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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 주택대출 돈 줄을 죄지 않았더라면…"


BY 국정므리핑 2008-01-20

"그 때 주택대출 돈 줄을 죄지 않았더라면…"
 - 주택대출 부실-금융위기-경기침체…미국과 한국이 다른 점
 - 외신들 "아시아 금융위기 때 비틀거렸던 한국이 월가 구원투수로"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로 촉발된 금융시장 불안과 경기침체 위험을 차단하기 위해 미국 정부가 국내총생산(GDP)의 1%에 해당하는 1500억달러 규모의 경기부양에 나서면서 우리 금융당국은 물론 일반 투자자들까지 파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특히 미국의 경우 주택경기 침체와 주택대출 부실이 신용경색으로 이어져 우량 금융기관까지 서브프라임 손실로 휘청거리는 금융 시스템 위기로 번지고 소비와 투자 둔화라는 경제 전체의 침체(recession) 위험으로까지 확대되면서,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우리나라 주택대출 시장과 부동산 금융 시스템의 건전성 관리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 한국, 강한 주택대출 규제가 오히려 약 

미 서브프라임발 금융위기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불안하게 움직이고 있다.

서브프라임 부실 여파로 미국의 금융산업 뿐만 아니라 모기지 관련 투자에 나섰던 유럽 투자기관들마저 위기를 면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금융 시스템이 안정적 흐름을 이어가는 이유는 정부가 그동안 주택금융 시스템과 시장을 치밀하게 관리하면서, 부동산 경기 자체의 경착륙을 방지하는 것은 물론, 주택경기 변동이 대형 금융 부실이나 가계 부실로 전이되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주택 대출 과잉을 막기 위해 내놓았던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과 같은 주택담보대출 건전성 규제제도와 주택 시장의 돈줄(과잉 유동성)을 죄는 조치들이 결과적으로 부동산시장 불안이 금융시스템으로 확대되거나 신용경색으로 이어지는 위험을 막고 선진국과 차별화된 건전한 금융 시스템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로 꼽힌다.

이 때문에 최근 우리 금융산업은 선진국 금융시장 불안의 영향을 받지 않고 오히려 선진 금융시장에 진출하는 기회로 삼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 국부펀드(Sovereign Wealth)인 한국투자공사(KIC)의 메릴린치에 대한 전략적 투자에 대해 세계 외신들은 10년 전 외환위기를 겪었던 한국이 오히려 월가의 구원투수로 나서고 있다고 소개하고 있다.

■ 그 때 주택대출 규제를 하지 않았더라면…

우선 우리나라의 주택담보대출 체계는 미국과 달라 유사한 주택담보대출 부실 사태가 일어날 가능성이 낮다. 우리 주택 금융 시장은 선진국처럼 세분화돼 있지 않아 사실상 프라임(우량) 대출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데다, 부동산정책의 일환으로 추진됐던 각종 주택담보대출 규제가 주택금융 위기 가능성을 상당 부분 줄이고 있다.

LTV 규제는 2002년 9월 투기과열지구 주택담보대출에 대해 처음 도입한 후 규제대상을 확대하고 규제비율을 낮추는 방법으로 꾸준히 강화했다. 그 결과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의 평균 LTV가 약 49.1%에 머물러 미국의 86.5%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DTI 규제는 2005년 '8.31부동산 후속대책'에서 처음 도입한 이후 2006년 3월에는 투기지역내 거액대출(6억원 초과 아파트 신규취득자금)을 대상으로 부분 확대했다. 지난해 1월 이후에는 주택가격과 무관하게 투기지역 및 수도권 과열지구 내에 있는 모든 아파트 담보대출에 40%의 DTI 규제를 적용하고 있다.

또 지난해 4월에는 차주에 대한 금리조건 및 금리위험 고지, 주택담보대출 원리금 및 적용금리 통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주택담보대출 소비자보호 강화방안을 도입했다.

