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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전평]2006 독일월드컵 G조. 프랑스 vs 대한민국


BY 불펌이 2006-06-19

1. 경기 개요

2006 독일 월드컵 G조 세 번째 경기, 프랑스vs 대한민국의 경기가 독일 라이프치히에서 개최되었습니다. 아트 사커라는 칭호를 들을 정도로 예술적인 축구였지만 이제 노쇠한 병든 닭이라는 평가를 듣기도 하는, 하지만 여전히 강호에 들어가는 프랑스와 지난 2002월드컵에서 홈 텃세로 4강에 올랐다고 평가 절하를 당하는 다크호스 대한민국의 경기는 많은 축구팬들의 이목을 집중하였습니다.

특히 무너져가는 프랑스를 구원하기 위해 합류했다가 할머니라고 욕만 먹고 있는 지단, 마켈렐레, 튀랑 등이 과연 정상적인 플레이를 할 것인가, 5경기째 이어오고 있는 프랑스의 월드컵 본선 무득점 징크스가 이어질 것인가, 앙리의 7경기 무득점이 이어질 것인가, 그리고 지단과 앙리의 미스매치로 인한 지단 패스의 앙리 골이 없는 징크스가 이어질 것인가, 마지막으로 프랑스의 원정 월드컵 20년 무득점 징크스가 깨어질 것인가가 관심거리였습니다.


2. 전술 및 경기 개요

대한민국 4-3-3

      조재진
박지성         이천수
    이을용 이 호
      김남일
김동진 김영철 최진철 이영표
      이운재

프랑스 4-2-3-1
      앙 리
 말루다  지 단  윌토르
   마켈렐레 비에이라
아비달 갈라스 튀 랑 사 뇰
     바르테즈

예상대로 프랑스는 경기 시작과 함께 몰아치기 시작했습니다. 말루다, 윌토르의 측면 공격과 지단의 위협적인 패스, 그리고 미드필드부터 끊고 빠르게 연결하는 마켈렐레와 비에이라는 최전방 앙리에게 위협적인 패스를 계속해서 공급하면서 경기를 풀어나가기 시작했습니다. 대한민국은 지단 킬러 김남일 선수가 지단 선수를 집중 마크하는 가운데 이을용, 이호 선수가 수비적으로 마켈렐레와 비에이라, 그리고 말루다와 윌토르를 상대하면서 대한민국이 다소 밀리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초반의 거센 공세를 막아내지 못하고 전반 9분 윌토르의 슈팅이 김남일의 발을 맞고 공교롭게 앙리에게 연결되면서 앙리가 무득점의 징크스를 끊으며 프랑스가 1-0으로 앞서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대한민국은 다소 몸이 풀린 것처럼 보이며 상대에게 좀 더 거세게 부딪히기 시작했습니다. 이에 따라 대한민국은 비록 전반에 슈팅을 하나도 기록하지 못했지만 위협적인 프리킥도 하나 만들어내며 크게 밀리지 않는 경기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전반 중반 비에이라 선수의 슈팅을 이운재 선수가 손으로 쳐 냈는데 사실 골라인을 거의 넘어간 것으로 보였으나 이운재 선수의 노련한 몸동작에 시야가 가린 부심이 골을 선언하지 않았고 튀어나온 공을 이호 선수가 차내면서 전반의 결정적 위기를 넘기게 되었습니다.

후반, 대한민국 4-3-3

      조재진
설기현         이천수
      박지성
    이 호 김남일
김동진 김영철 최진철 이영표
      이운재

후반 들어 대한민국은 이을용 선수를 빼고 설기현 선수를 투입하면서 박지성 선수를 공격형 미드필더로 내리고 공격적으로 경기 분위기를 바꾸어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예상과는 달리 프랑스 선수들의 체력이 그다지 떨어지지 않는 모습을 보이면서 경기는 점차 박빙의 양상으로 바뀌었습니다. 하지만 프랑스의 바람과는 달리 프랑스의 공격은 번번히 끊기기 시작했고 점차 경기가 이루어지는 지역이 센터 서클을 주변으로 한 미드필드로 옮겨가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간혹 나오는 역습 찬스에서 공격수 숫자 부족 현상을 보이며 번번히 프랑스에게 공격이 차단되는 모습을 보이며 답답한, 하지만 뜨거운 경기 양상이 반복되었습니다.

