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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함부로 잡지마세요


BY 의사 2006-09-14

사람들은 세균(bacteria), 바이러스(virus), 진균(fungus, 곰팡이균 또는 무좀균) 등을 모조리 '균'이라고 부릅니다. 이런 것 구별하지 않아도 되면 의사질 해먹는 것 재미없습니다. 사람들은 엉터리로 알고 있고, 의사들만 제대로 알고 있어야 뻐길 수가 있으니까요. 세균에 대해서는 다들 웬만큼은 알고 있는 것 같습니다. 바이러스는 세균과는 다릅니다. 이넘들은 세균보다 훨씬 작습니다. 사람의 몸과 세균의 크기의 비율이 세균과 바이러스의 크기의 비율과 비슷하다고 봐도 큰 무리는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바이러스는 너무 작기 때문에 광학현미경으로는 볼 수가 없습니다. 전자현미경으로만 볼 수가 있다고 합니다. 사실 생물의 조건 중에 하나가 스스로 벌어먹고 살아야 한다는 것인데, 바이러스는 그럴 능력이 없나 봅니다. 다른 동물이나 식물 또는 세균에 빌붙어서 삥 뜯어먹고 산다고 합니다. 즉, 바이러스가 세균과 다른 점 중의 하나가 살아있는 세포 내에서만 살 수가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과연 바이러스를 생물이라고 봐야하는지도 헷갈립니다.

세균을 죽이는(정균과 살균이 있는데 의미는 조금 다릅니다) 약을 항생제(antibiotics)라고 합니다. 그리고 진균을 처리하는 약을 항진균제(antifungal agent)라고 합니다. 그런데 바이러스를 죽이는 약은 아직 없습니다. 예외적으로 헤르페스(Herpes)라는 바이러스를 죽이는 약은 있습니다. 그래서 바이러스로 인한 감기, 바이러스성 간염(viral hepatitis), AIDS, 홍역(measles), 풍진(rubella, German measles) 등등에 치료약이 아직 없다는 것입니다. 물론 개발 중이고 일부 개발된 것도 있지만, 아직 완벽하지는 않습니다.

하여튼 바이러스나 세균 등 나쁜 균들이 체내로 들어오면, 우리 몸에서는 이에 맞서서 대처를 합니다. 그것을 면역반응(immune reaction)이라고 하지요. 그런데 일단 얘네들이 들어왔을 때, 온도가 높을수록 이 나쁜 균들의 활동력이 떨어집니다. 그리고 우리 몸의 항체 생산 능력은 올라갑니다. 그렇다면 몸의 면역계가 대처를 함에 있어서 높은 온도가 유리한 환경이 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신체의 온도(체온)를 높이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열(fever)이 나는 것입니다. 즉, 열이라는 것은 몸에서 스스로 해결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유리한 반응입니다. 열을 함부로 잡지 말라는 뜻입니다. 열난다고 무조건 해열제 먹이지 말라는 말이구요. 단 체온이 너무 올라가면 오히려 항체 생산 능력이 저하됩니다. 그래서 심한 고열일 경우에는 예외입니다. 더군다나 열이 너무 심할 경우에는 환자가 매우 힘들어합니다. 그럴 때는 할 수 없이 해열제를 먹어야 하지만, 이것도 근본치료를 할 때까지 임시방편입니다. 열 자체를 잡을 것이 아니라, 열이 나는 원인을 때려잡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원인이 없어지면 열은 자연히 내려갈 것이니까요.

열을 내는 방법은 근육운동입니다. 겨울에 추울 때 떨리는 것도 가만히 있는 상태에서 스스로 열을 내서 추위에 대처하는 신체의 반응인 것입니다. 그래서 나쁜 균에 의해서 병이 생겼을 때, 오한(chilling)이라는 부르는 춥고 떨리는 반응이 동반됩니다. 열을 내서 신체의 온도를 올리기 위한 반응인 것이죠. 애들 이마 만져보고 미열이 조금 있다고 냉장고에서 해열제 꺼내 먹이는 행동은 지양하셨으면 좋겠습니다. 특히 엄마의 손이 차가울 때는 열이 없는 아이일지라도 뜨겁게 느껴집니다. 그래서 열이 난다고 생각되면 반드시 체온계로 측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열이 나도 타이레놀, 머리가 아파도 타이레놀, 근육통이 있어도 타이레놀이 듣습니다. 그래서 두통이나 근육통을 줄여주기 위해서 해열진통제를 처방하면, 이넘의 약이 원하지도 않는 열까지 잡아버린다는 것이 의사들의 불만입니다. 만약 열의 원인이 세균이라면 해답은 항생제입니다. 그리고 원인이 바이러스라면 잘 먹고 쉬면서 기다리는 것입니다. 문제는 두 경우의 구별이 쉽지가 않다는 것입니다.

