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물장어때문에 울었습니다.
장어곰국을 만들려고 살아 있는 장어를 사서 조수석에 놓고 오는데
꿈틀거리는 소리가 여간 신경쓰이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지난번에는 산낙지 사오면서 꿈틀거리는 소리가 너무 무서웠는데...........
무서운 민물장어 경비아저씨께 부탁드려 집에까지 가져 왔습니다.
예전에 한번 장어들의 탈출반란으로 주방 바닥에서 꿈틀거리는
장어때문에 혼비백산.기절초풍 직전까지 갔다가
친구불러서 겨우 수습했던 적이 있어서
이번에는 결코 장어들의 탈출만은 막으리라 굳은 다짐을 하고
곰솥에 참기름을 두르고 장어를 넣으려고 하는데 손이 덜덜덜
파란 비닐봉지에 비춰지는 꿈틀거리는 검고 흰 물체.........ㅠㅠ
봉지 입구를 풀어 솥에 쏟고 뚜껑을 바로 닫으면 되리라던 계획은
봉지를 푸는데까지만 진행되고 더 이상 손이 움직여지지도 않고
다시 묶을 수도 없는 진퇴양난의 순간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기서 무섭다는 생각이 조금 더 드는 순간
눈물이 나기 시작하고 더 망서리다가는 또 그 끔찍했던 탈출소동이 일어날까봐
얼른 솥에다 쏟아붓고 뚜껑 닿기는 일단 성공.
하지만 공포는 그기서 끝이 아니었습니다.
이번에는 솥에서 꿈틀거리는 소리때문에 더 무서워지기 시작했고
도저히 견디기 어려워 어머니께 전화를 했습니다.
"엄마..........(훌쩍훌쩍)"
"(다급한 목소리로) 와그라노?"
"장어를 솥에다 넣었는데 무서워서....(훌쩍훌쩍)"
"괜찮다"
"솥에서 장어 꿈틀거리는 소리가 무서워 죽겠어요. (훌쩍훌쩍)"
"(먼곳에서 어찌 해 줄수는 없는 안타까운 목소리로) 옆집에 어른들 있으면 좀 불러라"
솥뚜껑을 놓으면 또 탈출소동 일어날텐데 그럴 수도 없고.........ㅠㅠ
"너무 무서워.......(훌쩍훌쩍).......인제 소리가 좀 덜 나는 것 같아...(훌쩍훌쩍)"
혼자가 아닌 엄마와 통화하고 있다는 안도감과 소리가 잠잠해져감으로 인해 두려움도 조금 덜 해졌습니다.
"인제 소리가 안나서 좀 괜찮은 것 같아요."
전화를 끊고도 무서운 여운에 훌쩍거리면서 겨우 나머지 재료들을 넣고 곰국을 끓였습니다.
아무리 힘든일이 있어도 부모님께 내색해 본 적이 별로 없는데
민물장어때문에 무너지다니.........
아버지 살아 계실 때 기운이 없고 입맛이 없다고 할 때
장어.가물치 곰국 끓여서 먼길 마다않고 가져다 주시던 기억이 새로웠던 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