후반 15분, 프랑스, 4-2-3-1

      앙 리
 말루다  지 단  리베리
   마켈렐레 비에이라
아비달 갈라스 튀 랑 사 뇰
     바르테즈

하지만 점차 프랑스 선수들은 다소 지쳐가는 모습을 보여갔고, 김남일 선수에 의해 거의 경기장에서 사라져버린 지단은 거의 제대로 플레이를 못하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프랑스는 윌토르 선수를 빼고 프랑스의 기대주 리베리 선수를 투입하면서 흐름을 바꾸려는 시도를 하였습니다.

이 경기에서 전반적으로 프랑스와 대한민국은 두 팀 모두 두 명의 윙 포워드가 계속해서 위치를 바꾸어가며 상대를 흔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따라서 포메이션 상에서 보이는 말루다 <-> 리베리의 위치나 설기현 <-> 이천수, 박지성 <-> 이천수 등의 위치는 경기 중간 중간 계속해서 바뀌었습니다.

후반 24분, 대한민국 4-3-3

      조재진
설기현         이천수
      박지성
    김상식 김남일
김동진 김영철 최진철 이영표
      이운재

후반 24분, 이호 선수가 상대의 발에 뒤통수를 채이면서 부상 아웃되고, 식사마 김상식 선수가 투입되었습니다. 김상식 선수는 늘상 과감하고 확실하게 상대를 차단하는 뛰어난 수비 능력을 가진 반면, 간혹 그 파울이 페널티 에어리어 안에서 나오던지 아니면 경고를 받을 정도로 심하게 나오기 때문에 불안한 면이 없지 않았습니다만, 이 시점에서 김상식 선수가 투입되면서 대한민국은 미드필드 싸움에서 주도권을 가져오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미드필드에서 간혹 상대에게 돌파당하기도 했지만 전반적으로 강력한 협력 압박 수비를 통해 이후 경기 양상이 바뀌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후반 27분, 대한민국 4-3-3 혹은 4-4-2 혹은 변형 4-2-1-2-1

     ←조재진    ↑
  안정환→  ↑   설기현
      박지성
    김상식 김남일
↑      ↙     ↑
김동진 김영철 최진철 이영표
      이운재

후반 27분, 프랑스가 완전히 지쳐가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하자 아드보카트 감독은 드디어 결정적 승부수를 띄웁니다. 다소 많이 뛰어서 서서히 지쳐가던 이천수 선수를 빼고 안정환 선수를 투입하며 완전히 공격적인 흐름으로 경기 양상이 바뀌게 됩니다. 이 시점에서 포메이션은 다소 변형된 형태를 취하게 되었습니다. 기본적으로 김영철, 최진철 두 선수는 수비적으로 포진하고, 두 명의 사이드백 중에서 한 쪽이 오버래핑을 하면 다른 한 쪽은 수비적으로 포진하면서, 중앙의 김남일 선수가 유사시 중앙 수비에 가담하는 형태였습니다. - 일반적으로 4백 축구에서 많이 사용하는 공격 형태입니다. - 그리고 안정환 선수는 윙 포워드라기 보다는 프리롤 셰도우 스트라이커에 가깝게 포진했으며 박지성 선수는 공격과 수비에 모두 가담하는 프리롤 공격형 미드필더의 자리로 포진합니다. 그리고 설기현 선수는 우측 측면으로 이동하여 사이드라인을 타고 치고 들어가는 역할을 담당했으며 이 과정에서 이영표 선수와 끊임없는 포지션 체인지를 통해 상대 아비달 선수의 경고까지 이끌어냅니다. 그리고 중앙에서 상대 수비수인 갈라스, 튀랑과 진정한 혈전을 보여주며 분투한 조재진은 상대 수비를 왼쪽으로 끌고 나오는 역할을 하며 이 공간을 안정환 선수와 박지성 선수가 파고들 수 있도록 움직입니다.

결국 후반 36분, 대등한 경기 양상으로 공격을 시도하던 대한민국은 설기현 선수의 오른쪽 돌파에 이은 크로스를 조재진 선수가 상대 수비수를 이겨내며 헤딩으로 중앙에 쇄도하는 박지성 선수에게 연결했고 박지성 선수는 감각적인 상대 골키퍼를 넘어가는 슛을 시도했습니다. 이 슛은 바르테스 선수가 선방으로 막아내나 싶었지만 결국 상대 골문으로 빨려들어갔고 경기는 1-1 로 바뀌게 되었습니다.

