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이 치매를 불러오는 요인 중의 하나라는 연구결과가 나와 주목을 끌고 있다.
미국 시카고 러시의과대학 연구팀이 치미에 걸리지 않은 노인 823명을 대상으로 4년 동안 관찰한 결과 그 중 76명이 알츠하이머병에 걸렸다. 그런데 평소 외로운 정도가 가장 높은 10%의 그룹이 가장 외롭지 않은 10%의 그룹보다 발병 확률이 2.1배나 높게 나온 것으로 조사됐다.
외로움이 질병을 불러올 수 있다는 연구결과는 그동안 꽤 보고되었다. 중년 이후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혈압이 30포인트가 높다는 보고도 있었고, 심혈관 질병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독감 백신을 맞았을 때 항체 반응이 16% 낮게 나타난다는 보고도 있었다.
즉, 외로움이 인체의 면역 반응을
떨어뜨린다는 의미이다.
한편 타인으로부터 소외될 때 뇌가 육체적인 고통을 느낄 때와 똑같은 반응을 보인다는 연구결과도 있었다. 3명이 서로 공을 패스하는 비디오게임을 하게 한 후 컴퓨터 조정으로 그 중 1명이 공을 받지 못하게 하여 소외감을 느끼게 했다. 그리고는 기능성 MRI로 두뇌를 촬영한 결과 소외당한 사람은 대뇌의 전방대상피질이 육체적인 고통을 느낄 때와 똑같이 반응한다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외로움의 영향이 육체적으로 어떻게 연관되는지 잘 보여주는 결과들이다. 그런데 치매와 외로움의 관계를 연구한 이번 실험 과정에서 흥미로운 대목을 하나 볼 수 있다.
바로 사회적 고립 정도와 외로움과의 상관관계이다.
연구팀은 지금까지 사회적 고립이 알츠하이머의 발병률과 연관이 있다는 연구결과는 있었지만 감정적 상태인 외로움과의 관계를 연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때문에 연구팀은 주위 사람들과의 접촉빈도 및 범위 등 객관적 데이터로 알 수 있는 사회적 고립도 대신에 실험 대상 노인들에게 직접 설문을 통해 그들의 외로운 정도를 점수로 매겼다.
이는 사회적 고립 정도와 개인이 느끼는 외로움은 별개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번 연구결과에서도 알츠하이머병과 외로움의 상관관계가 사회적 고립 정도에 관계없이 일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현상은 우리 주변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 어떤 이는 주위와 고립된 채 지내는 데도 외로움을 타지 않고 생활하는 반면, 타인과의 접촉이 많고 사회적으로 부족함이 없는 사람들도 유난히 외로움을 많이 타는 경우가 있다.
대표적인 사람이 마릴린 먼로와 다이애나비다. 고아원을 떠돌며 외롭고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낸 마릴린 먼로는 36세의 젊은 나이에 자살로 생을 마감했고, 다이애나비도 외로움과 고독을 견디지 못해 언론의 추적에도 불구하고 줄곧 스캔들을 달고 다녔다. 풀리처상과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며 부와 명예를 동시에 거머쥐었던 헤밍웨이도 외로움 때문에 엽총으로 목숨을 끊었다.
물론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같은 경우는 그와 정반대다. 유태인이란 이유로 소외되고 외로운 어린 시절을 보내야 했던 스필버그는 외로움을 이겨내기 위해 자신의 머릿속에 수많은 상상의 친구들을 만들어냈다. 그들이 훗날 영화 주인공이 되어 스필버그를 세계적인 감독으로 올려놓았다.
그럼 도대체 외로움은 왜 생기는 걸까. 어떤 경로를 통해 이 넓은 세상에 아무도 없고 나 혼자라는 불행한 느낌이 몸속으로 파고드는 것일까. 이에 대한 재미있는 해답이 역시 과학 실험을 통해 제시된 적이 있다.
네덜란드 프리대학과 미국 시카고대학의 공동연구팀이 8천명의 일란성 쌍둥이와 이란성 쌍둥이를 12년간 관찰한 결과 유전적 특질이 외로움에 중요한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이다. 다시 말해 외로움도 유전자를 통해 전해진다는 것이다. 이란성 쌍둥이에 비해 동일한 유전자를 가진 일란성 쌍둥이들 사이에서 외로움의 차이가 크지 않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물론 이 실험 결과만으로 외로움이 유전된다는 결론을 내릴 수는 없다. 하지만 만약 외로움 중의 일부분이라도 유전된다면 그것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후대에까지 그 유별난 유전자를 물려주지 않기 위해서는 자신의 대에서 외로움의 유전 사슬을 완전히 끊어내야 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결혼 후 구속이 독신의 자유보다 낫다!?
남녀의 결합에 있어서도 한 사람과의 지속적인 교감이 없는 것도 건강을 헤칠 수 있는 원인. 남녀의 결합은 곧 '성(性)의 교류'이다. 이는 정신적, 육체적 요소 모두를 포함하는 의미로서 결혼한 부부의 정상적인 성생활은 신체건강이나 정신건강에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적령기에 결혼하지 않거나 출산하지 않은 여성에서 유방암의 발생률이 높은 것이 그 대표적인 예.
남성의 경우 정상적인 성생활을 통해 혈액 중의 남성 호르몬 농도가 올라가는데 이 남성 호르몬의 상승이 바로 남성의 에너지와 건강 상태 유지의 핵심이다. 그만큼 적절한 성생활은 몸의 윤활유 역할을 하는 것이다.
한의학적으로 혼자 사는 여성들은 음만 있고, 양이 없다 하여 ‘독음무양’의 상태로 설명된다. 마찬가지로 혼자 사는 남성들은 ‘독양무음’의 상태.
이에 박영선 교수는 “성욕은 있으나 흔히 소원을 이루지 못하는 관계로 몸에 있는 음기와 양기가 서로 상박된다”며 “독신자들은 잠깐 추웠다 열이 났다 하는 증상이 쉽게 생기게 되며 이것이 오래도록 지속되면 몸은 허로한 상태가 된다”고 설명한다.
용인정신병원 정신과 최소연 교수는
“독신자의 외로움이 가장 위험한 질환이다”
고 지적하면서 “우울증, 조울증과 같은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독신자를 괴롭히는 요인이 될 것이며 이는 결국 신체적 건강에까지 작용할 것이다”고 말한다.
그런 의미에서 혹자는 ‘결혼 후 마누라의 잔소리가 독신자의 자유보다 낫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결혼을 해서 받는 여러 스트레스가 결국에는 결혼을 하지 않은 독신자의 생활 스트레스보다 약하다는 뜻이다.
최소연 교수는 "외로움이나, 정서적 불안 등의 지속적인 상태가 신체에 영향을 주며 나아가 정신병적 증상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독신자들의 경우 바쁜 생활 속에서도 정서적인 안정을 위한 휴식과 규칙적인 취미생활이 더욱 필요하다”고 조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