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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의 꿈을 애써 외면한 '10조 원 보도프레임'


BY wqewr 2007-10-07

"큰 애 한의원 데려갔다가 신문을 봤는데..."

어제 아내가 한의원에서 들춰본 신문기사 이야기를 해오더군요. 남북경제협력에 대한 기사였답니다. 북한의 김정일 위원장은 자신이 듣던 음악이 마음에 들으면 그 음악 작곡가를 당장 섭외해 불러오라는 식의 즉흥적이고 파격적인 감정의 소유자라며, 그런 지도자를 만나 몇 십조의 국민세금이 들어가는 경제협력 사업을 약속하고 온 것은 문제가 있지 않으냐는 걱정이었습니다.

"가장 분명한 현실은 노 대통령이 얼마 안 있어 지금 그 자리를 떠나야 한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두 파격이 네 시간 남짓 얼굴을 맞댄 결과 만들어낸 남북 정상 간 선언문에 포함된 각종 경제 협력 사업을 실제 실행하는 데 소요될 수십조 원의 막대한 돈은 고스란히 국민 부담으로 남는다. 2박 3일간의 두 파격의 무대를 구경만 한 대가치고는 청구서가 너무 센 것 아닌가 싶다." - 중앙일보 정진홍 칼럼(2007년 10월 6일 30면) 중에서

그런 아내에게 저는 몇 가지를 물어봤습니다. 그 돈이 매년 그렇게 들어가는 건지 아니면 몇 해 동안 나눠서 들어가는 것인지, 그 돈이 모두 국민 호주머니에서 나가는 건지 아니면 기업의 투자를 통해 가는 것인지, 그리고 들어가기만 하고 나오는 건 하나도 없는 퍼주기인지...

"남북경협에 10조 든다." 여러 언론이 한목소리로 합창을 합니다. 조선일보의 경우 "60조 원이라는 분석도.."라는 제목을 달고 있죠. 이런 식의 '메아리'가 울려 퍼질 때면 저는 습관적으로 원문을 확인해보게 됩니다. 진짜 원문에도 저런 식으로 적혀있는 것일까? 저게 제대로 된 요약일까?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였습니다.

정작 언론이 10조 원의 출처로 제시한 현대경제연구원의 보고서 '2007 남북정상선언의 경제적 효과'의 결론은, 언론이 밝힌 '10조 원 퍼주기 프레임'과는 정반대의 프레임을 갖고 있었습니다.

(1) 그 돈을 한꺼번에 쏟아붓는 것일까요?

아니죠. 10조 원을 당장 쏟아붓는 게 아니라, 장기투자사업이니만큼 5년~10년의 간격을 두고 차근차근 투자하는 걸 염두에 두고 예측한 수치입니다. 실제로 연구자들의 보고서 원문에서는 최대 113억 달러(10조 원~11조 원)가 들어갈 수 있지만, 그렇다 해도 이 금액은 5년 분할 투자로 연간 남한 GDP(국내 총생산액)의 0.25%에 불과한 수준이라는 것을 밝히고 있습니다.

"경협사업에 최대 113억 달러 들 수 있지만, 부분적으로 시차를 두고 추진할 경우 소요자금은 많이 줄어들 것이고 이를 5년 분할 투자할 경우 연간 투자액은 남한 GDP(2006년 8,873억 달러)의 0.25%에 불과하다." (현대경제연구원, 2007 남북정상선언의 경제적 효과 참조)

(2) 모두 국민 세금일까요?

아니죠. 애당초 경협사업에 소요되는 비용을 계산하는 연구자들은 물론 국민의 세금인 국가의 재정적 부담도 염두에 뒀겠지만, 민간기업의 투자라든지 국제자금 유치라는 다양한 형식을 염두에 두고 비용을 산출했습니다.

"프로젝트 파이낸스(PF), 정부지원 자금 활용, 국내외 펀드 조성, 국제자금 유치 등(생략) 다양한 투자방식을 동원한다면 국민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다." (현대경제연구원, '2007 남북정상선언의 경제적 효과' 참조)

(3) 쏟아붓기만 하는 '퍼주기'일까요?

아니죠. 가장 돈이 많이 들어갈 것으로 꼽히는 해주경제특구 하나만 봐도 92억 달러를 투자하면 166억 달러의 직간접적 경제효과를 뽑고, 46억 달러를 투자하면 88억 달러를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이 연구보고서의 핵심입니다. 투입비용의 10배가 넘는 총 1,430억 달러(128조 원)의 경제효과를 기대할 수 있고 특히 북한은 연간 국민총소득의 절반에 달하는 경제효과를 누릴 것이라는 보고서 내용입니다. 경제투자를 통해 통일비용도 줄어든다는 것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언론은 들어가는 돈만 강조합니다. 개성공단 보라고. 쏟아붓기만 했다고 합니다. 총 3단계 계획 중 이제 1단계 계획을 마무리 짓는 단계인 개성공단입니다. 중간에 북핵위기 등 갖은 불안정 요소가 있었지만 힘겨운 가운데 꾸준한 성장을 해온 개성공단에 대해 보고서에서는 '이번에 제시된 경협 프로젝트 가운데 가장 투자 유발 효과가 클 것'으로 내다봤는데도 말입니다.

마치며 : 적어도 통일관련 보도에서는 사심을 버리기를...

그렇다고 해서 제가 현대경제연구원이 내놓은 보고서 내용을 맹신하는 것은 아닙니다. 남북경협만 하면 수천억 원이 굴러들어올 것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적어도 저널리즘을 표방한다면 있는 내용 가운데 한쪽은 완전 무시하고 한쪽만 부풀리지 말자는 겁니다.

통일은 보험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장 안정적이라고 하는 보험이건만 그래도 급격한 환율변동이나 사회변동으로 휴지조각이 될 위험성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사람이 보험을 드는 이유는 '미래에 대한 불안함'과 '자녀에 대한 사랑' 때문이겠지요. 저는 통일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20~30년 뒤 이 사회의 주역 될 우리 아들 딸들이 청년실업이나 병역 고민 대신 시베리아와 실크로드를 바라보며 마음껏 꿈과 희망을 펼 수 있게만 할 수 있다면 우리 어른들이 조금 더 아끼고 나눠서 아이들의 미래를 준비해줘야 하지 않을까요?

값싼 노동력을 찾아 중국으로 동남아로 간 우리 기업인들이 투자수익 감소와 노동력 관리의 어려움으로 한숨을 쉬고 있는 모습을 보며 '적어도 50년 내에는 그 기업이 개성에서 해주에서 안정적인 경영을 할 수 있으리라는' 청사진 정도는 지금부터 준비해둬야 하지 않을까요?

그런 '남북경협'이 이제 걸음마를 떼려는 중요한 시기에 원문의 의미조차 왜곡한 '그거 되겠어?' '돈만 퍼주고 소용없대'라는 식의 딴지 걸기가 저널리즘이라는 이름으로 난무한다면...논란이라는 이름으로 사람들 사이에 편 가르기를 하고 합리적인 판단을 가로막아 나선다면 우리 아이들에게 너무 미안한 어른들이 되지 않을까요?

아내와 저는 그날 많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그리고 초등학교 3학년인 큰아이는 저에게 '백두산에 비행기 타고 언제쯤 갈 수 있냐'고 물어오더군요. 내년 4월부터면 충분할 거라고 대답해줬습니다.

 

ⓒ 노피디

편집자 주 - 현대경제연구원, '2007 남북정상선언의 경제적 효과'를 파일로 첨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