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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섬이 아니다! - 철도 개통에 부쳐


BY 미리내 2007-05-23

이젠 섬이 아니다! - 철도 개통에 부쳐

2007.05.20 20:17

 

오늘 열차가 동해안과 서해안에서 남북을 관통하여 가는 날이다. 반칙과 부패의 더러운 역사 5.16과 굴욕 및 고통 극복의 역사 5.18 사이에 있는 5.17은 아주 오래 기억될 것이다. 인위적으로 섬이 되어 살아온 반 세기를 뒤로 하고 대륙을 향해 크게 날아가는 꿈을 자손들에게 심어줄 수 있는 날로 기억될 것이다.

똑같은 상황에서 오스트리아보다 화합할 줄 모르고 충분히 약삭빠르지 못하여 제국주의자들에게 역사를 주도할 권리를 넘겨주고 세계대전에 버금가는 전쟁터로 이 땅을 내주었던 과오를, 이제 바로 잡기 시작하는 날로 기록되어야 할 것이다. 바로잡을 뿐 아니라 그간의 상실을 충분회 만회하고도 남는 역사로 만들어 가야 할 것이다.

한반도에 삶을 의탁한 자들에게 가장 큰 모순이 분단모순이란 점을 부정할 사람은 없다. 이 분단 모순은 다른 많은 갈등과 불행의 원천이었음을 우리는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민주-반민주의 대결, 영호남의 지역대결도 거슬러 올라가면 모두 분단 모순에 귀착한다.

오늘 철도 개통의 가장 큰 의미는 이러한 분단 모순의 거대한 둑에 구멍을 하나 뚫었다는 데 있다. 그리하여 결국 철옹성의 저 둑은 서서히 무너져 내릴 것이라는 걸 우리는 잘 안다.

우리를 지배하던 패러다임 즉 반도의 동서를 가로지르는 철조망으로 지금까지 국가 보안의 위협을 내세웠던 무리들은 변화하는 시대에 적응해야만 한다. 한반도에 냉전구도를 통한 긴장관계를 유도하여 군수물자의 주요 소비국으로 만들었던 자들도 패러다임을 바꾸어야 한다.

지역주의를 볼모로 잡은 사람들이 표계산을 할 때에도, 오늘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체험하게 될 수많은 사람들의 꿈을 절대 뺄 수 없게 되었다. 결국 군사적 대치의 긴장관계를 이용하여 손쉽게 표를 얻는 방법은 더 이상 용인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면 우리 앞에 놓인 미래는 어떠한 모습인가?

철마는 사상과 이념의 장벽을 무너뜨리며 새로운 문화를 실어 나르게 될 것이다. 철마를 통한 교류와 협력은 한반도뿐만 아니라 동북아 경제공동체 구축으로 이어질 것이다.

대륙을 가로지르는 철도는 과거 제국주의 일본의 전쟁 통로였다. 식민지를 통해 얻은 상권은 일본에게 막대한 부(富)를 제공했다. 그런 모든 물류가 철도를 통해 이루어졌다.

이제 미국 및 EU와의 FTA를 우리가 선점하게 되면, 유럽과 북미의 아시아에 대한 금융 및 물류 전진기지는 필연코 대한민국이 될 것이다. 일본의 물류도 한반도를 지날 수밖에 없으며 유럽의 물류도 한반도를 통행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동북아에 정착된 평화체제는 아시아 국가로 하여금 EU 및 북미와 어깨를 견줄 경제공동체 구축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할 것이다. 지정학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일본은 우리에게 의존할 처지이기에 과거사에 대해 철저히 반성하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에 대한 모든 혜택은 얼마나 반성하느냐를 보아가며 베풀면 되기 때문이다. 칼자루는 우리에게 온 셈이다.

한편 철마가 달리면 달릴수록 남북한 사람들에게 통일을 이루고 싶은 욕구를 불러일으킬 것이다. 남북한은 차이점보다 동질성에 점점 더 주목하게 될 것이다. 한반도는 동북아의 경제공동체의 디딤돌이 될 것이다. 한반도의 의지와 노력에 따라 동북아 경제운명이 좌우될 것이다. 대한민국을 디딤돌로 삼지 않고는 유럽과 북미로 나갈 수 없게끔 한반도의 정치, 지정학적인 위치가 재편될 것이다.

무릇 같은 것에 주목하여 다름을 인정하고 타협하는 대신 다름에 주목하여 끝없이 분열한 역사 치고 평화와 번영을 이룬 적이 없음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이를 기화로 남한 내에서 생각이 다르고 지향점이 다른 이들 간에 대타협과 통합의 노력이 있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