후반 43분, 프랑스, 4-2-3-1

      앙 리
 도라소  지 단  리베리
   마켈렐레 비에이라
아비달 갈라스 튀 랑 사 뇰
     바르테즈

후반 43분, 프랑스는 치질 수술 후 통증에 시달리던-_-;; (이건 웃자고 하는 소리입니다) 말루다 선수를 빼고 도라소 선수를 투입하고 경기 양상을 바꿔보고자 시도합니다. 공격을 주도하던 대한민국은 이 시점을 전후하여 김남일 선수가 상대의 과격한 테클에 부상을 입고 잠시 경기장을 벗어나 있는 상황에서 주도권을 잃게 되었습니다. 이것은 상당히 아쉬운 부분인데, 만약 김남일 선수가 부상으로 잠시 빠지는 상황이 없었다면 경기는 완전히 대한민국의 페이스로 넘어올 수 있었습니다. 이것은 다시 말해 프랑스의 경기 운영이 역시 노련하다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후반 46분, 프랑스, 4-2-2-2

    앙 리 트레제게
도라소         리베리
   마켈렐레 비에이라
아비달 갈라스 튀 랑 사 뇰
     바르테즈

인저리 타임에 프랑스는 지단을 빼고 트레제게를 넣으면서 마지막 희망을 불태워보지만 무의로 돌아갔고, (트레제게가 인저리 타임 교체라니, 레이몽 감독 미쳤구나? 어쨌든 고마워~) 후반 48분 대한민국은 마지막 프리킥 찬스를 맞이해 안정환 선수가 강슛으로 연결했지만 아쉽게도 골대를 살짝 빗겨가며 경기는 1-1 무승부로 종료되었습니다.


3. 부자는 망해도 3년은 간다

사실 저는 부정탈까봐 미리 말은 안했지만 이 경기의 우리가 질 가능성이 훨씬 높다고 봤습니다. 왜냐하면 프랑스의 아트사커라는게 늙은 닭, 병든 닭이라고 그리 무시할 수 있는 만만한게 아닌데다 우리 선수들의 조직력도 2002년보다는 많이 떨어지는 편이고, 마지막으로 프랑스 선수들이 눈에 불을 켜고 독기를 품은채 경기에 임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역시 경기 내용은 글자 그대로 부자는 망해도 3년은 간다는 속담이라던가, 뭐 이런 저런 이야기처럼 프랑스가 왜 아직 탑 시드에 속하는지를 여실히 보여주었습니다. 선수 개개인의 순간적인 동작은 사실상 우리 선수들을 압도했으며 개인기라던가 공간을 파고드는 능력, 그리고 경기를 운영하는 능력에서 현격한 차이를 보여주었습니다.

특히, 앙리의 골 장면이나 지단의 패스에 이은 앙리의 슛(이운재 선방)에서 볼 수 있듯이 우리 수비수들은 상대 원톱 앙리를 완전히 놓쳤고, 반면 앙리 선수는 골이 날 곳을 어김없이 찾아 들어가는 세계 최고 스트라이커의 모습을 여실히 보여주었습니다. 어쨌든, 앙리의 골은 우리 수비수의 한계가 무엇이며 앙리가 왜 세계적인 선수인가를 여실히 보여준 골이었고, 우리가 어떤 점에 집중해서 발전해야 하는 것인지를 보여준 골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우리 미드필더들이 상대 공격형 미드필더 세 명을 막기 위해 꼼짝도 못했고, 두 명, 세 명의 수비수들이 앙리 한 명에게 매달린 관계로 우리 공격진이 상대 수비형 미드필더와 수비수들에게 초반에 완전히 막혀버린 점도 경기가 전반에 힘들었던 원인이었습니다. 즉, 수비가 불안하니 윙백이 오버래핑을 못하고, 윙백이 오버래핑을 못하니 윙 포워드가 수비 가담을 위해 내려오고, 윙포워드가 도와주지 않으니 센터 포워드가 고립되고, 그래서 패스가 번번히 끊겨서 수비 부담이 가중되는 모습이 전반에서 볼 수 있었던 모습이었습니다. 이렇게 축구는 어느 하나가 안되면 연쇄적으로 하나씩 흔들리는 것이며, 왜 수비가 좋은 팀이 강팀인지를 알 수 있게 해 주는 것입니다.


4. 그러나 부자도 3년 지나면 빈털터리 된다

그러나 축구는 90분을 뛰는 경기입니다. 따라서 볼을 예쁘게 잘 찬다고 이기는 것도 아니며, 상대에게 비록 밀린다고 하여도 체력 싸움에서 이기면 반드시 기회가 찾아오게 되어 있습니다. 이 경기의 양상은 누구나 전반 프랑스의 기술, 후반 대한민국의 체력이 관건이 될 것을 예상할 수 있었고, 경기 결과는 그대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김남일 선수는 지단 선수를 완전히 틀어막으며 지단 킬러로서의 명성을 이어갔고, 결국 지단이 후반 종반 교체되어 나가면서 신경질을 부리게 하는데 톡톡히 공을 세웠습니다. 또한, 이호와 이을용, 김상식 선수, 이렇게 수비형 미드필더들이 각자 자기 역할을 충실하게 해 주면서 미드필더 싸움에서 크게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비록 몇 차례 상대의 돌파에 뚫리기는 했어도 겹겹이 이어지는 공격적인 수비가 위기를 넘길 수 있게 해 주었습니다.

