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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붕괴 시나리오.


BY 가람님 2006-11-14

들어가기에 앞서

제 글은 순 구라입니다. 근거 없는 낭설이란 얘기죠. 허나 글속에서 얻으신 것이 있다면 한마디씩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0. 환상의 끝

"처음에는 자금에 여유 있는 사람들이 투자했다. 그 다음에는 샐러리맨들이 가세하고 나중에는 간호원, 구두닦이, 심지어는 실업자까지도 그 대열에 끼어들었다."

"그들은 처음엔 조금씩 그 다음엔 소득의 거의 전부를 가져다 바쳤으며, 나중엔 사들인 주식과 집을 담보로 빚을 내서 주식을 샀다. 은행은 주식가치가 상승할수록 대출을 해줬고 그 돈이 다시 주식시장으로 흘러들어갔다."

"끝없이 상승할 것처럼 보이는 주식과 함께 모든 사람들은 그 대열에서 빠져나오지 않으려고 발버둥쳤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 갑자기 더 이상 매수주문이 들어오지 않았다."

"사람들은 어리둥절해 했다. 그날도 최고치를 경신하며 끝없이 상승해야 했으니까... 그리고 그것으로 끝이었다."

대공황은 이렇게 시작됐다.

1. 가치와 투자

"부동산 투자의 백미는 토지입니다. 공법을 잘 알아야죠."
어느 부동산 전문가의 말이었다. 말인즉슨 미래에 이용가치가 상승할 부동산은 토지가 유력하고, 그것을 아는 데에 공법(토지공법)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부동산의 내재가치가 상승-하락하는데 부동산투자는 그 내재가치의 변화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얘기 되겠다. 이런 말은 주식시장에서도 솔솔치 않게 듣는 얘기다.

물론 가격은 부동산의 내재가치만으로 정해지지는 않는다. 시장 참여자들이 어떤 것에 관심을 두고 가격을 매겨주는 나름대로의 룰들이 있는데 그것들이 가격에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결코 빠지지 않는 항목은? 바로 내재가치다.

과열장에서는 온갖 루머가 판을 친다. 2000년 벤처붐 때는 회사 이름만으로 주가가 오르락내리락 했다. 하지만 결국 주식을 끝까지 지켜주는 건 회사의 수익과 성장이지 회사 이름은 아니라는 거 겪어본 사람은 안다.

아파트외벽에 페인트 덧칠한다고 아파트의 이용가치가 상승하나? 아니면 동네 이름이 잘나가는 옆동네랑 똑같아지면 살기 편해지나? 그도 아니면 파주 검단에 신도시 들어온다고 100킬로미터 떨어진 울동네 아파트가 회춘이라도 하나?

그런 것들은 모두 곁다리들이다. 그런 곁다리들이 부동산의 내재가치를 제치고 안방을 차지할 때 쯤 되면 갈 때까지 간 거다.

2. 가치와 투기

만일 부동산을 사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전세대란 직전의 전세가격을 기준으로 현재 시가를 비교해보라고 하고 싶다. 주식으로 치면 PER정도에 해당되겠다. 부동산이 지속 상승하던 시절에도 통상적으로 통용되던 전세가격은 시가의 70%수준이다.

왜 전세가격일까? 전세 세입자는 원금을 그대로 찾아간다. 어찌 보면 전세는 가격이 상승도, 하락도 하지 않는 형태의 부동산 거래로 치환해서 볼 수 있다. 여러 가지 지표 중에 부동산의 내재가치에 가장 병행해 있다고 보믄 된다는 얘기다. 그러니 전세가격과의 차이가 클수록 투기적 거품이 껴있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것도 시장이니 임대인과 임차인간의 시장상황에 따라서 변수가 있다. 거품이 됐든 뭐가됐든 시가의 영향력이 있으니 전세대란 직전이 기준이 그나마 타당하겠다.

3. 투기의 끝

촛불은 꺼지기 전에 가장 밝게 빛난다는 주식 격언이 있다. 왜일까? 상투에서 물먹어줄 불나방들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극적인 상투일수록 밝게 빛난다. 빛날수록 많이 꼬이고 많이 꼬일수록 더 빛난다.

하지만 더 이상 물먹어줄 사람이 없다면? "그러던 어느 날 아침 갑자기 더 이상 매수주문이 들어오지 않았다." - 이렇게 된다. 그것도 내재가치와는 몇 배 이상 동떨어진 상황에서....

투기의 끝자락은 곁다리에 눈먼 사람들의 힘이 딸리기 시작할 때라고 보면 된다. 그것이 자금동원 능력의 고갈이든 잠재매수자가 눈을 딴 데로 돌린 것이든 매도를 미루던 세력이 한꺼번에 물량을 털어버린 때문이든 여하간 매수세력이 급격히 줄어드는 단계다.

