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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형래는 미쳤다!


BY 강가의 돌 2007-08-08

   http://kormedi.com (코메디닷컴)에서 퍼왔습니다. 

심형래는 미쳤다!


<디-워>가 평가 받아야 하는 10가지 이유 그리고 하나!



'심형래는 미쳤다!'
'미쳤다'는 'Crazy'가 아니다.
‘도달했다(다다를 至)’는 ‘Reach'라는 뜻이다.
8월 1일 개봉 이후 <트랜스포머> <해리 포터: 불사조 기사단>의 태풍이 막 휩쓸고 간 자리에 한국식 SF가 먹히겠는가?, 스토리가 엉성하다! 등 반론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본인은 ‘바보 영구’로 각인된 심형래의 오랜 산고 결과물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주고 싶다.
엔딩 크레딧에서 ‘컴퓨터 그래픽을 하나 하나 배워 가면서 이루어냈다. <용가리> 참패 이후 숱한 비난의 화살을 받으면서도 팀원들과 하나 되어 불가능에 도전했다는 것이 자랑스럽다!’는 제작 후일담을 읽어 내려가면서 ‘가슴 뭉클한 공감을 느꼈다’.
‘해봤어?’
현대 그룹 정주영 회장은 맨주먹으로 건설업계 신화를 창조해 나간 주역이다.
그는 자신이 구상한 숱한 계획이 뜬구름 같이 허무맹랑하고 실현 불가능한 것 아니냐는 부하 직원들의 지적을 들을 때마다 반론처럼 말했다는 것이 ‘해봤어?’라는 말이라고 한다.
‘시도하지도 않고 미리 안된다며 지레 겁은 왜 먹는가?’라는 질책의 의미가 담겨 있는 것이라고 한다.
심형래는 ‘난 할 수 있다!’ ‘해보겠다‘는 오기를 발판으로 국내 어느 감독도 성취해 내지 못한 한국식 SF 장르를 제작해 미국 시장에서 당당히 평가받기를 자청한 최초의 영화인이라는 업적을 이루어냈다.
<디-워>가 이루어낸 성과를 10가지로 정리해 본다.


1. 일면식도 없는 미국의 3류급 배우라는 험담은 하지 말자!
코미디언 출신이라는 핸디캡을 갖고 있는 심형래는 90여분 동안 미국 배우에게 연기력을 이끌어 냈고 LA 현지를 무대로 해서 전편을 촬영한 최초의 한국 영화인이 됐다.

2. <스타 워즈> <반지의 제왕> <해리 포터> 등의 SF는 평균 1억 달러(한화 약 1,000억원)의 제작비를 쏟아 붓으면서 할리우드만의 장점을 농축 시킨 대표적 장르이다. 여기에 최소 자본 300억원으로 한국식 스타일의 SF 장르 영화를 만들어 냈다는 것은 ‘상상력과 뛰어난 아이디어만이 살 길’이라는 21세기 문화계 콘셉트에 우리도 뛰어 들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 놓은 것이다.

3. 영어가 아닌 외국어 영화에 대해 지극히 배타적인 할리우드 흥행 시장에서 스크린수 1,500개를 확보해서 상영하는 것은 아시아권 영화로는 최대 성과이다.

4. SF 장르는 히트 됐을 경우 영화 투자금의 회수 뿐 아니라 등장 인물들의 캐릭터, 게임 등 부가적인 이득이 보장되는 황금 어장이다. <디-워>는 이러한 다변화된 시장에 전출을 선언한 것이다.

5. <트랜스포머> <심슨 가족>의 애니메이션은 한국이 할리우드의 하청을 받아 주문자생산방식(OEM)으로 제작했다. 하지만 미국 현지에서 이들 작품을 한국산이라고 주장하는 이는 아무도 없다. 반면 <디-워>는 시작부터 한국산임을 당당히 밝히고 공개되는 작품이다.

6. 서구인들로부터 영험한 동물로 인식되고 있는 ‘드래곤’의 원류에 ‘이무기’라는 존재가 있었다는 것을 노출 시켜 동양적인 신화에 대한 서구인들의 이목을 끌 수 있게 만드는 신호탄을 제시했다.

7. 소설 <해리 포터>와 캐릭터 산업 등 부대 산업이 영국 산업계에 벌어다 주는 수익이 매년 6조원으로 추산되고 있다. <디-워>는 창의적인 문화 상품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젊은 세대들에게 생생히 깨우쳐 주는 교본 역할을 해낼 것으로 예상된다.

8. 한국적인 한(恨)의 정서를 담고 있는 ‘아리랑’을 여의주를 물고 승천하는 용의 모습을 보여주는 라스트 장면의 배경 음악으로 사용해, 동서양의 문화적 퓨전(融合)을 시도했다.


9. 한국 영화 제작자들 대부분은 그동안 영화로 번 돈을 땅 투기, 개인적인 호사를 누리는 데 모두 소비했다. 그 후 90년대 중반 펀드라는 외부 자금이 유입되자 그럴듯한 PT 자료를 내세워 수십억 원의 남의 돈을 갈취해 먹다 결국 최근의 급격한 침체기를 자초하는 자충수를 겪고 있다. 심형래는 <영구 시리즈>로 벌어 들인 수익의 대부분을 <용가리>와 <디-워>를 제작하는 시행착오 비용으로 재투자했다. 이것도 그가 재평가를 받아야 할 이유다.

10. <영구와 땡칠이> 시리즈가 여름과 겨울 방학 시즌에 공개된 이후 초등학생들이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거론한 이가 바로 심형래이다. 그는 헐뜯기 좋아하고 남의 공적을 의도적으로 비하하려는 한국인들의 식민지 근성에 맞서 당당히 자기 몫을 해냈다. 이제 기성 세대들도 그를 한국의 문화 산업을 이끌 위대한 인물로 더욱 격려를 해주어야 하는 의무감을 느껴야 한다.


추신:
8월 2일 이송희일 감독은 자신의 블로그에 ‘<디 워>를 둘러싼 참을 수 없는'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면서 ’<디 워>는 영화가 아니라 70년대 청계천에서 마침내 조립에 성공한 미국 토스터기 모방품에 가깝다‘고 말했다.
동성애 영화 ‘후회하지 않아'로 성 정체성에 대한 국내 현실을 반영한 공적을 인정받았으면 남이 시도한 공과도 동일하게 인정해 주는 것이 도리 아닐까?
개봉 4일 만에 전국에서 몰려든 100만 명의 관객들은 ‘다 코미디언이 조잡하게 만들어 놓은 토스터기를 확인하러 온 사람들인가?’.
건전한 비판은 존재해야 하지만 ‘딴지걸기식’의 창살 던지기는 자제했으면 한다.
감독 스스로만 만족하는 영화들을 만들어 오고 있는 한국의 독립 영화감독들은 죽었다 깨어나도 <디-워>는 만들지 못한다.
왜냐구?.
예술가인척 하는 경직된 머리에서는 ‘공상 과학’ 스토리가 나올 수 없을 것 같다는 필자만의 편견이 있기 때문이다.



사진 설명

불모지나 다름없는 국내 공상과학 장르에서 일가를 이루어 가고 있는 심형래의 공적은 인정받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개봉 4일 만에 전국 100만 관객을 돌파했다고 알려진 <디-워>의 한 장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