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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시대를 살아가면서 느끼는것들


BY 위정자 2007-03-04

내가 어렸을 적에는, 장래의 희망을 물으면 대통령이 되고 싶다는 아이들이 참 많았다. 그리고 사관학교 가기를 원하는 친구들도 많았다. 대통령이 되려면 당연히 사관학교를 졸업해야 하는 것으로 아는 경우도 많았고, 실제로 사관학교 생도들에게 설문을 해보면 장래의 희망으로 대통령을 가장 많이 뽑던 시절도 있었으니 말이다.

어린 나에게도 대통령은 천군만마를 다스리는 대장군 같은 이미지로 비추어졌었다. 시대의 혼란에서 승리하여 황제의 자리에 오르는 영웅 같은 사람이 대통령이라고 나도 여겼다.

불과 10여 년 전까지도 우리 국민은 대통령을 국왕이라고 여기고 살았고, 다만 국왕 자리가 세습되지는 않기에 누구든 투쟁을 통해 대통령이 될 수 있다고 여기며 살았다.

그런데 요즘은 장래 희망이 대통령이라고 말하는 아이들이 별로 없다고 한다. 아이들이 좀 더 현실적이 되었기 때문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대통령 자리가 마냥 좋지만은 않다는 것을 아이들조차 깨닫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대통령은 국가의 원수이면서 동시에 정치적 지도자이고 행정부의 수반이다. 밖으로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얼굴이며, 안으로는 국정 운영을 통해 자신의 정치적 신념을 실현하고 국가 정책과 법 집행을 총괄 지휘해야 하는 임무를 갖는다.

과거에 대통령이 법과 제도와 인재를 손쉽게 부릴 수 있는 시기가 있었다. 국가의 다양한 자원들이 대통령의 의중에 따라 일사분란하게 운용되던 시절, 대통령은 자신의 철학을 실현하기 위해 더 많은 권력과 권한을 얻기를 원했었다.

시대가 바뀌어, 대통령의 모든 권력 작용이 법과 여타 권력기관이나 여론의 감시에서 자유롭지 않게 되어버렸다. 대통령이 많은 권한을 가지면, 오히려 대통령직이 더 부담스럽고 힘들어지게 되는 시대가 되었다.

대통령이 더 많은 권한을 가지려 하면 ‘독재자가 되려한다’는 비난을 받고, 대통령이 권한을 나누어 주려고 하면 ‘무책임하다’는 독설이 쏟아진다.

그러니 대통령 자리가 예전처럼 한없이 영화로운 자리가 아니고, 잘 해야 본전이란 소리까지 나온다. 그러니 아이들조차도 대통령 자리가 재미없고 안쓰러워 보이는 것이다.

우리의 몇 안 되는 과거 대통령들은 자리에서 물러남과 동시에 하나같이 수난을 당해야 했다. 단순히 정치적 보복의 결과라고 볼 수는 없고, 국민들이 퇴임 후 뒤늦게 평가를 내린 결과라고 봐야 한다.

대통령이 재위에 있는 동안, 측근들이나 권력 기관, 언론, 국민들 그 누구도 쉽사리 대통령에게 고언(苦言)을 하지 못했고 비판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대통령이 잘못을 해도 아무도 나서서 이를 지적하지 않으니 대통령이 자리에서 물러나고 나서야 모든 잘못이 드러나고 비판이 쏟아졌던 것이다.

그러나 국민의 정부가 들어서면서부터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언론과 여론은 과거에 맺힌 한을 풀기라도 하듯이, 임기를 반도 마치지 않은 대통령에 대한 비판과 비난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임기 후반의 김대중 정권은 레임 덕(Lame Duck) 정도가 아니라 레글리스 덕(Legless Duck)이었다.

1997년 12월에 치러진 15대 대통령 선거 당시 나는 군 복무를 하고 있었다. 어차피 군인 신분이라 기권할 수도 없었지만, 나는 생애 처음 내 손으로 우리나라의 대통령을 뽑는다는 기대감으로 선거에 참여했다.