결국, 마켈렐레, 지단, 비에이라, 이렇게 프랑스의 중앙 미드필더 세 명은 후반에 체력 부족을 드러내며 무너져내렸고 대한민국의 동점골도 이런 과정에서 나오게 되었습니다.

5. 왜 압박을 안해요?

이 경기를 본 적지 않은 시청자들은 왜 대한민국의 압박이 거의 없는지 궁금했을 것입니다. 실제로 그런 질문이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에 올라오는 것 같습니다. 실제로도 대한민국은 2002년의 모습에 비해 압박이 많이 상실된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그것은 왜일까요?

몇번에 걸쳐 말한 바 있듯이 축구는 상대적입니다. 상대의 장점이 아예 나오지 못하게 막는 것이 바로 축구에서 가장 잘 하는 수비입니다. 압박을 깨트리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빠르게 이어지는 패스와 순간적인 돌파입니다. 상대가 압박을 하러 달려올 때 그 틈을 비집고 패스하거나 돌파를 함으로써 압박으로 인해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공간으로 공격해 들어가는 것입니다. 전반전에는 프랑스의 이런 공격이 끊임없이 이어졌기에 대한민국 선수들은 효과적인 압박을 하지 못하고 뚫리는 모습을 종종 노출한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섣불리 압박을 하지 못하게 되고 상대에게 공간을 내주게 되는 현상이 벌어지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2002년에는 어떻게 그렇게 압박을 잘 할 수 있었을까요? 그것은 당시에는 리그와 모든 것을 포기한 채 장기간 합숙 훈련을 통해 조직력을 끌어올렸기 때문입니다. 대한민국 선수들은 2002년 이전까지는 zone defence 개념이 거의 없이 대인 마크에 집중했고 이에 따라 압박을 하게 되면 압박한 선수의 자리가 필연적으로 비게 되었습니다. 반면 2002년 대표팀은 압박한 선수의 빈 공간을 다른 동료 선수가 채워주며 공간을 선점해 나가는 플레이를 잘 했기에 상대 선수들이 패스할 곳이 없어 압박을 당해 볼을 빼앗기게 만들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 선수들과 K리그의 수준도 많이 향상되어서 이제 오랜 합숙 훈련이 없이 쌩쌩한 프랑스로는 좀 무리이더라도 약간 지친 프랑스 정도는 압박이 가능할 정도 수준까지 압박과 공간, zone defence 개념을 가지게 되었고, 후반들어 우리의 압박이 통하면서 상대의 패스가 자주 끊기는 모습이 나오게 된 것입니다.

앞으로도 대한민국은 더 이상 장기간 합숙 훈련은 어렵고, 사실 그것도 닥쳐서 하는 벼락치기일 뿐 좋은 방향은 아닙니다. 따라서 K리그에서 좀 더 공간과 zone에 대한 개념이 선수들에게 심어질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할 필요가 있습니다.


6. 좌동진 우영표 과연 좋은 선택이었나?

이것에 대해서는 긍정론과 부정론이 모두 존재할 수 있습니다. 긍정적인 측면은 두 윙백(사이드백)이 모두 공격적 재능을 가지고 있고 수비도 어느 정도 되기 때문에 역습 찬스에서 유리하다는 점이겠고, 부정적인 측면은 역시나 좌동진 보다는 좌영표의 파괴력이 훨씬 높다는 점입니다.

송종국 선수가 많이 개선된 모습을 보여주고는 있으나 아직 수비 동작에서 엉덩이의 위치가 높고 보폭이 넓어 예전의 수비력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점은 많이 아쉽습니다. 토고 선수들 정도는 묶을 수 있지만 윌토르나 리베리, 그리고 앙리와 같은 선수들을 묶을 수 있었을까라는 질문에는 자신있게 답하기는 조금 어렵습니다.

