐고 했드니 박카스라고 마셨다나? 참나...박카스라도 글치.
얼른 안치운 내 잘못도 있긴 했지만 그걸 마실줄 누가 알았나. 평소 파리힘만치도 없는 양반이 병은 어찌 땄을까 의문이다.
어쨌든 멀쩡하신게 다행이라 싶었는데 그날밤 밤새 좔좔~ 설사를 하는데 정신을 못차렸다. 금방 옷 가라입히고 나면 또 싸고 또.... 탈수증세를 보여서 병원에 모시고 갔다가 링거 맞고 이틀만에 나왔다.
오늘 아침. 죽 끓여서 드리니까 근기없어 싫다며 빵 달라신다. 아직 빵은 안된다고 하니까 옷도 집어 던지고 벼개도 집어던지고 마구 딩구신다. 어린애가 딩굴면 보기나 좋지 논네가 딩구니까 왜 그리 웃음이 나든지....ㅎㅎㅎ
오후에 빵 드린다고 겨우 달랬는데 그라믄 아침꺼하고 2개 달란다. 당장 알았심돠 했다. 오후에 2개 드리냐고? 당근. 드린다. 1개를 반으로 짤라서 2개로 만들어 드리면 2개인줄로 아시니까....ㅎㅎㅎ
아부지땜시 시껍한 요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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