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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멘틱은 아니지만 미소가


BY 행복길따라 2007-07-10

일요일이 내생일이었다

 

하나는 손잡고 하나는 업어서 내생일케잌

하트모양의 생일 케잌을 샀다

 

남편이 케잌을 안좋아해서 작은넘으로 샀다

 

일요일 아침

세살짜리 민서가 나보다 더 좋아한다

 

사실 삼십대가 되니 나이하나 더 먹는건 즐거운 일이

결코 아니다

 

민서야, 엄마가 태어난 날이야

생일축하 노래 연습한거 할래?

민서는 노래는 안부르고 자기생일인마냥

촛불끄는대만 더 열심이다

 

남편이 수줍은 소년얼굴을 하고

이거 가짜야 ! 하면서

가짜금목걸이를 건넨다

난 한편으로는 놀라고 한편으로는 재밌어서 그랬다

헤헤 난 진짜가 좋은데 바보 ~~~~~~~~~~~~

돈없어서 가짜샀어...

 

(남편은 왜 모를까 난 보석 별로 관심이 없다

귀도 안뚫었고 예물 귀걸이도 한번 못해봤다 아직도.

돈이 없음 그냥 이쁜 머리핀하나 사오지...)

 

아무튼 가짜라도 기분은 좋았다

 

결혼하고 처음으로 시부모님께 생일축하 돈봉투를

받았다

감동먹어서 서랍깊숙히 고이고이 모셔놨다

왜냐하면 봉투에 메모가 있어서다

 

저녁은 낙지를 먹으러갔다

 

생일이라고 시아버님이 한턱쏘신단다

낙지를 개인적으로 좋아하지는 않지만

그런대로 날이 날이니까 맛있었다

 

동시에 아버님, 어머님, 남편이 낙지 먹물이 있는

머리를 내밥그릇속에 한젓가락씩 넣어준다

 

많이 먹어라...그러면서.

 

가슴에 뭔가가 콱

 

사실 난 낙지 다리만 먹는 사람이다

 

사실 난 해물보다 고기를 더 좋아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맘속 한켠이 푸근하고 따뜻해졌다

 

왜냐하면 내가 언제는 미워했던 사람들인데

 

내가 그렇게 미워했을 때는 그렇게 냉정했던

 

시베리아벌판처럼 냉정했던 사람들이

(특히 시어머니와 남편이)

 

내가 그사람들을 아니 남편부모를

 

마음속으로 받아들이고 가까이 다가가려

 

노력에 노력을 거듭하니

 

그걸 그들도 알아채신 느낌이 든다

 

내밥위에 놓인 낙지 머리 세조각

 

엄마, 아 하면서 세살짜리

딸아이가 자기 먹을 덮밥을 나에게 먹여준다

 

와인이 있고

 

스테이크가 있고 반짝이는 빌딩의

 

레스토랑같은 로멘틱하고 고급분위기와는

 

거리가멀지만  선물로 다이아 송송박힌 목걸이를

못받아도

 

미소가 점점이 번지는

 

행복한 생일이었다

 

그래도 난 행복한 사람이구나

 

시어머닌 덜덜덜덜 떨리는 손으로

(젊은시절 식당하셔서 고생을 많이 하셨음)

 

며느리 생일상을 차려주셨다

 

어머니, 호박 가지나물 너무 맛나요

 

가져가서 먹게 조금 싸주세요 ^^

 

사실 난 나물 별로 안좋아해서 잘 안해먹는데

 

우리어머닌 솜씨가 좋아 너무너무 맛났었다

 

아마 어머니 정성이 양념으로 들어가서 그런건 아닐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