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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란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서로의 마음을 헤아려주는 사이]


BY inmi99 2007-04-15

저는 집에서 살림만 하는 전업주부입니다. 그래서 그런지는 몰라도 남편의 기분이 좋고 나쁜지에 따라서 저의 기분도 좋았다 나빴다 해요. 얼마전 저희 신랑 새벽세시쯤에 술 좀 마셨다며 휘청거리며 들어오더군요. 그러면서 제게 같이 맥주한잔 하자며 검은 봉지를 치켜세우데요? '이이가 갑자기 왜이럴까?'속으로 의아했지만 어쨋든 남편이 사온 맥주랑 급히 만든 김치두루치기를 가운데 놓고 서로 주거니 받거니... 그러기를 한 한시간정도 지났을까? 저희 남편하는 말에 가슴이 철렁하더군요. 말그대로 온몸에 핏기하나 없이 싸늘해지는 기분있죠.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장사를 하고 싶대요. 지금 같은 불경기에 그것도 남편이 갖은 스트레스 다받아가며 거진 10년 넘게 다녀온 회사... 그회사에서 힘들게 벌어온 월급으로 빠듯하게 모아온 적금과 퇴직금까지 다 보태서 장사를 하자니... 하도 어이가 없어서 한바탕 난리를 피웠죠. 왜그러냐,생각이 있냐없냐,이제 애들 초등학교 중학교 들어가면 그많은 교육비며 학비를 어떻게 감당할거냐,안그래도 장사하는 사람들 가게 크게 벌였다가 하루아침에 쫄딱 망해서 문닫는데가 수두룩한데...등등등 저희 남편 아무말도 안하고 제 잔소리 다듣고는 말없이 방으로 들어가버리더군요. 그후로 지금까지 우리부부는 같은 집에 살기만 할뿐 말한마디 섞지 않는 소위 '냉전'중이예요. 저도 예전에 직장생활을 해봤던터라 남편의 어려움을 잘 아는데... 직장상사에게 받는 터무니없는 히스테리와 동료들간의 피터지는 경쟁 그리고 똑똑한 후배들에게 추월당했을때 느껴지는 자괴감... 남편이 그 많은 괴로움과 스트레스를 지금까지 이겨내며 견뎌올수 있었던건 저와 올망똘망한 두애들 때문이였을거예요. 요 며칠간 축 늘어지고 힘없던 남편 뒷모습을 생각하면 저라도 그렇게 따따부따 몰아봍이지 말고 남편의 숨은 진심을 헤아려줬어야 했는데... 아마, 저희 남편은 넋두리가 하고 싶었을거예요. 나 이만큼 힘들게 일하고 있다,그러니 너도 알아달라 그리고 위로해주라.. 그런 남편의 메세지를 바로 코앞에 닥치는 경제적인 불안감만 생각하고 내기분에 취해 그냥흘려버리고 말았으니... 아니 도리어 책망만 했으니 저희 남편,하나밖에 없는 마누라한테 엄청나게 실망했을거예요. 어쩜 믿었던만큼 배신감도 컸을거구요. 저,아내로서 참으로 자격없죠? 하지만 만약 남편의 그 퇴직결심이 진심이라도 저,우리 신랑 믿고 따를래요. 책임감 강하고 사리분별이 정확한 남편이니 헛튼 생각은 안할거라 믿어요. 지금 방에서 TV보고 있는 남편과의 대작을 위해 열심히 안주상을 준비한답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할래요. "나,당신 믿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