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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내 얘기를 하고 싶다.


BY 강박녀 2006-06-29

심리 상담사에게 상담을 하러 갔다,아이(초등1년)가 학교에서 교우관계에 적응을 못 하는거 같아서다.사실 애 자신은 그렇게 많이 스트레스 받는거 같진 않았다.내가 보기에 너무 답답해서인거 같다.

아니 사실은 내 맘이 실타래 얽힌 것 처럼 복잡하고 힘들어서 갔는지도 모른다.

상담사는 아직 결혼을 안한 것 같은 나보다 나이 어린 사람이었는데,솔직히 남에게 하지 못했던 말들을 했을 때 조금은 개운한 감도 없지 않았다.

상담사는 우리 아이에 대해,가족이나 친구에 대한 생각이 긍정적이고 전반적으로 생각하는게 긍정적이라 했다.다만 아직 친구들간의 의사소통 방법을 터득하지 못 했을 뿐이라고 했다.

문제는 나다.우울이나 강박의 수치가 높다고 했다.우울의 수치가 높을거라고는 생각했다.결혼한 이후로 난 행복한 적이 없었으니까(그전에도 행복하기만 한건 아니지만).

그런데,강박이라...

나는 인상이 샤프한 편이다.날 처음보는 사람은 날 그렇게 본다.정말 찔러도 피 한방울 안 나고 매사 맺고 끊고가 정확할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나와 가까운 사람은 내가 많이 덜렁대고 잘 어지르고 맘이 약하다는 걸 안다.

그런 내가 강박의 수치가 높다니...집에와서 생각해보니 그 상담사가 너무 데이터에 의존하여 상담을 한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었다.

하지만,난 강박이 있다.내 스스로 다른 사람에게 그걸 강요했다고는 생각질 않을 뿐이다.난 내 자신의 실수를 용납 못하여 잘 될 가능성이 적은 것은 아예 시도조차 하지 않을 뿐이었고,혹시라도 그런 것들을 강요에 못 이겨 했을 때 사람들은 나를 보고 덜렁대거나 실수가 많다고 했던거 같다.

그럼 내가 이렇게 된 이유가 뭘까?

첫째는 나의 엄마다.

나는 어릴적부터 엄마와 사이가 안 좋았다(지금은 워낙 엄마가 안 좋은 상태에 처해져서 동정하고 있는 중이지만).

엄마는 커리어 우먼이었고,사회적으로 인정을 받고 있었고 자신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했다.친정 아버지도 사회 지도층에 계셨고,사회적으로 인정 받는 분이었고.형제들은 다 IQ가 150 정도 되었고,공부도 잘 한데다가 오빠는 인물까지 출중했고,동생은 인물은 오빠나 나에 비해 떨어졌지만,역시 머리 좋고 공부 잘 했고 유모 감각과 잡기에 능해서 사람들한테 인기가 좋았다.

반면 나는 IQ도 보통이었고(123) 공부도 그런대로 잘하긴 했지만,오빠와 동생에 비해서 택도 없었다.오빠와 동생이 전교에서 5등 안에 들때 나는 반에서 그 정도 했으니까.

그래서,내 부모님들은 나를 해봤자 안 되는 애로 생각하셨다.

부모님 친구분들이 다 부모님과 같이 사회적으로 어느 정도 위치에 있는 사람이었고,그들의 자녀 또한 다들 똑똑하고 공부를 잘했고,나는 공부에 대해선 비교 당하지 않았지만(이미 날 포기하셨으니까) 형제들은 끊임없이 비교 당했다.내가 비교 당한 점은 단 한가지,다른 집 딸들은 엄마를 그렇게 도와준다는데 나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그도 그런 것이 나의 엄마는 완벽주의였고 내가 뭘 도우려고 해도 이것밖에 못하냐고 언제나 핀잔을 주셨다.그러니 내가 하고 싶겠는가.그때부터 나의 강박증은 시작된거 같다.엄마 앞에선 완벽해 보이려는.그래서 엄마한테 저평가 받는 것들은 아예 시작조차 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었던거 같다.

차별은 어려서부터 시작되었다.치사한 얘기지만 어려서 좋은 반찬은 언제나 오빠 차지였고 편식없이 아무거나 잘 먹는 나는 언제나 먹다 남은 반찬을 먹어야만 했다.오빠가 뭘 사달라면 아무 군소리 없이 사주시면서 내가 말하면 핑계를 대고 안 해주셨다.그때부터 나는 부모님께 뭔가 해달라고 하지 않았다.사춘기때가 되어 애들이 멋부리는 걸 좋아할 때도 난 그랬다.엄마는 그런 나를 이상하게 생각했다.다른집 딸들은  뭐도 사달라 한다는데 너는 왜 그러냐고.난 그때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엄마는 직장 다닌다는 이유로 나에게 집안 일을 많이 시켰던거 같다.물론 지금 생각하면 힘든 일은 아니었지만,엄마는 내가 집안일을 잘 안 한다고 하셨고 내가 했을 때는 못 한다고 구박했던거 같다.