야간에 불침번을 서면서 잠깐 텔레비전을 켰을 때는, 이미 김대중 대통령의 당선이 확정되어서 그의 인생 역정이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방영되고 있었다. 우리 역사상 처음으로 여야의 정권 교체가 이뤄지는 순간이었고, 나는 우리 정치 역사에도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일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충만했다.

하지만 이러한 기대는 김대중 대통령이 취임을 하기도 전부터 어긋나기 시작했다. 김대중 대통령이 당선된 그 순간부터, 대통령 김대중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이인제 후보를 비난하기 시작했다. 심지어 이인제 후보를 지지한 사람들조차도 이인제 후보 때문에 김대중 후보가 대통령이 되었다고 원망을 했다.

김대중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애초부터 대통령을 대통령으로 인정하지 않으려고 했다. 물론 어떤 이들은 이를 두고, 과반수도 되지 않는 득표율을 가지고 대통령이 되면 어쩔 수 없이 겪게 되는 저항이라고 해석했다.

하지만 이전에 김대중 대통령보다 더 적은 득표율을 기록한 노태우, 김영삼 대통령에 대한 거부감이 그렇게 심하지 않았음을 볼 때, 이는 충분한 이유가 될 수 없었다.

김대중 대통령이 당선되는 그 순간부터, 우리나라의 이른바 기득권층과 영남권은 조직적이고 노골적으로 정치적 불복종을 일삼기 시작하였다. 더 이상 자신들의 이익과 이해를 대변하지 않는 사람을 대통령으로 받아들일 연습이 되어있지 않았고 받아들이고 싶지도 않았던 것이다.

국민의 정부는 그래도 사정이 좀 나은 편이었다. 참여 정부는 대통령이 취임 선서를 하는 그 순간부터 언론과 여론의 공격을 당하기 시작했고, 급기야 임기를 1년 밖에 치르지 않은 대통령이 국회로부터 탄핵 의결을 당하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대통령 개개인의 업적과 가치관에 대해 엇갈린 평가가 존재할 가능성을 부정할 수 없다. 정치인에 대한 평가는 관점에 따라 수없이 다양하게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도 인정한다.

객관적이고 공정한 잣대를 통해 이루어진다면 그 어떠한 평가도 의미 있는 결과물이 될 수 있고, 어느 대통령도 공과(功過)에 대한 냉엄한 심판을 피해갈 수 없다.

대통령이 한없이 영화롭기만 한 자리일 거라고 기대하는 것이야 말로 어리석고 낡은 기대일 뿐이다.

하지만 대통령에 대한 평가라는 것은 일단 대통령의 존재와 권위를 인정하고, 대통령이 자신의 지위에서 적절한 권한과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준 후에 이루어지는 것이 수순에 맞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조금만 관심 있게 되돌아본다면, 지난 대통령과 지금의 대통령에 대해 쉴 사이 없이 쏟아진 비판과 비난들 대부분이 얼마나 근거 없고 섣부른 것이었는지 쉽게 알 수 있다.

대통령이 짊어졌고 짊어져야 할 많은 짐들이 있다. 지금의 어린 아이들이 대통령의 고난을 목도하고 대통령이 되고 싶지 않아 하는 현실은 인정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 대통령이 자리에서 물러난 후 얻게 될 긍정적 평가와 존경을 통해서, 어린 아이들이 다시금 대통령이 되고 싶은 꿈을 되찾게 된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하지만 이제는 그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대통령직을 명예롭게 생각하기 힘들 것 같아 슬프다. 대통령을 끊임없이 공격하고 모함하는 세력들이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대통령이 없는 나라인가?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아무도 대통령을 하고 싶어하지 않는 나라를 원하는 것인가?
그렇게 해서 그들만의 대통령이 보수 기득권의 꼭둑각시로 놀아나길 원하는 것인가?

그렇게 대통령을 비난하고 폄하하면서 정작 대통령이 되고 싶어하는 그 욕망은 얼마나 아이러니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