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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남자 어떤가요?


BY 심사숙고 2007-05-04

작년 여름쯤에 새로운 직장에서 현재의 남자친구를 만났어요.

나이는 34살이었고 저보다 6살 많았는데 순수하고 착해보이는 모습이 맘에 들었습니다.

사실 외모는 그렇게 출중한 편도 아니고 말을 잘하는 것도 아니었지만 콩깍지가 씌는게 그런건지 그냥 다 좋았습니다.

 

 

그렇게 지금까지 8~9개월 사귀었는데 사귀어 보니 실제로는 외모나 분위기와는 너무도 다른 사람이더라구요.

지금까지 몇번을 싸웠는지 모릅니다. 적어도 1주일에 한번은 싸운 거 같아요.

그것도 그냥 티격태격이 아니라 서로 죽을판살판 싸우고 만나서 싸우면 서로 소리지르고 고함치고..그렇게 다신 안볼것처럼 싸워요.

 

 

첨엔 술먹고 집에 찾아와서 현관문을 발로 차고 몇십분동안 계속 초인종을 눌러대고 밤새 잠을 안자고 맘에 상처주는 문자를 보내서 아침에 일어나보면 문자가 몇십통 와 있어요.

그러다 분이 식으면 자기가 잘못했다 미안하다 자기가 날 너무 사랑해서 그러는거지 관심없음 그러겠냐 이럽니다.

그러면 저도 사람인데 그리고 좋아하는 사람이 그렇게 말하니까 맘이 풀려서 받아줍니다. 저도 스스로 이 사람이 별로 여자를 사귀어 본적이 없고 그래서 그런가 보다하고 내가 정말 좋아서 그러나 보다 하고 더 가슴이 뭉클해질때도 있었습니다.

 

 

그러다 한번은 결혼문제때문에 크게 싸운적이 있었어요.

사실 전 결혼에 대해서 한번도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고 사실 별로 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며 살았는데 남친이 나이가 많고 너무 결혼을 원하는 지라 저도 저절로 결혼을 해야한다는 쪽으로 맘이 움직였어요.

그치만 저도 하고 싶은 것이 있고 결혼생활에만 모든 걸 바칠 자신도, 생각도 없는데 남친은 당연히 제가 그래야 한다고 생각해요. 전 그래도 솔직히 남친이 나를 사랑하니까 내가 원하는 걸 하도록 도와줄거라고 철썩같이 믿었어요.

 

 

그래서 그랬죠. 결혼은 하는데 애는 좀 늦게 가지자. 내가 지금 하고 싶은 것이 있으니까 아이 가질때까지는 몇년만 기다리자. 그랬더니 버럭 화를 내고 너는 왜 다른 여자들처럼 못사느냐 니가 그렇게 잘났는냐는 둥 너같은 애들은 이해가 안간다 그거 취미생활로 할 수 있는 걸 가지고 아이낳는 것처럼 중요한 걸 안하느냐면서 난리를 치는 거에요.,

 

 

저도 열받아서 막 싸웠죠. 내가 애 안낳겠단 것도 아닌데 좀 늦추자는 건데도 난리를 치니까.

그러다 제가 그랬어요. 그래 내가 다 포기하고 결혼하자마자 애가지겠다. 대신 너도 내가 애가지고 하고 싶은 거 다시 시작하기 전까지 지금까지 하던 생활 포기해라. (남친이 술엄청 좋아하고 자주 마시고 친구도 좋아하고 그럽니다.)술도 끊고 주말에 친구들도 절대 만나지 말고 가족이랑 보내라. 집안일도 다 도와주고 야근도 할 생각하지 말고 제깍제깍 집에 들어온다고 약속해라. 나한테 가장 중요한 일을 포기했으니까 너도 그만큼 희생해라.

 

 

그랬더니 획 변하더니 죽어도 그러겠다는 말을 안하는 겁니다. 몇번을 재촉을 했는데 계속 회피하더라구요. 참....그때 솔직히 정이 확 떨어졌어요.

적어도 전 이 남자가 나를 사랑하니까 그 정도는 포기하겠지. 말이라도 포기한다고 해주겠지 했는데 그 약속 하나를 안하는 겁니다. 그래서 이 남자가 정말 날 사랑은 하는지 의심이 가더라구요. 저 자체를 사랑하는 게 아니라 그냥 내가 여자고 자기 결혼할 나이가 됐으니까 자기랑 결혼할 나를 사랑하는 거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사실 저도 잘한 건 없어요. 저도 성격상 참고 있진 못하고 바락바락 대들고 꼬치꼬치 따지기 때문에 한번 싸우면 정말 헤어질것처럼 싸우게 되더라구요.

 

근데 남친은 싸울때마다 항상 그랬어요. 자기가 소리 안치고 그렇게 난리 안칠수 있었는데 내가  자기를 열받게 해서 내가 화를 돋궜기 때문에 자기가 그런거라고. 그러니까 다 내잘못이라는 거죠.

또 나보고 좀 여자다워지고 좀 착해지라고 해요. 자기가 왜 하필 중요한 시기에 날 만났는지 후회한다고.. 좀더 좋은 여자 착한 여자 만나고 싶다고.

한번은 싸우는데 친구를 데리고 왔더라구요. 전 속시원하게 얘기하려고 오라고 했더니 친구를 데리고 오니 어이가 없었죠. 그래서 친구한테 인사도 하는둥마는둥 했더니 나중에 저보고 그러더군요. 싸가지 없다고...

 

 

그 사람이 그렇게 생각하는 거 어떻게 생각하면 이해가 가요.

근데 싸울때마다 아주 사람 기분상하게 하고 정떨어지는 말 하고 어떻게 이렇게 악독할 수 있나 싶을 정도로 그러니까 나중엔 정말 지치더라구요. 고함지르고..

나름 맘 약한데 상처많이 받았어요..

 

 

진짜 이제 저도 결혼을 생각할 나이고 결혼하면 평생을 함께 살아야 할텐데 걱정이 많이 돼요.

이렇게 사사건건 싸우고 성격 안맞아서 힘들어 하고 서로 상처주고.

벌써부터 이러면 결혼하면 어떻겠어요..

정말 고민이에요. 이 남자 좋아하지만 좋아한다고 다 결혼하는 건 아니잖아요. 이런 감정 평생을 갈리도 없고 서로 다독여주고 잘 살아야 하는데 무작정 눈 딱 감고 결혼해보자하는 것처럼 무모한 짓도 없는 거 같아요...

 

조언 좀 해주세요. 좋아하는 사람이니까 니가 잘하면 된다 니가 참아라 이런 말도 뭐 상관없어요. 결혼하고 살아오신 분들의 조언 듣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