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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의 파경에 신난 사람들


BY 기자넘들 2007-01-02

많이 들어보셨을 '황색 저널리즘'이란 용어.. 유래는 뭘까요.
검색해보니 다음과 같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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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89년 신문왕 W.R 허스트가 이끌던 뉴욕 모닝저널과 퓰리처상으로 유명한 J.퓰리처의 뉴욕월드 잡지에서 동시에 옐로키드(yellow kid)라는 황색 옷을 입은 소년을 주인공으로 만화를 연재했는데 이후 치열한 경쟁으로 내용이 점점 과도한 선정주의로 흘렀다는 데서 유래되었다.

|한편 이들은 특정 의미를 극도로 강조하고 독자의 도덕적, 심미적 감성을 자극하여 사건을 실제보다 흥미롭고 중대한 것처럼 보이기 위해 대형의 제목과 필요이상으로 많은 사진을 사용하며 신뢰성이 부족한 기사도 마다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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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 이상의 싸~한 사진과 기사를 많이 실어서 독자들의 말초 신경을 자극하는 보도 행태가 바로 황색 저널리즘이라는건데, 지금 이찬-이민영 사건의 보도 행태를 보면 이 말 외에는 어울리는 단어가 없습니다.

이민영씨의 병상모습 공개(3년전 최진실 폭행 사건이 생각나는..), 수술 집도한 의사의 소견 보도, 이민영씨가 한 인터뷰에서 10개의 문장으로 말했다면 각각의 문장과 코멘트를 10개의 기사로 만들어 쏟아내고 있는 연예 매체들, 이찬씨와 이찬의 아버지 인터뷰도 똑같은 방식으로 계속해서 내보내고 있고..

이찬-이민영씨는 언론을 이용하여 싸우고 있는건데, 기자들이 신났고 매체들이 신났습니다. 지금 시점에서 어려운 아이템을 파고 들어 특종하는 것 보다, 이찬-이민영 사건을 무는게 자기네 기사를 쉽게 쉽게 많이 팔아치울 수 있기 때문이겠죠.

네티즌들은 예외일까요? 다수 네티즌들은 "대체 무슨 일이야" "가정 폭력은 나쁜거야"라며 반응하고 일상으로 돌아가겠지만, 일부 네티즌들은 댓글을 열어놓고 있는 대형 포털로 들어가 신나게 낚시글 쓰고, 욕하고, 싫어하는 사람을 까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배설의 즐거움'을 맛보고 있는거죠. 그리고 이 댓글은 인터넷 뉴스 밑에서 그대로 보여주고 있으니, 자극적인 기사가 한층 더 자극적으로 보여주는데 일조하고 있고요.

모두가 신난 세상, 그야말로 모두가 신난 사건입니다.

그렇다면, "사람이 개를 물면 뉴스라던데, 사람들이 관심있어 하는 사건을 보도하고 있는 것 뿐인데 뭐가 문제냐"는 얘기도 있을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간단하게 생각하고 끝낼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이런 하나하나의 보도 행태 때문에, 이러한 황색 저널리즘 때문에 대한민국이 좀먹게 되는 것이니까요.

왜냐면, 자극적인 건 무조건 더 자극적으로 진화하기 때문입니다.

잠시 얘기를 돌려서, MBC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에서 이순재씨도 보는 야동은 처음부터 야한 '동영상'이었던 것은 아닙니다. 그 시작은 야설이었는데, 야설에서 야사로, 야사에서 야동으로 진화하면서 더욱 더 확대 재생산되고 있습니다. 이젠 극중에서 이순재씨가 볼 정도로 온 사회에 만연한거죠.

야동이 좋다 나쁘다 문제를 거론하는게 아니라, 자극적인 매체와 컨텐츠(기사)는 대한민국 사회의 어르신도 쉽게 볼 수 있고, 보고 싶어하는 세상이 됐다는 의미입니다.

각종 섹시 모바일 화보, 스포츠 신문, 인터넷 연예 매체, 사진들.. 한번 자극의 길을 맛들이면 헤어나올 수 없습니다. 지금 당장은 많이 팔리고 국민들이 심취하게 되기 때문인거죠. 물론 장기적으로 봤을때에는 해악이겠지만요..

뉴스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 대한민국의 다른 중요한 사건과 이슈를 떠나게 만들고 국민들의 눈과 귀를 이찬-이민영 사건으로 점령하게 만든다.. 이게 전 국민이 그 시시각각의 속보를 알아야 하는 사건은 아닌건데, 매체들이 '자기네는 의도하지 않았다'하더라도 그러한 효과를 지금 보여주고 있는 것입니다.

이렇게 기자들은 신나게 기사 쓰고, 매체들은 신나게 보도하고, 대형 포털은 댓글까지 친절하게 붙여서 신나게 서비스해주고, 일부 네티즌들은 신나서 싸우고 있고..

이렇게 얻은 '소중한 경험'은 유사한 사건의 매체 보도에 있어서도 그 행태가 그대로 적용될 것이 분명합니다.

"이렇게 코멘트 하나하나 기사 쓰니 더 많이 보고, 사진 수십장으로 불려서 포털에 전송하니 내 기사 엄청 많이 보네, 악플 좀 달렸지만 뭐 어때"..

이런 보도 행태가 이찬-이민영 사건때만 반짝 하고 끝날거라 생각하면 오산이겠죠. 우린 앞으로도 이런 뉴스와 쏟아지는 사진들에 시달려야 합니다. 진짜 뉴스는 이 세상에서 사라지고 우리의 눈과 귀는 각종 스타들의 언행과 자극적인 사건으로 채워질겁니다.
(이미 채워진 것일 수도 있겠네요...ㅠㅠ)

요컨대 황색 저널리즘을 지양하고, 기자들이 사명감을 갖고 기자로서의 본문을 지켜서 사실을 정제하여 기사를 쓰고 매체들이 이를 절제하여 보도하는 행위를 반복한다면.. 이러한 저널리즘 행태가 대한민국에 굳건히 자리잡게 되고 뉴스와 기자에 대한 신뢰도도 더 높아질텐데요,

이것은 기자만 노력해서도 될 일이 아니고 인터넷 매체나 또는 포털, 신문과 방송이 어느 하나만 노력해서도 될 일은 아닌 듯 합니다. '보도'라는 것은 시계 바퀴처럼 돌아가는 일이기에 어느 한 요소만 잘 되고 나머지가 잘못되어 있으면 말짱 꽝이 될테니.. 저널리즘 종사자 모두에게 부탁드립니다.
아무리 신나더라도 미래를 위해 조금의 고민은 해주세요.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