해열제를 쓰지 않고 열을 내리는 방법이 미지근한 물을 적신 수건으로 닦아주는 것이라는 것은 다들 아실 것입니다. 보호자에게 매우 성가신 방법입니다. 원래 가장 좋은 방법은 가장 성가십니다. 사람의 체온에는 심부온도와 표피온도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왕 열을 내리려면 심부온도를 내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표피온도만 내리면 오히려 심부온도는 더 올라갈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심부온도가 너무 올라가면 뇌가 손상 받을 수도 있습니다. 너무 차가운 물로 피부를 닦아주면 표피온도만 내려가기 때문에 미지근한 물을 권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수건을 대주는 것보다는 피부를 문지르면서 닦아주는 것이 더 효과가 좋습니다. 엄마만 성가십니다. 과거에 우리의 영웅 허준 드라마에서 오한이 있는 환자에게 열 내릴 목적으로 찬 물을 한 동이 들이붓는 장면이 있었습니다. 그렇게 하는 것이야말로 환자 잡는 지름길입니다. 허준이나 작가 중에서 한 넘이 매우 무식하다는 뜻입니다. 저는 허준이 무식하다고는 보지 않습니다. 쥐뿔도 모르면서 알량한 지식가지고 덤비는 넘들이 작가들입니다.

어떤 이유에서든 체온을 올릴 필요가 있다고 판단되어 신체가 체온을 올리는 경우, 뇌의 체온중추에서는 새로운 신체의 온도를 세팅합니다. 그리고 더 높은 온도로 세팅된 목표체온이 될 때까지 체온을 올리는 방법을 동원하게 됩니다. 즉 오한이 시작된다는 것입니다. 자동차의 경우와 비슷합니다. 더 높은 온도로 차의 온도를 세팅하면 엔진이 알아서 히터를 가동시키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목표체온에 도달하면 오한이 멈추게 됩니다.

오한(몸이 춥고 덜덜 떨리는 것)이 일어나는 동안에는 환자가 무척 힘들어합니다. 그럴 때는 가능한 한 빨리 목표체온으로 온도를 올려버려야 합니다. 어차피 목표체온까지 올라가지 않는 한 오한은 계속되기 때문입니다. 즉, 환자를 둘둘 싸라는 것이죠. 이불도 왕창 덮고. 사람들은 열이 날 때 따뜻하게 해주면 안 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것은 맞는 말입니다. 하지만 그것은 목표체온에 도달한 이후에만 적용되는 것입니다. 겨울에 자동차 안에서 어떤 온도를 세팅해놓고 히터를 가동시킨 후 창문을 열어두면 히터는 한없이 돌아갑니다. 세팅된 온도에 도달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신체도 마찬가지입니다.

결론입니다. 적당한 미열에는 해열제 먹이지 마십시오. 단 너무 심한 고열이거나 두통, 근육통이 같이 있어서 환자가 힘들어 할 경우에는 예외입니다. 하지만 해열제도 병원에 가기 전까지 임시방편일 뿐입니다. 그리고 열을 내기 위해서 오한이 지속될 때는 따뜻하게 해주고, 오한이 멈춘 후부터 시원하게 해 주십시오. 애들이 열이 나더라도 잘 먹고 잘 놀면 해열제 먹이지 마시고, 힘들어하면 먹이라는 것입니다. 38선 같은 경계온도는 없습니다.


아이를 키우는 집에서 꼭 갖춰야 할 것.
1. 체온계 /2. 해열제 시럽
타이레놀이나 부루펜 시럽 같은 경우 어느 정도의 안정과 진통효과도 있읍니다.
아파서 보채는 경우 비교적 안전하게 쓸 수 있읍니다.
ASH님의 글에 추가로 군더더기를 붙이자면
체온이 39도 이하인 경우 대부분 발열로 인한 이득이 손해를 상회합니다.
39도 이상인 경우 면역체계에 관련되는 여러 효소들의 기능이 떨어지기 시작하고
40도를 넘어가면 이들 효소들 뿐아니라 체내 신진대사에 관련되는 모든 물질들이 파괴적 변성단계로 접어들기 시작한다고 보면 됩니다.
이는 일반론입니다. 사람에 따라서 체온중추의 셋팅은 다르기 때문에 이 기준이 절대치는 아닙니다.
결론적으로 39도 이하의 열은 아이가 불편한 증상을 호소하지 않는 경우 지켜보면 됩니다.
39도를 넘어가는 경우 대부분 증상을 호소합니다. 약 먹이는 것 말이 됩니다.
단 증상이 정말로 전혀 없다면 지켜보는 것도 가능합니다 (흔하지 않습니다.)
40도를 넘어가는데 증상이 없다면 말이 안됩니다. 다른 문제가 동반된 아이겠지요....
그리고 아이 열을 떨어뜨리는데 맛사지가 불편하다면 차선책으로 아이손을 '잼잼'하는 식으로 맛사지하듯 오므렸다 폈다 해주는 방법도 있읍니다. 말초혈액 순환을 촉진해서 중심체온을 떨어뜨리는데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서프라이즈 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