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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하지 않아요 하루하루가 피곤합니다


BY 괴로워 2006-07-26

결혼전 혼자일 때가 행복했다

자유로웠고 구속도 없었구 친정식구들은 날 믿었으며

내 의사를 존중했다

 

결혼하고 행복하지가 않았다

남편은 매일 늦었으며

밥도 혼자 먹어야했고

결혼전에 주말이 꿀맛이었다면

결혼후에 주말은 언제나 늘 시부모님의 모닝전화로

오라는 전화로 주말기분은 늘 그렇게

망쳐진 기분으로 시작했다

 

결혼후에 주말은 식은죽맛보다 더 싫다고 해야할까

그리고 엄마도 그랬듯이 사실 주부들에게

휴일이 어딨을까

남편들은 주말은 게으름 부리며 쉴지 모르지만

어디 아내가 그런가 아내들은

삼시새끼 해다 받치고 할일이 끝도 없다

내경우엔 맞벌이 했을 떄도 늘 그랬으며

심지어 애기를 수술로 낳았을 때도 그러했다

저인간 그흔한 설거지 한번 해주려고 안했다

 

나같은 사람은 부지런하지 못한 사람은

결혼도 하지말고 혼자 살아야했다

아니면 아주 자상한 남자를 만나야했거나...

 

결혼하고 늘 가까이 사는 시부모님과

시누와 모든걸 같이 했다

대가족처럼 우르르 몰려다녔다

외식을 할 때도 휴가를 갈 때도

우리 둘이 가는건 용납못했고

남편또한 시도도 안하는 그들에겐 착한 효자였다

단지 그들에게만...

 

난 결혼전엔 그런 생각을 했다

자식을 잘 기르지도 못할거면서 왜 낳아서 고생시키나...

그런데 내가 결혼해서 새끼를 낳아보니

그게 아니었다

자식이 마음대로 생기는 것도 아니요

또 자식이 생각지도 못하게 덜컥 생기는 경우도 있더라 그말씀

또한 아무리 가난하고 못배우고 무지막지해도

그들부모도 사실 사는게 힘들어서 그렇지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은 당연하며

그들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던 부모가 많다는걸

내가 부모가 되고 내자식을 길러보니 그렇더라는 말이다.

 

결혼해서 행복하지가 않다

남편은 결혼 오년이 넘어도 여전히

마음과 생각이 시댁으로 향해있으며

(그래도 년차가 어느정도 지나면 우리집으로

향할거라 기대했다)

두살된 딸아이랑 하루를 시작하며

하루를 마감하는데

생각지도 못한 둘째가 덜컥 들어서서

난 너무너무 힘들다

 

입덧으로 한달넘게 하루한끼도 제대로 못먹고

있으며 더 괴로운건

굶으면 속이 쓰려서 밥은 못먹어도

식빵이며 그때 그때 땡기는 것을

돼지처럼 꾸역꾸역 울면서 집어넣는다

숫제 아무것도 안먹었으면 좋겠지만

그럴 수 없는 입덧이기에

더 괴롭다.

애기밥도 억지로 차려주며 (헛구역질때문에)

놀아주는 것도 억지로 놀아준다

 

둘째가 생긴 뒤부터는 사는게 더 괴롭다

도대체 내가 이렇게 괴로워서야

어떻게 애를 낳고 키울까

더 걱정스럽다

 

그냥 도망가고싶다

난 너무너무 지쳤고 피곤하다

냉장고의 음식을 통째로 털어서 버리고싶다

막상 땡겨서 사다놓으면 도저히

먹을 수가 없다. 조금먹고 그다음에

그음식이 먹기가 싫다

눈밑은 초최한데

벌써부터 배는 나오고있다.

물론 첫째때도 입덧이 심했지만

첫애때는 마음자세가 달랐다

그래서 잘 극복하고 태교도 열심히 했는데

 

사실 뱃속 둘째에게는 너무너무 미안하다

엄마가 자길 갖고 그렇게 생각한다는걸 알면

아가가 마음이 아플텐데...

내가 삼십대중반인데 아무래도

삼십대를 애들키우는데만 보낼 것같다

사실 애들키우는게 제일 중요하지만

내가 없어져서 너무 서글프다

 

그럼 피임을 제대로 하든가

자신없으면 애초에 지우든가 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겠지

나도 삼자가 말하면 그때 그랬으니까...

하지만 인생이 계획대로 되는게 아니더라...

불임이었기에 피임을 한적이 없었으며

차마 내게 온 애기 지울 수도 없었다...

 

다 껴안을 자신도 없으면서

난 너무 힘들어서 절절맨다

남들은 애 둘 셋도 잘낳고

게다가 시부모도 모시고

참 부지런하게 잘도 살더만

난 왜이리 하나 둘에 헉헉 대는지....

 

권태기인지 우울증인지

남편을 보면 미소도 안나온다..........

연애땐 남편이 털털한 사람인지 알았다

 

힘든 날 어쩌다 애기머리를 안감기고 목욕만 시킨날엔

다음날 아침에 꼭 목욕시키고 출근하는

남편이 결벽증심한 남편이 섬짓하다.

어느날은 하루에 두번 남편이 딸애를 목욕시킨다.

애가 피곤하다고 하지말래도 막무가내다

애가 싫다고 버둥거려도 지멋대로다.

분명 시어머니가 자길 그렇게 길렀겠지

시어머니와 똑같다

애를 씻기고 시댁가도

(세수 안씻겼구나)

라고 우기시는 시어머니...

그러면서 애가 경기하듯 울든말든

상관않고 마음대로 씻기시는 것보면

내가 첫애가졌을 때

입덧을 힘들어하던 내게 전화로 소리질러서

김장하러 오라던 목소리가 잊혀지질 않는다

시어머니든 남편이든

상대를 전혀 배려안하는 인간들..

상대의 기분이 중요한지

씻는게 중요한건지 전혀 뭐가 우선순위인지 모르는

사람들 ...

 

그래도 날 생각해주는 사람은 딱 한사람

친정엄마다.

엄마, 고마워

엄만 나보다 못배우고

더 어렵게 살았으면서 어떻게 힘들걸 다 견뎠는지...

우리만 키우면서 고생하시다가 늙어버리셨네...

고마워.

근데 입덧한다고 음식 매일 싸오시는데

내가 먹질 못해서 너무 미안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