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엄마는 아버지가 퇴직하시면 같이 여행도 다니고 좋을 것 같다고 아버지가 빨리 퇴직하시면 좋겠다고 입버릇처럼 말씀하셨어요. 근데 아버지가 생각보다 빨리 퇴직을 하셨고 집에서 엄마와 많은 시간을 보내시게 되었는데 갑작스런 아버지의 퇴직에 충격을 받으시기도 하셨겠지만, 생각지 못했던 아버지의 잔소리? 에 엄마가 스트레스를 받으시기 시작하셨죠. 이 나이에 남편 시집살이 산다고... 그동안 아버지가 직장 다니시면서 간섭하지 않았던 온갖 집안일에 다 간섭을 하신다면서.. 차라리 아버지 직장 나가시고 혼자 집에 있던 시간이 그립다고요. 제가 봐도 예전에는 집안일에 관심도 없으시던 아버지가 청소며, 빨래, 음식 간 맞추는 거 까지 자잔하게 잔소리를 하시는걸 보거든요. 나이가 들면 사람은 호르몬이 변해서 남자는 여성호르몬이, 여자는 남성호르몬이 많이 분비 되어서 성격이 바뀐다고 하던데 정말 그런건지.. 아무튼 엄마가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하시더니 갱년기 증세와 겹쳐서 우울증에 불면증까지 겹치셨어요. 얼마 지나지 않아 아버지가 친구분이랑 같이 가게를 시작하시면서 집에 계시는 시간이 줄어들고 문제가 조금 해결되긴 했지만 엄마는 생각보다 갑자기 늙어버리시고 건강도 안 좋아지신거예요. 아버지가 잠깐 동안이었지만, 미안한 마음이 드셨는지, 엄마 드시라고 홍삼 엑기스를 한박스 사오셨더라고요. 직접 주시면 될걸 뭐가 그렇게 쑥스러우신지 저한테 주시면서 “여자한테 좋다카드라. 맨날 챙기무라케라.” 하시더라고요. 정관장에서 나온 화애락본이던데 이게 갱년기 주부들한테 좋은 제품이라고 매장에서 추천받고 사오신거라니까. 니 아버지가 왠일이냐며 엄마가 엄청 좋아하셨어요. 못이기는 척 하루 이틀 챙겨 드시더니 몸도 많이 좋아지신 것 같고....ㅎㅎ 아버지도 엄마한테 조금 더 신경을 써 주시고. 가끔은 주말에 엄마가 꿈꾸던 황혼 부부 여행? 도 가끔씩 다니시는 거 보면 두 분 사이가 예전보다 더 좋아진 거 같기도 하고요. 아무리 딸이라도 부부사이에는 자식들이 모르는 뭔가가 있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아버지의 명퇴도 어머니의 갱년기도 어쩐지 큰 무리 없이 잘 지나갔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제 제가 효도하는 것만 남은 거 같네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