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 127

결국 네티즌들도 관리대상이란건가?(펌)


BY 아지매 2006-05-19

선관위가 정당과 후보자 지지 혹은 비판하는 글 쓰려면 이름까고 쓰라고 한단다.
좋게 보면 흑색선전하지 말고 스스로의 책임하에 글 쓰라는 얘기지만 나쁘게 보면 자유를 제안해 관리를 하겠다는 거다.
 
아무런 입증내용도 없이 하이에나 물어뜯듯이 당이며 사람이며 물어뜯는 글들을 보며 나 자신도 빡돌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만 어찌됐든 함량미달의 글이 인터넷 상에서 어떤 생명력을 갖는가를 좀 길게 보면 그간 우리 네티즌들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천천히 스스로 정화를 해 나가고 있는 중이다. 이는 사상최초로 스스로가 정보가 되고 스스로가 언론이 되어가는 일련의 과정들이며 넷선진국으로서 자부심 만빵의 모델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 우리나라다.
 
그런데, 탐욕협동조합이 눈엣가시처럼 여기던 네티즌들을 한 번 건드려본 적이 있다. 바로 인터넷 실명제.
그랬더니 네티즌들 벌떼처럼 들고 일어났다. 저들은 주춤했다. 그리고 돌아가는 방법을 선택한다.
 
선거기간중 한시적으로 실명제. 서프에서 대부분 눈팅들은 알바들 안봐서 속시원하다고 환영하는 모습이다만 이거 그냥 한시적으로 한 번 해보고 마는 일이 아니다.
 
이제, 이는 선례가 된다. 이후 언론과 정치계에서 무슨 말을 할까? 함 상상을 해서 헤드라인을 뽑아본다.
 
"실명제, 네티즌들도 반기는 모습"
"책임있는 의사표현으로 한국인터넷 문화 더욱 선진화"
"실명제, 해보니까 되네!"
 
인터넷. 큰 틀에서 보면 정보의 바다다. 더럽고 추잡한 정보도 있지만 꽤 고급의 정보도 흘러다닌다. 무엇에 기인해서? 바로 익명성 때문에.
 
익명성을 놓치는 순간 더러운 흑색선전을 차단하게 되지만 고급정보도 맥이 뚝 끊긴다.
익명성을 놓치는 순간 스스로 판단하고 스스로 움직이는 생명을 잃고 관리의 대상이 되어간다.
익명성을 놓치는 순간 힘빠져가는 조중동은 새로운 동력을 얻고 시민의 힘은 사그러져 간다.
 
인터넷의 익명성은 분명 양날의 검이다. 우리는 나쁜 쪽의 면을 시간과 경험을 통해 극복해 나가고 있었으며 서서히 정보를 무기로 치환하는 기술을 습득해 나가고 있었고 그것은 그 누구의 관리가 아닌 스스로의 역량이 되어 시민의 힘으로 축적되어가고 있었다.
 
이는 오랜기간이 필요한 일이며 갖은 시행착오를 반복해야 하는 일이다.
 
그 누구의 간섭도 없이 우리가 스스로 헤쳐가고 강해져가는 과정을 가는 길에 난데없이 길잡이가 나타나 가이드라인을 주겠다고 한다. 이거 반발해야 하는 일이다. 우리는 관리의 대상이 아닌 스스로 판단하고 움직이는 생명체다. 바다를 뛰놀던 물고기에게 안전하답시고 어항에 가두고 세끼 주는 밥 먹으라는 거다. 대신에 어디서 뭐하는지 어항주인이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네티즌이라면, 누군가의 관리대상이 아닌 자유인이라면 이 시도에 가슴을치며 분노해야 한다.
 
어떻게 아파하면서 가꿔온 바다인데 이걸 저들 손에 들려주느냐 말이다.
 
화 나야 한다. 열 받아야 한다. 당신이 네티즌이라면, 당신이 자유인이라면, 당신이 공화국의 시민이라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