4. 붕괴의 시작

상승국면에서는 매도자가 시장을 주도한다. 옆동네에서 5천 올리면 우리 동네는 1억 올린다. 부녀회가 전면에 나서면서 내놨던 물량도 모두 거둬드린다. 아파트 이름 바꿔서 요상한 영문으로 바꾸고 웬간하면 잘나간다는 "뉴타운"이란 글자도 넣어준다. 가격담합은 예사고 계약했던 거 위약금 물어줘가면서 해약한다.

시장에 물량이 씨가 마르면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는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조금씩 거래는 성사된다. 장기 보유자들 중심으로 이익실현을 하고 빠진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매수세가 강세이므로 호가는 계속 상승한다. 팔려고 내놨다가 거둬들인 사람들... 애시당초 호가상승 보고 거둬들인 것이니 상승하는 과정에서는 팔지 못한다. 욕심 때문에.

다주택자, 장기보유자들 중심으로 이익실현이 되면 시세차익을 목적으로 뛰어든 사람들의 비중이 증가한다. 장기보유의 목적도 없고, 장기적으로 보유할 능력이나 계획도 없는 사람들이 증가한다는 얘기다.

전세 빼서 대출 끼고 2억짜리 사고, 2억짜리 판 사람은 4억으로 갈아타고, 4억짜린 6억, 6억짜린 8억, 아니면 한나라당 믿고 한 채 더~~ 이렇게 더 많은 수익을 내기 위해 은행 대출 끼고 미수 때리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각 단계에서 만들어진 은행대출금은 최상위의 가격을 밀어 올리면서 항진한다. 가격상승율이 대출이자보다 확실히 높다는 믿음이 있을 때 까지다.

다주택 보유자들이 아파트를 처분하면 상대적으로 관심이 덜한 그래서 집값상승이 더딘 빌라나 원룸에 투자하고 임대사업자로 거듭난다. 따지고 보면 그 자금의 태반은 꼬리를 물고 대출받아 갖다바친 돈이다.

5. 상투

어느 순간 사슬의 한쪽 고리가 끊어진다.
가격이 상승할수록 무주택자는 시장에 진입하기 어려워진다. 무주택자가 시장에 들어오지 않으면 사슬의 상위계층도 움직임이 둔해진다. 호가는 상승하지만 거래빈도가 떨어진다는 얘기 되겠다. 이와 함께 대출의 한계상황에 도달한 보유자들이 먼저 물건을 내놓는다.

시장이 둔화되면 단기차익 실현을 추구하는 사람이 나타난다. 눈치 빠른 담합의 이탈자가 생긴다. 호가상승이 둔화 혹은 정체되고 시장에 이상기류가 감지된다. 사슬 안에 있는 모든 주택소유자들은 사실상 매도자이면서 매수자이기도 하다. 거의 동시에 감지한다.

처음엔 호가상승으로 열고를 부르는 악다구니로 버티지만, 이젠 급매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처음엔 이유 아닌 이유를 달아서 시작하지만 어쩌다 한번이지 급매의 빈도가 늘어나면 빨간불이 들어온 것이다.

6. 급락

시장에 빨간불이 들어오면 매수가 자취를 감춘다. 너도나도 전세로 갈아타려고 매물을 쏟아놓는다. 하지만 사슬의 하부 단계를 지탱해주던 무주택자는 이미 등을 돌린지 오래다.

은행은 부실대출을 만회하기 위해 작업에 들어간다. 가격이 하락하니 내놔도 팔리지 않는다. 하락분까지 감안해서 내놓거나 경매로 처분해야 한다. 그렇게 쏟아지는 물량이 하락을 부추기고 가격이 하락하니 경매도 되지 않는다.

(참고로 경매는 경매진입 당시의 감정가를 기준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감정에서 경매로 나오기까진 대략 6개월 걸린다. 급락장에서는 최저입찰가가 하락하리란 것쯤은 누구나 알고 있으므로 하락 초반기에 쏟아진 물건은 반드시 유찰시킨다.)

가격은 폭락하고 주택가격에 비해 과잉대출한 금융기관이 부실을 떠안는다. 영리한 금융기관이라면 단순담보대출만 해주진 않았을 것이다. 신용담보까지 포괄해서 대출해준 경우라면 가정이 파탄 나는 것은 순식간이다. 주택가격의 80~90%까지 대출해준다는 금융기관 유심히 봐야한다. 분명 신용대출 포함일게다.

7. 조정

상투 잡고 막차탄 사람들은 급락국면에서 몰락한다. 하지만 5년 이상 집 한 채 가지고 가격담합이나 하면서 헤실헤실 웃던 부녀회 아줌마들은 뻘쭘해지면 그만이다. 물론 가격 하락세에 한몫 단단히 거들긴 하겠지만 어차피 시장의 나팔수일 뿐이지 않는가. 보유세 줄어든 걸로 자위나 해야지....

