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어김없이 여름 휴가철이 돌아왔다
과거에는 이 맘때만 되면 마음이 설레고 어디든지 떠나고 싶어했지만
작년에는 아들이 고 3 이고 시어머니도 그 해 3월에 돌아가셨기 때문에 특별히 휴가는
안 갔다.
올해는 아들은 대학에 진학했지만 딸이 또 고 2 라서 요즘은 매일 학교에 가서 보충을 하고
오후 2시경에 와서 간식 조금먹고 집 앞 독서실에 갔다가 거의 새벽 2시쯤 온다
물론 토요일에는 인근에 사는 내 여동생과 딸이랑 영화도 보고 서점 나들이도 하지만
딸아이는 시간이 별로 없다.
그래서 열심히 공부하는 딸을 두고 별로 멀리 가고 싶지도 않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남들처럼 사람들 틈에 부대끼면서 다녀 오던 여행도 이제는
끝이 났나 보다
나도 할 만큼 해봤기에 별로 서운함이란 없고 오히려 늘어난 시간에 나만을 위해서
사는 것도 재미있다.
여동생이 공인중개사라 아파트 단지에 상가가 있다
요즘은 내가 더 일찍 가서(방학이라) 문도 열어놓고 사무실을 청소도 해주고 앞에
널찍한 공간이 있어 예쁜 대형 화분들을 들여 놓고 꽃도 키우는 재미가 쏠쏠하다
동생이 뒤에 출근해오면 같이 수다도 떨다가 점심도 맛나게 먹고 딸이 올 때쯤
나는 집에 돌아온다
이번에는 휴가 갈 비용을 아예 인터넷에서 책을 70만원 정도 샀다.
그동안 읽었던 책들이라도 소장하고 싶었던 것들을 아낌없이 사고 아들이 대학을 가면서
서재도 정리해서 좋은 책을 채워 놓으니 마음이 부자가 된 것 같고 손에서 책을 떼지 않으니 행복하다.
또 정성껏 모은 화분들이 한 5년이 되니 이제는 80개도 넘고 나름대로의 사연과 이야기를
담아서 보고만 있어도 화원에 온 것 같아 너무 기쁘다
얼마전 작은 수족관 청소를 새로 하고 귀여운 물고기들도 더 넣어주고 예쁜 잉꼬도 사서
새장을 화원(확장 베란다에 만든 화원)에 걸었다.
조용한 음악과 함께 예쁜 화초와 새에 둘러싸여 얼마전 객주 9권까지 다 보고 소설 목민심서를 읽고 있다.
나의 독서습관은 특이해서 반드시 대하 소설도 3번은 다시 읽는다
밥하다가 잠시 시간이 나면 읽고 뉴스보다가 또 보고 언제나 주변에 읽고 싶은 책을 두고
읽으니 세상에 이런 행복은 없다.
물론 남보다 더 부지런해야한다.
매일 화초도 돌보고 새모이도 주고 눈뜨자 마자 물고기들에게 밥도 주고 아침밥 해먹고
출근도 한다.
하지만 좋아서 하는 일이니 힘들지는 않다.
무슨 일이든 자기가 즐기면 힘들지 않으나 남이 보면 고생을 사서 하는 것 같지만 남편과는
이로 인해 대화가 더 늘어나는 좋은 점도 있다.
이제 이 나이에 책을 읽고 시험칠 일도 없고 내가 하고 싶은 것, 읽고 싶은 것만 온전히 하면 되니 나를 위해서 내가 번돈은 매월 20만원씩은 내 책을 사는데 쓴다.
20여년간 직장 생할에 동동 거리고 두 남매 키우고 나름대로 바쁘게 살았는데 이제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즐겁게 하고 책을 사는 일에는 돈을 아끼지 않으려 한다.
나날이 늘어나는 책을 세어 보고 자리를 다시 배치하고 새 책장을 들이고 하는 것이 30대에 마치 집안을 장식하려고 없는 돈을 모아 마음에 드는 장식품을 사러 퇴근후 온 곳을 돌아 다니고 또 닦고 하던 기쁨과 같다.
아이 둘을 교육시킨다고 제법 사교육비도 지출하였지만 그 돈으로 다 좋은 책을 샀으면
아이들이 얼마나 더 많이 배우고 생각이 깊어졌을까하는 생각도 든다.
아마 굉장할 것이다.
딸 아이도 어느새 그 바쁜 시간을 틈내어 자투리 시간에 독서를 하는 것을 보니 흐뭇하다.
올 여름에는 적어도 100권은 읽으리라 결심하고 오늘도 실천해본다.
우리 아줌마들도 책속에서 더 행복해지고 더위도 이겨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