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아이는 집중력이 좋은 아이(이제 초등2학년 올라갑니다)입니다.무언가 하고 거기에 빠지면 누가 떠들던 시간이 많이 흐르건 상관없이 집중해서 하는 아이입니다.
그런데,이 아이가 기억이 오락가락 하는거 같아요.특히 그렇게 집중해서 뭔가를 한 이후엔 더 그럽니다.
예를 들자면, 어제 아이와 미술관(아이들 대상 전시)에 갔습니다.어제 좀 아이가 피곤해하는거 같아서 일기는 내일 쓰고 오늘은 그냥 자라 했고,오늘 밤에 일기를 쓰게 되었는데, 아이가 미술관에서 체험활동 한 것 밖에 기억을 못 하더라구요.미술관에서 작품을 봤던 얘기를 꺼냈더니 엉뚱하게 지난 주에 갔던 과학체험전을 그걸로 착각하고 엉뚱한 소리를 하더라구요.제가 거기서 봤던 작품 얘기를 몇 가지 더 하니,그제서야 아 맞다 그러면서 알더라구요.
또 한가지 예를 들자면,아이가 학기중에 방과후 수업을 했었어요.1학기때부터 쭉 같은 걸 해서 1년 동안 같은 시간에 해왔고,2학기 되어서 교실이 바뀌긴 했어요.그런데,아이가 잘 다니다가도 한번씩 교실을 헷갈려 하더라구요.한가지는 2-2반 교실에서 했었는데,다른 친구가 장난치느라고 2-3반 교실에서 한다고 했나봐요.그런데,2-3반 교실 가니까 아무도 없었다면서 그냥 집엘 와버린거예요.2-2반에서 계속해왔는데 왜 3반에 갔냐고 하니까 자기 반 애가 3반에서 한다고 그랬다고 그러더라구요.눈치를 보아하니 아이가 거짓말 시킨 것 같지는 않고,2반에서 한다는걸 기억 못 하고 그냥 그 친구 말만 믿고 갔던거 같아요(아이가 너무나도 간절히 원해서 시작한 방과후 수업이니 싫어서 안 가고 빠졌다고 믿기도 힘들구요).
또 한번은 미술실 공사를 한다고 미술실에서 방과후 미술수업을 하다가 다른 일반 교실로 옮겨서 하게 되었어요.그렇게 한 2~3주 동안 수업이 계속 되었는데,어느 날 또 아이가 그냥 집에 온거예요.왜 안 하고 왔냐 하니까 미술실 가니까 사람이 없던데,그러는거예요.제가 미술실 공사하느라 0-0반 교실에서 하잖아 하니까,아냐 미술실에서 했는데,그러는 거예요.다른 아이 엄마한테 물어보니 여전히 0-0반 교실에서 한다고 하구요.정말 눈치가 거짓말 시키는거 같지는 않거든요.사람이 아무리 속이려해도 눈빛을 보면 알 수 있잖아요,특히 아이들은.미술실이 아닌 교실에서 수업 했던 기억을 순간적으로 잊어버린거 같았어요.
또,잘 가다가도 한번씩 방과후 수업 있는 날을 깜빡 잊어버리고 그냥 집에 옵니다.첨엔 애가 거짓말 시키는 줄 알고 매도 들었는데,애가 자기는 정말로 잊어버리고 그런거라고 하늘에 맹세한다고 울면서 말합니다.
그리고,길에 지나가던 유치원 때 같은 반이었던 아이를 보고 저희 아이가 그러는거예요.쟤 어디서 많이 본 애 같은데...그러는거예요.1년 동안 같은 공간에서 생활한 애인데,더구나 같은 학교를 다니고 있어서 가끔 마주치기도 했구요(아이가 좋아하는 몇몇 친구들 외의 사람에게는 관심이 없는 편이긴해요).제가 제 00잖아,그러면 그제서야 맞다 맞다,그럽니다.
책 같은 것도 그래요.아이가 하루에 읽는 책의 양이 많은 편인데(엄마는 다른 일에 지장줄까 오히려 그만 읽어라 하는 편인데도 그렇게 좋아라 읽습니다),학교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오면,오늘 무슨 책 봤니? 하면 무슨 책 봤는지 기억이 안 난데요.니가 읽는 책 중에 기억 나는게 하나도 없어? 그러면 그냥 응,그럽니다(얘가 독서장 쓰는걸 싫어하는데 그것 때문에 그러는지).집에서 책을 읽어도, 읽고 바로 독서장 써라 하면 방금 읽었는데도 줄거리 기억이 안 난데요.제가 옆에서 닥달 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쓰라는 말만 하고 자리를 비켜줘도 시간이 오래걸립니다.그래서 뭐하나 가보면 하긴 하는데 연신 책을 들춰가며 씁니다.앞부분에 좀 운을 띄워 말해주면 기억을 해내고 웃긴건 말로 하라면 또 잘 합니다.하지만 운을 띄우지 않으면 기억을 못 합니다.전시회나 친구를 기억해낼 때 처럼요.
물건도 어디가면 잘 놓고 오구요,수영장 간다는 애가 수영복도 놓고 집을 나섭니다.
아이에게 문제가 있는걸까요? 혹시 치매는 아닌지 걱정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