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편지는 얼마전에 일어났던 일에 대하여 제 큰아이가 저에게 보낸 편지의 답장입니다. 얼마전 일어난 일이라는게 저에게 혼나지 않으려고 거짓말을 했다가 혼을 내준적이 있는 일이었거든요. 신발뒤축을 꺽어신지 말라고 몇번 주의를 주었는데 그때마다 발목 뒷부분에 상처가 나서 그렇다고 거짓말을 하다가 사실이 아닌것으로 드러나 혼난 일이었습니다. 저는 아주 사소한 일이라 곧 잊어버렸지만 큰아이는 내심 저에게 혼이났던 일이 일부분 억울했었나 봅니다. 그일이 있은지 몇일후 제 책상에 놓여져 있던 아들의 편지를 읽으며 스스로 반성도 했고 한편으로는 대견하기도 했습니다. 이해를 돕기위하여 큰아이가 제게 보낸 편지도 같이 기재하오니 참고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아빠! 저 동욱이입니다. 매일 아침일찍 회사에 출근하시고 밤늦게까지 일하시는 아빠를 생각하면서 우리가족을 위해 애쓰시는 아빠한테 항상 감사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특히, 예전에 학교에서 <아빠, 엄마한테서 나는 냄새>를 글로 써보기라는 숙제를 했을 때 <아빠한테서는 수박냄새가 납니다. 왜냐하면 회사에서 집에 오셨을 때 바깥의 찬바람이 만들어내는 냄새가 마치 수박을 먹을때의 찬느낌과 비슷하기 때문입니다>라고 썼을 때 아빠, 엄마가 저를 무척 칭찬해주셔서 굉장히 기뻤습니다. 아빠는 무서운분이지만 그래도 동현이와 저를 위해 축구도 같이하고 야구도 같이하고 영화도 같이보아주시기 때문에 아빠와 노는 것이 무척 즐겁습니다. 친구들한테 물어보면 자기아빠는 잘 안놀아준다고 하면서 우리가족을 많이 부러워합니다. 그래서 저는 아빠가 자랑스럽습니다. 그런데 얼마전 아빠에게 거짓말을 했다가 혼났던 일이 자꾸 생각나서 이렇게 아빠한테 편지를 씁니다. 전에도 아빠한테 많이 혼났지만 그래도 그때마다 내가 야단맞을 일을 했기 때문이어서 그런지 아빠한테 화가 나지는 않았어요. 이번에도 제가 아빠에게 거짓말을 한 것에 대해서는 잘못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제가 신발을 꾸겨신고 다니는 것에 대해서 아빠가 저를 혼냈을 때 속으로 이해가 안갔습니다. 왜냐하면 제 친구들도 학교에서는 거의 모두가 운동화를 꾸겨신고 다니거든요. 꾸겨신고 다니는게 더 편하고 멋있습니다. 선생님들도 우리들이 신발을 거꾸로 신고 다니는 것에 대해 혼내지 않는데 왜 아빠가 나를 혼내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꾸겨신고 다니는게 나쁜짓이면 안하겠지만 그게 나쁜짓은 아니잖아요? 그래서 저는 앞으로도 운동화를 꾸겨서 신고 다니고 싶은데 아빠가 화내실까봐 무서워서 못하겠어요. 그냥 다른 아이들처럼 저도 운동화를 맘대로 신으면 안되나요? 그리고 다시는 것짓말을 하지 않겠습니다. 아빠! 편지보면 저한테도 편지 보내주세요. 안녕히 계세요. 김동욱 올림 동욱아! 편지 잘 받아보았다. 편지를 다 읽고난후 아직도 어리다고만 생각하던 내아들이 벌써 이렇게 자랐나하고 좀 놀라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흐믓하기도 했지. 특히, 네가 편지의 앞부분에서 밝힌것처럼 아빠와 엄마에게서 나는 냄새를 글로서 표현하라는 숙제에서 아빠에게서는 수박냄새가 난다는 표현은 정말 내 아들을 다시보게 만드는 계기였다고 생각한다. 네가 책읽는 것을 좋아하는 줄은 알지만 어느새 너의 표현력이나 감수성이 부쩍 성장했다는 것을 느끼면서 그일에 대해서 엄마와 함께 많이 감탄했던 기억이 나는구나. 동욱아! 남들이 평범하게 보고 넘기는 사물을 다른 관점에서 볼 수 있고 또한, 그러한 것들을 독특하게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은 너만의 장점이다. 그런 장점들을 꾸준히 발전시킨다면 앞으로 네앞에 펼쳐진 인생을 살아나가는데 있어 무척 도움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자, 이번에는 네가 이 아빠에게 털어논 불만에 대해서 이야기해보자. 사실, 이번에 너를 혼낸 이유중에 가장 큰 이유는 네가 거짓말을 했기때문이었고 그점에 대해서는 네 스스로가 잘못했다고 용서를 빌었기때문에 더이상 말을 하지는 않겠다. 다만, 네가 그런 거짓말을 하게 된 원인에 대해서 이야기 해 보자꾸나. 사실, 너를 혼 낼 당시에는 잘 몰랐는데 네가 보낸 편지를 읽으면서 불현듯 아빠가 너와 비슷한 시기에 겪었던 초등학교 6학년때의 추억이 생각나더구나. 지금으로부터 약 26~7년쯤 전이었을 게다. 지금도 그렇겠지만 그당시에는 초등학교에서는 최고참 학년이라는 생각때문인지 왠지 거들먹거리며 다니고 싶은 기분에 운동화 뒷축을 꾸겨신고 다니는 것이 대부분이었지. 