대출과 세금을 버틸 수 없는 잠재매도자들이 하락시의 사슬 맨 끝자락에 존재한다. 하락장세는 상승국면에 매도했던 사람들이나 현금여력이 충분한 사람들이 시장에 개입하면서 끝난다.

이만하면 먹을 만 하다고 느껴질 때 밑바닥을 훑을 것이다. 경매의 낙찰률이 높아지고 급매물이 차츰 줄어들면 하락장세가 완만해진다.

8. 재편

전체 부동산시장의 주택보유비중은 부동산파동 이전보다 불평등한 상태로 재편된다. 조정국면에서 다주택자들이 급증하고 알량한 1주택자들 상당수는 전세로, 무주택에서 막차탄 사람들은 월세를 전전해야 한다.

다주택보유자들이 임대시장을 장악하면 경쟁에서 탈락한 세입자들이 들어가 살게 된다. 자신들이 대출받아 만들어준 임대주택에 세입자가 되어 살게 되는 아이러니가 생기는 것이다. 그것도 파동 이전보다 훨씬 열악한 임대상황에서 말이다.

임대시장은 한번의 요동을 거쳐 월세체제로 재편된다. 전세는 그에 맞춰 폭등한다. 전세가격이 낮은 금리에도 불구하고 임대시장에서 버틸 수 있었던 것은 부동산가격의 상승이 이자수익분을 훨씬 상회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현금목돈의 효용성이 높았으니까...

침체장 혹은 하락장이라면? 전세값이 집값을 넘어서는 역전현상도 나타날 수 있다. 이때문에 임대시장은 월세로 재편된다는 얘기다.

그리곤 다시 부동산상승랠리가 시작된다.

9. 원인

흔히들 주택양극화라는 말을 한다.
수도권은 끝 간 데 모르고 상승하는데 지방은 미분양이 속출한다는 얘기다. 어라? 미분양이 왜 속출할까? 어차피 가격이 떨어진다면 모르되 그것도 아니라면 내 집 하나 마련하는 게 대한민국 가장의 최대 꿈이라던데 미분양까지야.... 그것도 경영미스로 한두 곳 미분양이라면 모르되 지방 전반에 걸친 현상이라면 전국적인 오판을 유도한 원인이 있을 것이다.

현재 미분양된 아파트라면 첫삽을 언제 떴을까? 당연히 2003년 즈음일 게다. 그 당시 전국적인 수요에 영향 미칠 상황이라면 단연 행정수도 이전과 지방분권 정책이다. 행정수도 이전-지방분권 정책과 결부해서 수요예측을 하고 지었다고 추측할 수 있지 않을까?

헌재에서 위헌판결 난게 2004년 말이다. 위 추측이 맞다면 집권 중반기에 들어서 부동산정책 및 지방분권, 국토균형발전, 경제정책 등 내치에 관련한 기본 정책들을 죄다 수정해야만 했을 것이다. 헌재판결 하나로 참여정부가 공약으로 내걸고 그에 맞춰 시작했던 국가경영의 기본 토대가 중간에 작살났다는 얘기다. 그만큼 행정수도 이전 문제는 규모나 파급효과면에서 중요했다고 본다.

역사에 가정이란 없지만, 행정수도 이전이 헌재만 통과했더라도 수도권 급등도 웬간해선 잡았을 것이고, 지방 또한 나름대로 분양을 일궜을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주택가에 영향 없는 건설경기 활황까지.... 너무나 너무나 아쉽다.

2005년부터 2006년까지의 정책은 알다시피 백약이 무효인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매 순간마다 시장의 반발심리가 추가되어왔다. 그리고 그 와중에 서울시장의 뉴타운 개발뉴스가 기사를 장식했다. 이젠 아파트 부녀회에서 아파트 이름까지 바꾸는 게 대세란다. "무슨무슨 뉴타운"으로.

한편 IMF이후 경제상황에서 탈출하면서 기업들은 상당히 건실해졌다. 특히 2000년 벤처붐 당시 샴페인 일찍 터뜨렸다가 된통 당한 덕에 참여정부 들어와서 금융이나 기업이나 너무 조심운전 하는 게 눈에 선하다.

경쟁력은 있으니 달러는 곧잘 벌어오는데 돈버는 족족 금고 속에만 처박아둔다. 투자를 안하니 내수는 살지 않는다. 금융기관은 한번 데였다고 기업대출 생각은 않고 부동산에 눈을 돌렸다. 잘나가는 수출기업은 튼튼해지고 내수에 의존해야 하는 중소기업군은 자금압박과 시장불황에 버거워하는 형국이 된 것이다. 시중에 풀린 자금은 내수가 살지 않으니 부동산에만 눈을 돌리는 것이고.....

그리고 결국 이모냥 이꼴이 된 거다.

ⓒ 가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