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한다고 늘 당신 곁에서 팔에 메달릴 때 싫지는 않은 듯 입가에 흘려지는 미소를 보면서 어느덧 나는 한 남자의 아내로 팔 벌려 달려오는 한 아이의 엄마로 가정을 이루고 있었다. 당신의 얘기에 귀기울이고 동조해가면서 당신의 편이 되어가고 있었다. 나 당신에게 중독되어가듯.. 많은 습관과 행동 말투....참 싫지가 않았다. 하나가 되어가듯 .... 또 당신의 아이처럼 당신을 닮아가고 있었다. 닮고 싶다. 당신을...사랑하는 사람을. 결혼과 함께 난 또 다른 삶을 시작했습니다. 당신을 통해 내 미래를 꿈꾸고 삶을 설계해 갑니다. 당신의 어깨가 무거워져 가는 것을 알지만 내 꿈은 커져만 가고 우리의 아이는 자라겠지요. 내 기대가 당신을 얼마나 더 지치게 할지 하염없이 당신만을 바라보는 식구들의 눈도 어쩌 면 당신의 짐이 될 수 있겠지요. 그럴 때는 한 번쯤 말해주세요. 당신이 얼마나 힘든지를.. 그러면 내가 당신을 원망하는 어리석은 일은 하지 않을 테니까요. 어제도 당신은 새벽이 되어서야 집에 들어왔습니다. 늘 당신이 피곤하다고 충혈된 눈으로 나를 바라볼 때마다 내 가슴의 한 쪽은 쓰립니다. 내가 당신을 대신할 수 없고 나눠질 수 없기에 그냥 단지 난 지켜 볼 수밖에 없다는 걸 알 기에...그만큼 미안합니다. 어깨도 잘 주무르지 못하면서 당신을 걱정한다고...괜한 회사핑계에 현실을 원망해 봅니다. 오랫동안 방치한 집안 곳곳에는 당신의 손길이 필요합니다. 못을 박고 가구를 다시 옮기고 아이 방도 새로 꾸며 보고 싶지만 그냥 그대로 두었습니다. 당신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단지 그 곳 만은 아니겠지요. 주말이라 나들이 가는 사람들을 아파트 창 밖으로 내려다보면서 내심 부러워하다가는 방에서 부족한 잠을 청하는 당신을 생각하며 울며 떼쓰며 큰방으로 가려는 아이를 몇 번을 막아섰습니다. 큰소리 내지 않고 조용히 ..늘 일요일 오후는 이렇게 숨소리조차 조용히 몇 번을 지나갔습 니다. 내가 없으면 불안해하는 아이가 아빠보다 나를 더 좋아하는 게 아니고 아이와 함께할 당신의 시간이 너무 없다는 게 얼마나 안타까운지..당신도 알고 있겠지요. 말로는 몇 번을 갔을 우리의 여행계획도 늘 제자리에 머물러 있기만 할 뿐 당신에겐 주말의 여유조차 힘겨워 보입니다. 시간이 없어서..나에겐 늘 많은 시간이 당신은 없기에... 당신을 보내놓고 창 밖을 보면서 옛날 생각을 했습니다. 생각만 해도 미소가 지어지던 그 때로 거슬러 올라가 내 기억 속에 행복했던 날 아마 우리가 처음 손잡은 날인 것 같아요. 경주로 가는 버스 안에서 생일 선물로 남색 가디건을 선물로 주고 선재 미술관 산책로에서 당신과 손잡고 산책했던 날.. 그 때 당신은 콧노래를 부르고 있었죠. 손을 잡은 손에서 땀이 나고 떨리던 순간..늘 당신과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했던 그 때. 또 언젠가 '별은 내가슴에' 드라마를 보고 나에게 전화를 걸어 그 노래를 불러줬을 때 수화 기 속에서 당신의 노래가 흘러나올 때 난 세상을 다 가진 듯 행복했어요. 당신을 만나러 서울로 올라와 내려가던 고속버스 안에서 내내 눈물을 흘리던 나에게 "또 운다 또 울어"하며 눈물 닦으라고 창 밖에서 손짓하던 당신. 참 헤어지기 힘들고 그만큼 행복했던 순간들이었는데..... 우리에게도 하루가 짧았던 시절이 있었고 가슴 설레고 아름다웠던 순간이 있었기에 지금 삶에 지쳐 힘겨워도 그때의 추억을 우리같이 가지고 있고 여전히 내가 살아가는 이유가 되고 있으니 이겨내지 못할 일이 뭐가 있고 당신을 이해하지 못할 일이 뭐가 있을까요.. 내가 어떤 사랑을 받았고 당신 또한 내 사랑을 알기에 짧게만 느껴지는 우리 삶에 마지막까지 서로를 이해하고 사랑하며 우리가 늙어 기억할 새로운 추억을 만들어가야 되지 않을까요. 늘 내겐 멋진 당신이고 당신의 실수조차도 내겐 아무 것도 아닐 수가 있기에 늘 당신의 옆에서 당신의 편이 되어 당신이 편안하게 돌아올 수 있는 자리가 될게요. 내 사랑의 시작이 당신이었고 그 사랑의 끝도 당신이 될 거라고..맹세합니다.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