아빠도 뒤질세라 운동화를 꾸겨신고는 떠억하니 등교길에 나서는 순간 갑자기 뒤에서 할아버지(아빠의 아버지)의 불호령이 떨어졌다. 불량하게 신발 뒷축을 꾸겨신고 다닌다고 호통을 치시는 할아버지가 그때는 왜 그렇게 야속하게 보였는지‥‥ 그때 아빠도 너처럼 혼날까봐 어떤 변명을 대고 그 위기를 모면하려고 했는데 변명할 꺼리가 생각나지 않아 할아버지에게 그냥 혼나고 말았던 생각이 어렴풋이 떠오르더구나. 어쨌든 거의 30년쯤 전의 일이 지금도 흐릿하게나마 기억나는 것을 보면 그당시 아빠도 엄청 혼났던 것 같은데 그당시에는 아빠를 혼내시는 할아버지의 말씀이 도무지 이해가 되지 못했었다. 이 기억과 더불어 얼마전 동욱이 너를 혼내던 일이 생각나면서 아빠도 스스로 많이 반성했었다. 왜 어린시절에는 멋있게 보이던 행동이 중년이 된 지금에는 불량하고 눈에 거슬리게 보이는지? 자식의 마음을 이해해주지 못하는 할아버지에 대해서는 야속해 하면서 이제 아빠가 자라서 자식에게는 아빠의 생각을 이해해주기 바라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지금의 내심정이 과거의 할아버지의 심정이었을까? 과거의 내심정이 지금의 동욱이, 너의 심정이었을까? 동욱아! 그날의 일은 이 아빠가 너에게 그런 행동이 왜 좋지 않은지에 대해서 충분히 설명한후 운동화 뒷축을 꺽어신지 말라고 했어야했는데 거짓말이 혼합되면서 아빠가 순간적으로화가 났었다. 뒷축을 꺽어 신은것까지 같이 혼낸 사실에 대해서는 너에게 사과하마. 시간이 어느정도 흘렀지만, 이것만은 분명히 알아주길 바란다. 운동화의 뒷축을 꺽어신는 것은 눈에 거슬리는 점외에도 행동을 하는데 굼뜨게 되고 또한 오래 신지도 못하게 된다는 점을 말이다. 매사에 우리가 생활용품을 아껴쓰는 습관은 그런 조그만 일부터 시작해야 하는 거란다. 이러한 사실들을 아빠가 너만했었던 그시절에는 미처 제대로 깨닫지 못한것이 지금은 좀 아쉬울뿐이지. 솔직히, 아빠는 네가 외모뿐만 아니라 성격까지도 점점 이 아빠를 닮아가는 것을 보며 뿌듯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걱정도 되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왜냐하면 이 아빠는 부족한 것이 너무도 많은데 너는 그런 부족한 면을 닮기를 바라지는 않았었거든. 아무튼 앞으로 너와 동생 동현이, 그리고 이 아빠가 이루어 나가야 할 3부자간의 유대관계에 대해서 아빠는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단다. 어떤 고민이냐구? 내 자신보다 더 사랑하는 나의 아들들이기에 어느 누구보다 욕심이 앞서 기대도 많이 하게되고 또한 기대에 못미치는 행동을 할때는 심한 실망감 때문에 무턱대고 심한 꾸지람을 하게되는 이 아빠를 포함한 이땅의 대다수 아버지들이 갖고있는 기존의 교육관이 앞으로의 급변하는 세상에서 과연 먹혀들어갈수 있을지에 대한 것이다. 과연 아빠가 그런 어려운 문제를 현명하게 잘 풀어갈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또한 이런 엄한 우격다짐식의 교육관이 어린이들의 거짓말을 증가하게끔 만드는 요인이라는 것을 보았기때문이다. 하지만, 동욱아! 다른 것은 몰라도 아빠의 역할중 제일 중요한 이것 하나만은 너에게 약속하마. 아빠가 생각하는 아빠의 역할중 제일 중요한 것은 지금까지 아빠가 걸어 온 길을 되돌아보고, 무엇을 잃고 무엇을 얻었는가를 솔직하게 그리고 정직하게 너희들에게 그때그때마다 전달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빠도 사람이기에 때로는 실수도 하고 떴떴하지 못한 행동도 한단다. 그러기때문에 본의아니게 어른들도 거짓말을 하게되지. 특히나 자식들에게 그런 사실이 알려진다는 것은 무척 두렵고 창피한 일이지만 그런 감정을 이겨내고 너희들에게 정직하게 이야기하면서 앞으로는 그런 일들이 일어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고 가치있는 일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너희들이 나름대로의 올바른 가치관을 가지고 세상을 향해 정직한 걸음을 내딛을 때 아빠는 아빠의 인생이 헛되지 않고 성공한 것이라 생각할 것이다. 동욱아! 이제 어느덧 2006년도 저물어 가고 2007년 새해가 밝아 오는구나. 마치 희망찬 너희들의 모습처럼 말이다. 이 아빠도 30년전의 모습으로 돌아가 너희들과 함께 희망찬 새해를 맞이하고 싶다. 어서 이리와 아빠의 손을 잡아보련! 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