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입양되어서 키워졌다.
낳은지 백일도 안되서 양모한테 왔다는 나는 유부남인지 모르고 나를 낳았으나 친부에게 버림받고 키울수 없어 마치 주간지에 나오는 얘기처럼 부모한테서 버림받고 애를 낳지 못하는 지금의 양모한테 오게 된 것이다.
양모는 첩살이를 하고 있었는데 애를 낳지 못했단다. 그래서 노후에 외롭지 않게 나를 키웠다고 한다. 중학교 다닐때 나는 그사실을 알게 되었지만 아무런 충격도 받지 않았다.
친부모하고는 인연이 없었겠지이라는 생각밖에 한 기억이 없다.
국민학교때 양모는 남자아이를 한명 더 입양했는데 약한 간질을 앓았던 그 아이는 친모에게 다시 보내졌다. 사춘기때 부모에게 말대꾸 한번 안하고 크는 아이가 있었던가..
내가 말대꾸를 해서 양모가 화가 날때면 어디서 굴러먹던 년놈이 싸질러댄 애새끼인지도 모르는 것이 속을 썩인다고 했고 양모친구는 줏어온 년은 식모살이나 시키지 왜 공부를 시키냐고 거들었다.
그러나 기분이 좋으면 누가 뭐래도 넌 내자식이다고 말했다.
고등학교때 사촌오빠가 죽었는데 오빠가 낳은 조카가 있었다.
사촌오빠 부인이 재혼을 하자 양모는 조카를 집으로 데리고 왔다.
조카는 초등학교때부터 도둑질을 해서 동네에서 유명했다. 내 지갑에 손을 댄것도 여러번이고 중학교도 졸업하지 않고 동네 불량배와 어울리며 본드흡입으로 경찰서 출입을 했다.
내가 도저히 같이 살수 없다고 하자 고등학교까지 보내줬는데 은혜도 모르는 나쁜년이라는 욕을 해대었다.
친부모가 버린것을 키워줬는데 조카하나 책임 못지냐고 하면서..
나는 술집에 다니면서 생활비를 댔다.
밖에 나가서 사는 것이 더 편했기 때문에 양모, 조카와 따로 살았는데 한달에 서너번 생활비를 건네려고 집에 가면 양모는 밥을 먹다가 말고 천정을 쳐다보면서 "고기를 안먹으니 힘이 없다"라고 했고 난 주머니를 다 털어주고 와야했다.
변두리에 작은 아파트를 마련해고는 나는 술집을 그만 뒀다.
변변하지 못하더라도 떳떳한 직장을 갖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조카는 감옥에 셀수 없을 정도로 많이 다녀왔다.
결국 조카는 집을 나가고 지금 나는 양모와 함께 산다.
이제는 매일 아프다고 양모의 병원비까지 책임져야 하는 나는 인생의 재미가 뭔지 모른다.
27살때 한남자를 알게되고 결혼 하고 싶다고 양모한테 얘기했더니 첫마디가 "우리집 세금좀 내게 100만원만 달라고 해"하던 양모의 말을 듣고 난 결혼을 포기한지 오래다.
그래도 열심히 모은 덕택에 지금은 서울에 30평짜리 아파트를 하나 가지고 있는데 지금에 와서 좋은 사람 있으면 결혼 하란다.
그대신 양모가 거처할 집과 매달 생활비는 줘야 한단다.
난 무슨 죄가 많아서 이런 생활을 해야 하는가..
난..
그저 아무 생각도 안난다. 내 나이 40 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