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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고향에 가고 싶어요.


BY 향수 2007-06-18

예전에 친정 아버지가 늘 고향 타령을 하셨죠.퇴직하면 꼭 고향 내려가서 사신다고요.직장은 엄마의 고향(제 고향이기도 하고요)에 있으셨거든요.지금은 소원하신대로 퇴직 후 아버지 고향에 내려가서 사시네요.

그래서 전 제가 나고 자란 고향에 갈 일이 없답니다.대학때부터 시작해서 지금 쭉 서울에 살고 있어요.

가려면 갈 수도 있겠죠.친구 몇몇은 아직 고향에 살고 있고 해마다 동창회도 열리니까요.

하지만 제가 고향에 가지 않는 이유는 아픈 기억 때문이랍니다.

전 자랄 땐 유복하게 자랐어요.아이들은 저희 집이 엄청 부잣집인 줄 알았지만 사실 그렇지는 않았고 그래도 비교적 경제적으로 넉넉했어요.아이들은 방과후면 마당이 넓은 우리집에 와서 놀았고,저는 공부가 최상위권은 아니지만 잘하는 편이었고 외모도 그땐 봐줄만 해서 아이들의 부러움을 사곤 했습니다.

그런데,제가 결혼하고 큰 애가 100일 정도 되었을 때쯤,오빠가 엉뚱한 곳에 돈을 투자하면서 빗을 지게 되었어요.나중엔 부모님 돈 다 끌어다 쓰고 퇴직금의 대부분을 거덜냈죠.오빠가 급한대로 사채까지 빌려서 저희 친정집까지 업자들이 와서 난리치고  그냥 빗쟁이들도 와서 감방에 넣겠다 협박하고...그래서 집도 팔고,있는 돈과 부모님께서도 아는 분들께 빗을 내신 돈으로 빗을 갚고 저희 부모님 제 고향인 그 곳을 뜨셨답니다.그리곤 친정 아버지가 예전에 그리 노래하셨던 아버지 고향으로 내려가셨어요(불과 6년이란 기간 동안에 저희 친정은 나락으로 떨어졌습니다).그리고 할머니는 그 길로 병이 나셔서 지금 노인병원에 몇년째 입원해 계시고요.

저희 집이 지방에선 그래도 이름꽤나 있는 집이었기에 저는 창피하기도 하고 자꾸 우울해곤 해서 친구들과의 연락을 거의 끊었습니다.

가끔 고향엘 가고 싶습니다.거기서 있었던 좋았던 기억들도 가끔 생각납니다.하지만,자꾸 안 좋았던 기억도 함께 떠오릅니다.친구들 만날 자신도 없고 초라해진 제 모습을 보이기도 싫고요.

지난 번에 입원하신 할머니 병원(고향 부근에 있습니다)을 다녀 오는 길에  제가 다녔던 학교랑 그리고 제가 자랐던 예전 친정집 주변을 차로 돌아보고 왔습니다.자꾸 눈물이 나오려고 하는데 동생이랑 같이 가서 눈물을 참았습니다.

이젠 고향에 내려가도 부모님은 안 계시는데(아버지 고향으로 내려가셔서) 그래도 마음 한켠에 고향을 가고픈 맘이 있습니다.그래도 발길이 안 떨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