난 엄마에게 한번도 칭찬을 들어본 적이 없다.한번은 너무 감정에 북받쳐서 엄마한테 말했다.엄마는 도무지 나한테 칭찬을 할 줄 모른다고.그랬더니 엄마가 그러더라.니가 칭찬할게 있어야 칭찬을 하지.니 할일(지금 생각해보면 엄마의 생각이 앞서가는거였다.엄마는 소위 말하는 집안일이 자신의 일이라 생각질 않고 가족 공동의 일이라 생각하셨던거다)도 제대로 못하면서... 너 같은 애는 죽었다 깨어나도 직장일 절대 못 한다.내 말이 맞나 틀리나 봐라,니가 제대로 직장생활하면 내 손에 장을 지진다. 그런 말을 여러차례했고 그건 내 가슴에 못으로 박혀 버렸고,나는 그 뒤에 엄마 말대로 제대로 직장 생활 못하고 지내다가 그냥 결혼해버렸다.엄마에게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꼭 성공해야지 하고 생각했는데...나는 아무 것도 도전할 수가 없었다.실패하는 모습을 엄마에게 보여주기가 겁난거다.

결혼을 하고 나면 그것에서 벗어날 줄 알았다.

나의 강박증에 영향을 준 두번째 사람은 남편이다.

남편은 쇼핑중독이다.뭐든 사들이고 뭐든 주워서 집안에 가지고 들어온다.방하나가 그런 물건들로 창고처럼 쌓여있다.방 하나만 그런게 아니고 그곳에서 물건이 넘쳐나면 거실에도 놓고 다른 방에도 갖다 놓는다.집안 전체를 창고화 시키려고 한다.그러면서 자기와 관계있는 물건들은 손도 못대게 한다.치우지도 못하게 하고(만약 자기가 찾는 물건을 못 찾으면 나한테 버렸다고 뒤집어 씌우고 심하게 화를 낸다).

어지르기는 엄청나게 어지른다.나도 그리 깔끔한 성격이 못 되지만 남편은 너무 심하다.아마 남편은 우리집 쓰레기통이 어디 있는지도 모를테고 그 뚜껑을 열어본 일은 더더구나 없을거다.약 먹으면 약 먹은 봉지 그 자리에 놓고 과자나 아이스크림을 먹어도 마찬가지,신문과 광고지는 낱장으로 흩어져 있고,무슨 옷을 찾는지 옷이나 양말 한번 꺼내 입으면 그 서랍에 들었던 옷과 양말들이 다 나와 있거나 서랍 속에서 뒤섞여 있고,입었던 양말과 옷 뱀허물 벗듯이 하는건 기본이고,치약 로션 쓰고 뚜껑도 안 닫아놓고,오줌 누면 변기 물도 안 내리고,방의 불은 곳곳에 켜놓고 끄지도 않고...아이들 보다 남편이 더 어지른다.

난 아이들이 이런 남편의 모습을 닮을까바 아이들에게 정리정돈을 강조한다.그리고 내가 어질러진 집안을 피곤하다거나 일이 있어 시간이 없어서  치우지 못한다거나 해도 언제나 그걸 치워야 하는데 치워야 하는데 하면서 맘 편히 있지 못하는거 같다.그게 일종의 강박증이 됐을 수도 있는거 같다.

난 그래도 웬만하면 부지런히 치운다.그런데 친정엄마는 그러신다.집안꼴이 그게 뭐냐고.넌 직장도 안 다니는데 그게 다 니 일인데 그거 하나 못하냐고.집안일에 관심 좀 가지라고.오늘도 엄마랑 전화통화하다 그 잔소리 듣기 싫어 전화기 내려 놓았다.

남편이 나에게 강박증을 갖게 하는 또 한가지 이유는,남편은 집안 살림이나 자녀교육에 아주 지나치게 관심이 많다.물론 전혀 도움은 못된다.

남편은 가끔 냉장고를 열어보며 유효기간이 지난 물건이 없나 살펴보고 싱크대 배수구가 깨끗한지 살펴보는 등 집안 구석구석을 살피고 잔소리를 한다.자기는 집안을 쓰레기장을 만들면서.난 그 인간 원래 그렇게 생겨먹은 인간이다하고 웬만하면 잔소리 안 하는데,이 인간은 자기 10번할때 내가 한번하는 잔소리는 결벽증이네 뭐네 하고 자기 잔소리 한건 잔소리가 아니란다.

애들 교육도 자기가 시키고 싶은거 억지로 시키게 하고 팜플렛까지 얻어다 주고,영어랑 한글 안 했을 때 다른 집 애들은 3~4살 때 줄줄 하는데 우리 애만 안 시킨다고 나를 얼마나 잡았는지 모른다(우리 아이  5세때 스스로 다 깨우쳤음).자기가 시키고 싶은거 시키게 해서 했는데 애가 하기 싫어하면 내가 흥미유발을 못 해서 그런거라고 나를 또 잡는다.

그리고 아이에게 조금이라도 긁힌 자국이라도 나면 애를 어떻게 보냐고 또 나를 잡는다.

이런 남편한테 틈을 보이지 않기 위해 나는 아이에게 많이 신경을 쓴다.그게 또 강박증으로 작용하는지도 모르겠다.

잘 알지도 못하는 친정엄마는 나더러 왜 이리 자식한테 집착하고 사냐고 한다.나도 내 삶을 살고 싶다.하지만,내가 조금이라도 긴장을 늦추면 남편이 또 나를 잡을 것이다.내   강박증 연속의 원인은  고로 남편이다.

나 편히 살고 싶다.돈은 없더라도 마음 편히.

그래도 타고난 천성이 낙천적인 딸이어서 아직은 맘이 건강하다니 고마울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