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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의 '대북정책' 변화의 조건


BY 펌 2007-03-22

남북정상회담 이후 7년이 지나는 동안 남북관계에 있어 별다른 대안제시도 못하고 정부의 발목만 잡아온 한나라당이 대북정책 기조를 근본적으로 바꾸겠단다. 그동안 외쳐온 뜬구름 잡는 식의 상호주의를 바꾸겠다는 모양인데, 시대 변화에 따르는 어떤 비전을 제시할지 자못 궁금하다.

미국이 조선일보와 꼴보수들을 배신하고 북한과 협상하듯, 한나라당이 대북정책 근본 기조를 바꾸면 반공을 국시의 제1로 삼았던 박정희와 전두환을 배신하는 꼴이 될 터인데 부작용을 어떻게 처리할지도 관심꺼리다.

아직 공식적으로 발표된 것은 없지만, 박정희, 전두환 정신과 맞지 않으면 친북 좌파세력으로 몰던 한나라당이 변하겠다니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다. 그런데 외환위기 며칠 전까지도 조선일보와 함께 “한국경제 걱정 없다”로 국민을 울렸던 97년 대선 정국이 떠올라 입맛이 씁쓸하다.

당시 한나라당은 제2의 국난이라는 외환위기를 불러오고도 대선에서 패한 후유증으로 며칠만 입을 열지 못했지, 이듬해 2월 국민의 정부가 출범하자 ‘외환위기는 야당에게도 책임이 있다’며, 총리인준을 6개월씩 미루면서 나라를 빼앗긴 독립군처럼 행세해왔다.

한나라당은 부자가 배고픈 가난뱅이 앞에서 죽는소리하듯 겉으로는 야당탄압이라고 하면서도 방송국에 떼로 몰려가 프로그램을 바꾸는가 하면 정부 기관에 압력을 넣고 다녔다. 강삼제의 무죄선고로 1천억원의 행방이 묘연한 데도 수사에 착수조차 못하고 있는 것만 봐도 말만 야당이지 여당 이상의 권력행사를 해오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개인 재산이 수백억이 넘는 국회의원이 가장 많은 부자당이고 정경유착으로 외환위기를 몰고 왔으면서도 반성은커녕 2002년 대선을 앞두고는 대기업을 회유 협박하여 800억원이 넘는 금액의 불법정치자금을 차떼기로 긁어모아 나눠가진 사람들이다. 양심에 털 난 사람이 아니고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서민들은 외환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결혼반지까지 내놓으며 금모으기를 하고 있는데, 대구와 부산, 마산 등지를 다니며 집회를 열고 ‘김대중이 외환위기를 벗어나면 내 손가락에 장을 지지겠다’라며 지역감정을 조장하고 사사건건 발목을 잡아온 게 한나라당의 양심이다.

가관인 것은 ‘대구에는 추석이 없다’, ‘부산의 기업체 모두 호남으로 옮겨갈 것이다.’라는 기사로 동서갈등을 부추겼던 <동아>와 <조선>의 국민 배신행위이다. 거기에 한나라당은 점쟁이가 주술 외우듯 햇볕정책이 남남갈등을 일으켰다고 주절대는가하면 대북송금 특검법을 날치기로 통과시켜 그동안 쌓아온 남북의 신뢰를 무너뜨렸다.

달포 전까지만 해도 대선 예비주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지금 남북 정상이 만난다 하더라도 북핵문제는 해결할 수 없다”며 남북정상회담을 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갑자기 대북정책 기조를 근본적으로 바꾸겠다니 이만저만 헷갈리는 게 아니다.

유연한 대북정책을 구사할 필요가 있다는 전략적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는 하지만 하도 속아왔기에, 믿을 수가 없다. 오죽하면 ‘어떻게 하면 정부의 발목을 잡고 남북대화에 고춧가루를 뿌릴지 연구하는 시간을 벌어보자’는 사탕발림이라는 생각이 들겠는가.

2000년 6월의 남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흐르기 시작한 평화통일의 물줄기에 온갖 오물을 퍼부어가며 대화를 방해하는 게 대북정책의 기조였던 한나라당이 진정으로 변하겠다고 다짐했다면 최소한 다음 몇 가지는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첫째, 한나라당은 최소한 1천만 이산가족에게라도 공식적인 사과를 해야 한다. 만약 아무런 사과도 없이 ‘인도적 지원은 계속 하자’거나 ‘정상회담을 찬성한다.’며 듣기 좋은 얘기만 늘어놓는 것은 위선에 불과할 뿐이기 때문이다.

둘째,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북풍’을 일으키는 바람에 불안에 떨어야만 했던 국민과, 보안법의 희생자들과 유가족들에게 사과를 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두루뭉수리 넘어간다면, 멀쩡한 사람 간첩으로 만들어 북에서 남파된 간첩이라고 선전했던 박정희 정신을 이어가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셋째, 한나라당은 최근까지 남북 정상회담을 대선용이라고 비난하며 반대해왔다. 그렇다면 자신들의 대북정책기조 변화도 대선용이 아니라는 것을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넷째, 그동안은 ‘햇볕정책’과 ‘6·15공동선언’을 퍼주기와 실패한 정책으로 폄훼하면서 한반도 평화를 위한 정책개발은 전무하다시피 했는데, 유신 군사독재정권의 정신을 이어받은 결과물이라 하겠다. 하여 박정희 전두환 정권의 전통을 이어받지 않겠다는 약속과 북한이 망하기를 원하는 꼴보수 세력과 결별은 못해도 부화뇌동은 하지 않겠다는 다짐은 있어야 할 것이다.


위에 열거한 내용을 담보로 한나라당을 믿어보겠다. 사과 없는 반성으로는 진정으로 뉘우칠 수 없고, 사과 없는 용서와 화해는 헛구호에 그칠 뿐이기에 하는 얘기다.

21세기 지식기반 정보화시대의 남북관계를 6-70년대 대북관에서 탈피하지 못하고 이슈가 있을 때마다 한미동맹 와해와 안보 공백이라는 핑계로 발목잡기에 급급해온 한나라당은 진정한 반성과 함께 겸손한 자세로 시대변화에 동참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