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아이(초등1학년)만 생각하면 마음이 복잡하다.나랑은 좀 다른 아이,아니 많이 다른 아이.내 아이인데 난 아직도 이 아이를 이해할 수가 없다.
사람들은 말한다.우리 아이가 책을 많이 읽어서 좋겠다고.하지만,내 생각엔 책을 많이 읽은 아이치고 독서장이나 일기장 쓰는거 보면 정말 아니다 싶다.그렇게 책을 좋아하고 많이 읽는 아인데 또래 다른 아이들보다 못하면 못하지 잘 쓰지는 않는다.그나마 쓰기 싫어 쓰라고 얘기를 해야만 쓴다.그런데,선생님이나 다른 사람들은 우리 애가 말하는거 보면 또래 다른 아이들에 비해 박학다식하다고 하기도 한다.
큰 아이는 손에 힘이 너무 없다.나름대로 아이에게 맡기며 키우려 했는데,내가 너무 대신 해준게 많은걸까? 손 놀리는거 보면 4살짜리 동생보다 둔하다.
큰 아이는 어떤 면에서는 아주 집중력이 높다.특히 책을 볼때,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하며 놀 때는 주변에서 굿을 한다해도 전혀 상관 안하고 자기 일을 한다.물론,다른 일에도 집중을 하는 편이다.다만,다른 일을 할 때는 그 일을 혼자할때이거나 누군가 한 사람 옆에 붙어 있어줘야 가능하다.그러니까 공부를 배울 때도 혼자 하거나 누가 옆에서 끼고 가르칠 땐 집중을 잘 한다.하지만 여러명이 있을 때 선생님이 전체적으로 얘기할 땐 좀 멍한 상태이거나 다른 생각을 하는 편이다.그렇게 여러명이 수업할 때도 선생님이 뭐해라 하고 혼자서 과제를 해결하는 시간이 주어질 땐 또 곧잘 한다.
아직 아이가 학교 수업을 따라가는데는 크게 지장이 없다.난 아이에게 너무 공부공부 하는게 싫어서 취학전에 선행학습을 안 시켰는데,아이 스스로 한글,영어,한자,수셈등을 익히고 학교에 들어갔다.마치 놀이를 하듯이 혼자 재미있게 했다.하지만,선생님을 붙이거나 엄마가 끼고 가르치는 애들이 배운 정도는 되지 않는다.
난 아이가 스스로 하는 것에 대해 마음 한켠엔 기특하게 생각하기도 했다.엄마가 오버해서 나가면 아이가 지칠거라 생각을 했다.그래서 그냥 아이가 하는대로 내버려두었다.
그런데,요즘와서 좀 후회가 된다.글씨체 좀 제대로 되게 글씨 쓸때 연필 잡는 법이라도 제대로 가르쳐서 보낼 걸,애가 영어에 관심 보일 때 본격적으로 영어공부 시작할걸(학교 들어와서 영어를 시작했다.영어 선생님도 아이가 언어적 감각이 뛰어나다 하고, 공인된 기관에서 인지력 검사를 했는데 언어영역은 최우수수준이다)그랬다면 지금 영어는 상위권에 속할텐데 하는 생각도 들고,아이가 피아노에 관심있을 때 피아노를 진작에 가르쳤다면(아이는 지금은 피아노를 배우고 싶지 않다고 한다)손가락에 힘도 길러지고 했을텐데 하는 생각도 든다.
아이가 수영을 배우는데 몇달이 가도 늘지를 않는데 속이 답답하다.자기보다 늦게 시작한 애들도 다 잘하는데...
남편의 말대로 내가 아이가 하는 것만 내버려두고 너무 관심이 없었던걸까(남편은 조기교육 선행학습 예찬론자다.적어도 내가 보기엔)? 아이는 자기가 잘 할 수 있는거 좋아하는 것만 하려고 한다.해야하는 것들 중 자기가 싫은 것은 죽어도 안 하려고 하거나 마지못해 한다.예를 들면 학교 숙제 같은거.내가 길을 그렇게 들여놓은건지.
난 아이의 인성이 더 중요하다 생각했다.그래서 나름 애 교육을 시키는데 거기에 더 중점을 뒀었다.인지적인 면 보다는.하지만,아이를 보면 인성적인 면에서도 오히려 다른 애들한테 뒤지는거 같다.아이가 순수하고 솔직하긴 한데,또래 다른 아이들에 비해 상대방의 생각을 하거나 배려하는 마음이 적고 친구들도 잘 못 사귄다.
지나간 일은 후회해봐야 어쩔 수 없는거고,지금 내가 걱정되는건,아이가 원만한 인간관계를 갖는 것이고,전체적으로 다른 사람이 말할 때 집중해서 듣는 것이다.혹 학습장애가 오지 않을까도 걱정이다.지금은 쉬워서 그냥도 하지만.
앞에서도 전문기관에서 검사를 받아봤다고 했는데,언어능력은 최우수수준인데,수학적인 능력은 겨우 평균이거나 수학부분에서 어느 한 부분은 평균 이하다.이렇게 분야별로 차이가 많이 나는 경우 학습장애가 올 수 있다고 하던데 그게 젤로 걱정이다.
검사기관에서는 아이의 독서시간을 줄이고(책을 워낙 많이 읽는다) 다른 분야에도 관심을 갖게해서 분야간의 밸러스를 맞춰야 한다고 하는데,애가 워낙 자기 좋아하는거 잘 하는거만 하려고 하고 안 그런건 마지 못해 하거나 안 하려고 하니...정말 맘대로 안된다.
지금 둘째가 4살,이제 5살이 된다.얘,똑똑하다.손 움직임도 야무지고,다른 사람 마음도 읽을 줄 안다.큰 애 영어테이프 듣는걸 어깨 넘어 들으며 테이프도 몽땅 다 외워버렸다.
큰 애 같이 안 되려면 아이가 발동 걸렸을 때 뭔가를 해줘야 할텐데(큰 애가 하는건 자기도 다 한다고 한다),큰 애한테 온통 신경이 다 가있으니 작은 애는 제대로 놀아주는 시간도 없다.레고던 퍼즐이던 아이가 하려고 할 때 나중에 해줄게 하는 소리를 자꾸 듣게 되니 이제는 하자는 소리도 안한다.단,큰 애가 가끔 놀아주고 책을 읽어주긴 하지만,엄마인 내가 그러는 시간은 거의 없다.
큰 애도 걱정,작은 애도 걱정이다.작은 애는 아직 어리다고 그냥 무작정 놀면 된다고 생각했는데,엄마가 잘 못 놀아주니까 엄마와의 상호관계도 걱정이 된다.작은 애는 엄마가 안 보이면 불안해하고 밖에 나가면 거의 엄마 옷자락을 잡고 산다.사회성의 시발은 부모와의 관계라던데 내가 잘 못 놀아줘서 아이의 사회적인 능력이나 인지적인 능력이 사장되는건 아닌지 걔도 걱정이다.
요즘은 내가 제풀에 지쳐서 정말 이것도 저것도 관두고 싶다.
그래,아주 뛰어나지 않아도 좋으니 제발 공부나 하는 짓이나 문제만 없이 컸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