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만 가까워 오면 학교 다니는 아이가 있는 부모님들은 골이 지끈지끈 하다고 한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오월이 가정의 달이라는 이유로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이 5월에 있는 건 수긍이 가지만
스승의 날까지 5월에 있는 건 도저히 수긍이 안가는 눈치다.
이 글을 쓰는 내게도 초등학교를 다니는 아이가 둘 있다.
3학년과 1학년. 이제 근근이 학교밥 두해를 조금 더 먹은 샘이다.
하지만 벌서 눈치는 백단이 되었다.
학기가 시작할 때마다 흉흉하게 떠도는 선생님에 대한 소문은 애써 들으려하지 않아도
바람처럼 어느새 다가와 귓가에서 소곤거린다.
한 가지 소문이 더해질 때마다 하늘이 꺼지듯 한숨을 토해냈었다.
하지만 한달이 지나고 석달이 지나고 그렇게 한학기가 훌쩍 지나고 나면 선생님에 대한
무성했던 소문이 가라 않으면서 그 소문의 진위도 하나씩 가려진다.
대부분의 많은 소문들이 과대포장되어져 책임도 없이 학교 주변을 떠돌았음을 알게 된다.
금쪽같은 내 아이 학교 보내놓고 노심초사 하는 어머니들.
그 마음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항상 보면 선생님보다는 학부모가 앞서간다.
입을 돌며돌며 만들어진 소문은 어머니들을 즉시 행동하게 만든다.
선생님께 인사를 가는 어머니들의 행동은 첩보작전을 방불케할 만큼 철저하게 이루어진다.
하지만 모든 어머니들이 촌지를 건네고 모든 선생님들이 그 촌지를 부끄럼 없이, 기다렸다는 듯이
낚아채는 것은 아니다.
어디든 음지와 양지는 공존한다.
내가 어느쪽에다 시선을 두고 내 자리를 어느쪽에다 잡느냐에 따라 음지에서 기생하는 식물이 될
수도 있고 양지에서 자라는 건강한 식물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어제는 북아트교실수업에서 잠시 쉬는 시간에 초등학교 1학년 아이를 둔 한 어머니가 선생님께 질문을 드렸다.
"선생님, 초등학교 선생님께는 어떤 선물을 해야할까요?"
북아트를 배우러 오시는 분 중에 20대 중반의 애띤 초등학교 교사 3년 차 선생님이계신다.
선생님이 북아트를 배우는 목적은 선생님반 아이들에게 보다 많은 것들을 보여주고
보다 많은 활동들을 함께하기 위해 강의를 듣는다고 하셨다.
울산에 계시는 선생님께서는 토요일마다 부산까지 버스를 타고 매주 오신다.
토요일 수업이 있으신 날은 촉박한 시간 때문에 점심도 드시지 못하고 달려오신다.
그렇게 저녁까지 초롱초롱한 눈을 빛내며 강의를 들으신다.
그날 선생님에 대한 선물이야기는 똑같은 심정의 어머니들에게 불씨가 되어 각자가 선생님에게 가졌던 불만과 함께 미약하지만 조그만 사랑까지 털어놓았다.
20대의 한창 의욕을 가지고 아이들에 대한 사랑 하나만으로 열성을 보였던 선생님께서는 아무말 없이 듣고만 계셨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지나고 모두의 흥분이 가라앉을즈음 선생님께서 조용히 말씀하셨다.
"정말 내 아이의 선생님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면 학년이 긑날 때 하세요.
저희 젊은 교사들은 어머니들이 가지고 오시는 선물과 상품권과 촌지를 내아이만을 잘 부탁한다는
뇌물로 생각하니까 절대 그런 것들은 선생님께 내밀지 마세요"
아직은 때묻지 않은 선생님의 푸른 숨결이 교실안을 가득채웠을 때 많은 엄마들이 수긍을 하면서도
"그래도....'라고 말하며 왠지 개운치 않은 표정을 지었다.
모두가 처음인 때는 있었다.
처음의 순수한 모습이 세월을 지나면서 때가 묻고 모습이 변형되어 흉하게 보이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스스로 혼자만의 힘으로 모양이 변하고 때가 묻지는 않았을 것이다.
우리가 언제 선생님을 존경의 마음으로 바라본 적이 있었던가를 생각해보자.
우리가 언제 선생님께 감사의 마음을 가졌던적이 있었던가를 생각해보자.
항상 반응은 상대적이라는 것을 생각하자.
그리고 학교는 선생님들이 바꾸는 것이 아니라 우리 아이들이 바꾸는 것이다.
우리 아이들은 스스로 바꿀 힘을 가지지 못했으니 부모님들이 잘 이끌어줘야 하는 것이다.
내 아이가 배우고 생활하는 학교를 흉흉한 소문과 비난의 화살이 날아다니는 음지로 만들 것인지,
아니면 존경과 감사로 햇빛 잘 드는 양지로 만들 것인지는 그것은 우리 부모들의 몫이다.
부모님들의 흔들리지 않는 소신이 우리아이들을 건강하게 만들고 학교를 건강하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나라의 주인은 국민이다.
국민 한사람 한사람이 나라를 위해 올바르게 행동하듯,
학교의 주인인 부모님과 아이들도 올바른 말과 행동으로 올바른 학교를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교사 초년생 선생님의 순수한 마음을 지켜주는 것도 우리 부모님들의 몫이라는 것을 잊지 않고,
학교를 바꾸는 힘1 우리 부모님들에게 있다는 것을 새겨야 할 것 같다.
류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