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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강에 겨워 눈물겹다 (둘째출산기)


BY 행복길따라 2007-02-15

진통 8시간 하고 수술했던 첫애와는 달리

둘째는 날짜를 아예잡고 수술로 낳았다.

 

수술실로 들어가서 훌러덩 벗고 누웠는데 마치 마루타가 된

느낌이었다. 추웠다. 어느새 이불같은게 씌어지고

잠들거란 소리와 함께

첫애때처럼 응애, 응애 소리도 못듣고 그렇게

(전신마취)

우리 둘째딸이 태어났다.

 

마취가 깨어 눈을 떠보니 너무 아파서 수술부위가 너무아파

눈물이 났다.

애기는?

엄마가 애기는 건강하단다.

안쓰럽게 엄마가 딸인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신다.

남편은 내가 출산전 교육시킨대로

고생했어. 한마디 한다.

역시 멋대가리 없는 남편이다.

 

축하방문이 이어진다.

몸이 힘드니 방문객 맞는 것도 힘들다.

고모가 너무이쁜 아가옷을 사오셨다.

언제나 우리가족을 이뻐해주는 고마운 시누다.

정말 시누들은 잘만났다.

우리딸내미도 왔다.

내손을 이끌면서 집에 가잖다.

엄마, 못가.

민서(가명)야, 엄만 못간다. 엄마 아야야해.

할머니가 말씀하신다.

민서가 갑자기 울음을 터뜨린다.

두돌도 안된 것이 뭘안다고 엄마 아프다고

통곡을 한다.

내눈에서도 눈물이 나온다.

 

창피하게 내가 왜이러지...

 

시어머니가 그러신다. 아침에 보고 모녀상봉했다고

우냐... 그러시는 시어머니와 친정엄마 눈에도

눈물이 고인다.

그때마침 간호사가 들어온다.

혈압을 재려는데 민서가 만류를 하며

아예 이불에 얼굴을 묻고 엉엉 운다.

어머, 효녀딸이라 좋으시겠어요.

간호사가 그런다.

 

우는 민서를 할아버지가 번쩍안아 데려가신다.

서운했다. 한번도 태어나서 떨어져 자본 적이 없는데

딸의 모습이 안보이자 걱정도 되고 서운했다.

 

그래, 이제 육아에서 벗어나 나만 나자신만 생각하자.

단 이주동안이나마....

병원에서 따끈따끈한 밥과 반찬을 친절한

영양사인지 아줌마가 날라다주고

간식도 세번 나온다.

참 이런 호강이 어디있나...

결혼해서 아무리 아파도 아무리 힘들어도

내손이 아니면 밥먹기가 힘들고 시켜먹어봤자

하루 한끼인데

정말 돈이 좋긴 좋구나. 다들 나에게 너무나 친절하다.

 

365일 매일 뭐해먹을까 걱정하고 애기 이유식 메뉴

생각하고 민서가 밥먹으면서 애기반찬은 또 뭘할까

우리 반찬은...에서 벗어난 적이 없는데

병원에서 뭐든 해주고 매일 어디 불편한데

없냐고 의사랑 간호사랑 친절하게 물어봐주니

참 제일 가까운 남편보다 낫네그려.

 

그러나 고통은 무통주사를 빼고 시작되었다.

혼자서 화장실가기도 힘들었고

침대에서 일어나기도 너무 아팠다.

매일 놓는 주사에 팔에 놓는 항생제 주사에

온몸이 욱신거렸다.

삼일이 지나면서 마취후유증으로 기침과 가래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극도의 통증이 시작되었다

 

수술부위가 당기면서 기침이 너무 날 괴로게 했다

세상에 그런 아픔은 없었다

물론 첫애때도 경험했으나 잊을만 했지만

또 경험하니 장난아니고 기침한번 나올 때마다

남편붙잡고 울었다

그시기에 젖몸살은 시작되어 젖이 너무 아프고

유두에서는 피가 나오고 칼에 베인듯이 아팠다

내가 도대체 왜 애를 둘씩이나 낳아서 고생인가

라는 생각까지 했다.

 

그런데 젖을 먹이러 신생아실에 기어가다시피 하면서

아가의 얼굴을 보면서 내마음은 눈녹듯이 사라졌다

아파하던 내마음에 미소가 번지기 시작했다.

 

아가가 눈울 말똥말똥 뜨고 날 빤히 쳐다본다

엄마야, 엄마 목소리 기억나니?

젖을 먹이면서 뱃속에 있을 때 들려주던

반짝반짝 작은별이란 노랠 들려주니 아가는

내품이 포근한지 금방 잠들었다

첫애키우던 느낌과는 또 다른 무언가가

가슴속에서 우러나왔다

아가야, 미안해 . 이렇게 이쁜 널 어떻게

처음 가진걸 알았을 때 지우고 싶어 했을까

지웠으면 큰일 날 뻔했다 그치?

 

낮에는 엄마가 젖마사지를 해주시고

밤에는 퇴근한 남편이 마사지를 해주었다.

 

민서가 병원에 오면 병원이 싫은지

금방 빠이빠이하고 간다.

밤에 엄마 아빠 찾으며 울었다는 소리에

나도 울었다.

 

난 지금 산후조리원으로 옮겨서

쉬고 있다.

사실 산후조리원 프로그램에 맞추고

시도 때도 없이 모유수유하다보면

쉴 틈도 별로 없다.

젖을 주면서 아가의 표정을 바라보며

말을 건넨다.

우리아가야 표정은 참 재밌네

그렇게 엄마젖만 먹으면 잠이 오니?

오늘은 목욕을 금방해서 꼬마아가씨가

더 이뻐졌는데....

또 일년넘게 밤에 잠도 못자고

우리 아가야를 돌봐야겠지.

모유가 많이 안나와 속상하다

첫애도 2개월까지 혼합하다 분유먹였는데

참 모유를 먹이고싶어도

열심히 짜도 40을 안넘네...

 

호강에 겨워 눈물이 난다.

오로지 나만 생각할 수 있는 시간...

이제 퇴실하면 밤에 잠도 제대로 못자고

행복한 고생이 시작되겠지.

 

사랑한다. 내딸들아.

나중에 너희들이 내품 떠나는 시기가 다가오면

마음이 많이 아플 것같다.

수술한 진통보다 더 많이 눈물 날 것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