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내 지갑엔 천원짜리 지폐 한 장과 동전 오백원이 들어있다. 그돈이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돈의 전부다. 없이 산다 해도 이렇게 없을까 싶게 요즘 내 형편은 말이 아니다. 누군한테도 말을 꺼내기가 부끄럽지만 살기 위해선 누군가에게 손을 내밀어 도움을 청해야 되지 않을까? 그런데 도대체 뉘라서 가난한 내 손을 잡아 줄 것인가 뉘라서 염치 없이 내미는 손을 살갑게 잡아 줄 이가 있단 말인가. 나는 풍족한 시절에 헐벗은 이웃의 손을 잡아 준 일 있는가. 나는 배고파 하는 이웃의 밥그릇에 따순 밥 한덩이 덜어 준 적이 있는가 가만히 생각해 보면 그런 기억이 전혀 없다. 아니, 내가 잘나서 뜨신 밥 먹고 내가 복이 있어 배 두드리고 편하게 사는 줄 알았다. 그러나 배 고프고 인정에 목말라 보니 이제는 알겠다. 내가 얼마나 잘못 살아왔는지를... 아침나절 밥상을 차리며 눈물이 났다. 오늘은 그럭저럭 살아 낸다고 하지만 내일은 또 어떡해 살아내야 할런지 갑갑함에 울컥 슬픔이 몰려 온다. 울지 말자고 다짐을 하며 마음을 다 잡아 보지만 그냥 눈물이 나온다. 밥상을 앞에 놓고 수저를 들고 밥을 먹는 남편은 말하지 않아도 다 안다며 미안한 표정으로 죄인이 된 듯이 고개를 숙이고 마른 밥을 떠서 입에 넣는다. "미안하다. 다 내 탓이야, 그러나 어디 이렇게만 살겠니. 옛말하면 살 때가 오겠지. 어서 밥먹어" 나는 눈물을 닦으며 수저를 들었다. 그래, 오늘을 기억할거야. 그날이 오면 눈물로 지은 밥을 떠 넣은 아침을 꼭 기억하거야 그때까지 살아내는거야 희망을 잃지 말고... .................................................................. 당신도 기억할거에요 올여름 지독히 가난했던 시절을 말이죠 저 일기를 쓸 6월만 해도 당신과 나 사이엔 언제나 슬픔의 강물이 넘실대었지요 저녁, 자리에 누으면 제발 아침이 오지 않았으면 영원히 이대로 잠을 들었으면 하는 마음이었지요 그러나 아침이면 또 해는 떠서 그것도 지독한 열기를 내뿜는 태양이 머리위에서 지글거리며 영혼마저 가난해진 내 육신에 겨우 남은 진기를 빼앗아 가는 것 같았지요 그러다 죽으란 법은 없는지 내가 직장이랍시고 다니게 되었지요 오십평생 당신 덕분에 편하게 살다가 내 손으로 돈을 벌어 보니 알겠더군요 당신이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는지... 그래서 내 나름대로 정말 열심히 일을 했습니다. 이 나이에 할 수 있는 일이 여자에게 뭐 그리 많겠습니까 그리고 이 상황에서 찬밥, 더운밥 가릴 일은 더더욱 없었지요 여보, 내가 아파트 청소를 하러 아침마다 자전거를 타고 나설 때 당신의 얼굴에 스치는 미안함과 안스러움을 나는 보았지요 그렇지만 당신, 내게 미안해 할 필요 없어요 부부란 말이 무슨 뜻이겠어요 마주 보면 합쳐지는 마음과 몸 말하지 않아도 당신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강물에 비친 나무와 그의 그림자 처럼 똑 같겠지요 이제 그 여름의 더위만큼 혹독했던 가정형편도 당신의 사업이 조금 나아지는 것 같아 몇 달전의 그 찌든 가난의 그늘이 서서히 거둬지는 것 같아 다행이다 싶어요 여보, 이젠 난 겁이 안나요 앞으로 살아가면서 더 나쁜 상황에 처하게 되더라도 나는 이겨 나갈수 있어요 사랑하는 당신과 아이들이 내 옆에 있으니까요 그리고 난 항상 기다릴 자세가 되어있으니까요 희망이 올때 가만히 서 있기 보단 마주 달려나가 손 잡을거에요 여보, 우리 지금은 비록 가진거 없이 가난하지만 그래도 우리 가족, 사랑만큼은 부자지요 건강만 하면 살 수 있으니까 당신과 아이들 그리고 나 건강하자구요 아, 겨울인데 날이 따뜻하군요 조만간 눈이 올 기미는 보이지 않는군요 없이 사는 사람에겐 따순 겨울날씨도 보탬이 되지요 (출처 : 아줌마닷컴 - 경험과지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