아마도 아드보캇 감독으로서도 이런 딜레마로 인해 좌동진 우영표를 기용한 것으로 보이며, 결과적으로 그럭저럭 괜찮은 모습이었습니다. 하지만, 상대가 우리 왼쪽 진영으로 공격해 들어올 때 김동진 선수가 제 때 나가서 압박하지 못하고 상대에게 공간을 허용함으로써 크로스가 올라오게 만든 장면이 몇 장면 있었으며, 특히나 김영철 선수가 나가지도 들어오지도 못하고 있는 상태에서 이런 상황이 발생한 점은 스위스전을 대비해 반드시 개선되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7. 제몫 해준 공격수

우선 조재진 선수는 그 동안 화려한 무브먼트에 이은 실속 없는 플레이를 한다는 비난과는 달리 상대 수비수들과 정말 혈전을 벌이며 늙은 상대 수비진을 지치게 만들어 주었고 동점골을 어시스트하는 등 맹활약을 보여주었습니다. 앞으로의 경기에서도 아드보캇 감독은 조재진 선수를 선발로 중용할 것으로 보이며 계속해서 상대 수비를 지치게 하고 또 기회가 닿으면 골도 하나쯤 기록해 주었으면 합니다.

이 경기에서 가장 고무적인 것은 설기현 선수의 완벽 부활입니다. 후반 중반 잠깐씩 사라지기도 했지만 상대의 피지컬에 밀리지 않는 모습과 함께 손꼽히는 윙백 중 하나인 아비달을 따돌리며 돌파하고 칼날 같은 크로스를 연결해 결국 동점골의 시작점이 된 것은 향후 경기 운영을 함에 있어 큰 무기가 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활기찬 이천수 선수에게 시달리던 아비달 선수는 결국 설기현 선수를 막아내지도 못하고 경고 누적으로 마지막 토고와의 경기에 출전도 못하고 아마도 짐을 싸게 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이건 아직은 바람이지만..^^;;)


8. 아쉽지만 잘 한 경기, 이제 대한민국은 강팀입니다

비록 프랑스를 상대로 많이 밀리는 경기였고 1-1로 비긴 무승부였지만 결론적으로 대한민국은 이제 더 이상 세계 무대에서 함부로 볼 수 없는 강팀이라는 것이 확실하게 입증되었습니다. 토고와의 경기에서도 0-1로 리드를 당하는 상황에서 역전을 했고, 강팀 프랑스를 상대해서도 0-1로 리드 당하는 상황에서 1-1 동점을 만들고 후반 막판 거세게 몰아치는 플레이를 한 점은, 이제 대한민국이 어디에 가서도 자신감을 잃지 않고 꼭 이길 수 있는 자신감을 갖게 만드는 기념비적인 경기였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축구인과 축구매니아들이 토고전 1승에도 고마와하며 프랑스와의 경기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어 우리가 절대 꿇릴게 없다는 자신감을 얻게 해 주기를 바랐는데, 그 기대에 100% 부응했다고 봅니다. 하지만 반대로 이제 대한민국은 어느 팀을 상대할 때도 상대가 대충 무시하며 나오지는 않을 것이라는 기분좋은 부담을 안게 되었습니다.

리뷰 내용이 축제 분위기는 아니라서 서운하실지 모르겠는데, 개인적으로 우리의 한계와 또 그 한계를 뛰어넘는 발전을 확인한 한 판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대한민국은 예전의 "울면서 퇴장하던" 대한민국이 아니라 "누구도 무시할 수 없는" 팀이며, 더 이상 다크호스가 아니라 "아시아의 최강자"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우리가 이 경기에서 얻은 것이고, 우리나라 축구인들과 축구 꿈나무들의 가슴에 이런 자신감이 깊이 각인되었으리라 생각합니다.

어쨌든 설기현 선수와 앙리 선수가 이야기를 나누며 유니폼을 교환하는 모습 - 두 선수는 CF도 함께 찍고 경기도 몇 차례 하는 등 인연이 깊습니다. 앙리 선수가 설기현 선수 약올리기도 했고 - , 그리고 박지성 선수가 웃으며 은별이(실베스트르)와 유니폼을 교환하는 모습, 그리고 이영표 선수가 헛다리짚기로 프랑스 수비 세 명을 농락하던 모습, 그리고 지단이 신경질 부리며 경기장을 나가던 모습에서 달라진 대한민국 축구의 위상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9. G조 전망

스위스 : 프랑스와 비기는 작전
대한민국 : 결과적으로 프랑스와 비김

토고 : 프랑스와 비기는 작전... 프랑스 3무로 탈락? -_-;;


자, G조 역시 마지막 뚜껑을 열어보아야 알 수 있는 혼전 양상으로 빠져들고 있습니다. 현재 승점 4점으로 조 1위인 대한민국이 가장 유리하기는 하지만 마지막까지 알 수 없는 상황입니다.

우리 선수들, 잘하셨습니다. 이제 기운 차리고 16강 갑시다!

배리 이진행 올림

ⓒ 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