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장에서 열심히 운동하다 만나 주위 어른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에 힘입어 2년 가까운 연애기간에 이어 결혼까지 골인한 우리였지.. 벚꽃보다 화사한 신부가 되어 난 당신의 아내가 되었고 곧 우리의 분신인 민채도 태어났어. 아직 부모될 자격이 없는 우리에게 너무나 귀한 선물을 주신 신께 감사드리고 나날이 재롱이 늘어가는 아이를 보며 행복해 하고 이게 사는거구나.. 느끼며 살아가고 있는 요즘 어느순간부터 내가 웃음을 잃어버린것 같아 당신에게 너무 미안해. 내 모습이 어떻게 변해가는지도 난 느끼지 못하고 있었고 내가 퇴근하고 온 당신한테 단 한번도 웃음을 보여주지 않는다는 사실도 미쳐 망각하지 못하고 있었어. 딸아이지만 사내아이보다 더 부잡스럽고 활동량이 많은 탓에 그런 딸내미와 하루를 보내다보면 난 지쳐보리고 퇴근하고 온 당신한테 어떤 보상심리가 있었나 봐.. 내가 이렇게 힘들게 아이를 키우고 있는데.. 내가 하루종일 얼마나 아이한테 시달렸는지 당신도 알아야 해.. 이런 마음에 난 불평불만이 늘어가고 얼굴은 점점 굳은 석고상처럼 되어가고 있었어. 참다못한 당신이 제발 한번만 웃어보라고 했을때... 얼굴에 온통 불평만 가득하다고 했을때..그제서야 내 얼굴을 표정을 살펴보게 되었어. 정말... 어느새부턴가 난 웃음을 잃어버린 사람의 얼굴을 하고 있었나 봐. 요즘... 솔직히 말해 사는 재미가 없어. 당신이 싫어지는것 같기도 하고 친구들과 비교도 많이 되어 속도 상하고 처음 결혼할때 너무 가진것 없이 시작했던데 이렇게 후회가 될수가 없고 여러가지 생각에 마음이 편치 않아. 아마도 이사 문제로 전세자금이 많이 부족해서 온 마음인가 봐. 옛말에 천석군은 천가지 걱정 만석군은 만가지 걱정을 안고 산다고 하고 세상 걱정중에 돈 걱정이 제일 작은 걱정이라고 하던데 왜 난 돈걱정이 제일 큰걱정으로 다가오는걸까.. 분수껏 살자고 늘 다짐을 하지만 순간순간 욕심이 생기고 흔들리는 마음을 나도 어쩔수가 없어. 하지만 한가지 분명한건 진실되게 성실하게 살면 분명 오늘보다 나은 내일이 있다는건 확신하고 살고 있어. 당신에게 가장 고마운것도 성실함과 자상함과 아이에게 늘 최고의 아빠가 되어주려는 노력이 제일 고마워. 몇일전 민채가 많이 아파 병원에 일주일 입원했을때 평범하게 흘러가는 일상이 그렇게 고마운 일인줄 새삼 느꼈어. 우리가 늘 말로만 건강이 최고라고 하지만 아파보기 전에는 그 절실함을 모르고 사는것 같아. 민채가 퇴원하고 집에 오던날 당신은 너무 좋아 너무 좋아..를 연발했지..ㅎㅎ 우리 가족 거실에 뒹굴거리며 잘수 있는게 얼마나 큰 행복인지 느꼈으면서도 난 늘 뭔가 부족하고 허전한 마음인것 같아 나도 왜 그러는지 모르겠어. 나혼자 아이 키우고 사는것도 아닌데 나혼자만 힘들게 사는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당신한테 유세를 떨고 싶은건지.. 어리광일까 아님 뭔가 바라는 마음일까? 어렸을적부터 웃는 얼굴이 참 예쁘다는 말 많이 듣고 살았는데 이제는 그 웃음을 잃어버린 사람이 된것 같아 마음이 아파. 처음 민채를 가졌을때의 기쁘고 떨리는 마음으로 아이를 키우면 항상 가슴이 벅차고 행복할텐데 참 배부른 투정을 하고 있는것 같아. 올해는 우리가족에게 여러가지 일들이 참 많았었지. 내년엔 더좋은 일들이 많이 생길거야. 내년엔 나도 예전 그 웃음을 되찾고 언제나 생글거리며 웃는 얼굴로 당신을 바라볼께. 그리고 우리 사랑하는 민채에게도 좀 더 충실하고 가슴 따뜻한 사람이 되도록 내가 먼저 본이 되는 엄마가 될께. 내 굳은 얼굴이 풀릴때까지 당신도 조금만 참아줘. 내년에도 우리 가족 화이팅 하자. 다 잘될거야.^^ 여보.. 나랑 살아줘서 너무 고맙고 우리 민채 아빠가 되어줘서 너무 고맙고 우리집의 가장으로써 열심히 일해줘서 너무 고마워. 민채와 나에게 늘 푸른 소나무처럼 든든한 사람이 되어줘. 고맙고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