당시 일부 언론은 이러한 대출규제를 두고 '서민의 내집 마련 기회를 옥죈다'면서 부동산시장 '경착륙'과 '복합불황' 우려 등으로 비판하기도 했지만, 결국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으로부터 어느 정도 거리를 둘 수 있었던 이면에는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적절한 규제가 있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한국은 그동안 금융시장 안정과 선진화로 체력을 키운 덕분에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까지 곤혹스럽게 하는 미 서브프라임 모기지 위기로부터 한 발짝 거리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국내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연체율 0.4%…건전성 양호

2007년 10월 한국개발연구원(KDI) 추정에 따르면,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1%포인트 상승하고 아파트가격이 20% 이상 하락하며, 국민총소득 증가율이 4%포인트 하락하는 현상이 동시에 발생하지 않은 한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이 급등할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러한 결과는 지속적인 LTV, DTI 등의 규제강화로 우리나라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 시장의 안정성이 개선됐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KDI는 밝히고 있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연체율은 지난해 3분기말 사상 최고인 16.31%, 프라임 모기지 연체율은 3.1%로 상승한 반면, 우리나라의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0.4%로 건전성 측면에서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 우리나라 주택담보대출시장은?

우리나라 부동산 담보대출 시장은 미국의 서브프라임 시장과 구조적으로 다르고, 담보대출 인정비율도 미국보다 낮기 때문에 미국과는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

우리나라도 2004년부터 주택금융공사가 설립되면서 본격적으로 주택저당증권(MBS:Mortgage-Backed Securities)을 채권시장에 유통시켜(유동화) 보험사나 투신사·연기금 등 기관투자가들이 투자할수 있도록 하고 있지만 아직 그 규모가 작다. 말하자면 미국처럼 담보대출(모기지) 연체나 부도의 파장이 다른 금융시장으로 확산될 수 있는 금융상품의 통로가 우리나라에는 없는 셈이다.

우리나라와 달리 개인의 신용정보 분석 기술이 발달한 미국에서는 이를 토대로 차별화된 금리를 적용한 다양한 등급의 담보대출 시스템을 운용하고 있지만, 우리나라 주택금융의 경우 아직 개인 신용도에 따른 차등화 단계로 진입하지 못해 비우량 차입자에 대한 대출 비율이 극히 낮고 그만큼 대출의 건전성이 높다.

우리나라 주택담보대출 규모를 경제규모(GDP)와 비교해보면 2004년 30%에서 2006년 36%로 증가하고 있으나 미국 65%, 영국 73%, EU(유럽연합) 평균 45%에 비해서는 아직 규모가 작다.

특히 다양한 형태의 민간 담보대출전문회사가 있는 미국과는 달리 우리나라의 경우 주택담보대출의 대부분을 자산 건전성이 높은 은행이 차지하고 있다. 2006년말 현재 276조원인 우리나라 민간 주택담보대출시장에서 은행이 차지하는 비율은 79%(217조원)로 절대적이며, 보험사가 5%(14조원), 저축은행이나 상호금융 새마을금고 등 제2금융권이 차지하는 비율은 16%(44조원)이다.

주택금융공사 이중회 조사부장(경제학 박사)은 "설사 집값이 전국주택매매가격지수 기준으로 단기간 안에 20%까지 하락하는 극단적인 상황에서도 금융사가 대출금을 회수하는데는 문제가 없다"며 "우리나라의 경우 최근 감독당국이 주택담보대출 시장의 안전성과 건전성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대책을 강구해 왔고 시장구조도 상당히 개선되는 추세에 있어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 소비자-금융사-감독당국은 무엇을 해야하나?

우선 소비자들은 자신의 신용도나 소득 등 채무상환 능력을 초과하는 대출을 받아 무리하게 주택을 구입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또 대출 초기 이자 부담이 적다는 점만 보고 변동금리대출이나 초기할인금리대출, 일시상환대출을 선택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은행 등 금융회사들은 앞으로 2005년말~2006년 중반과 같은 '주택담보대출 과당경쟁'을 자제해야 한다. 미국 서브프라임 문제도 금융기관들이 경쟁하는 과정에서 신용도가 낮은 사람들에게까지 대출을 확대한 결과 막대한 부실을 떠안게 된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고객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초기 이자부담을 줄여주거나 1~3년간 고정금리 적용 후 변동금리로 전환하는 혼합형 상품은 미국 사례에서 보듯이 리스크가 크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미국에서도 서브프라임 모기지 문제의 원인이 미국 경기의 침체 때문이 아니라 대출기관의 느슨한 심사기준과 관행 때문이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따라서 금융당국은 금융리스크 분산과 감독시스템이 가장 발달하고 잘 작동한다는 미국에서조차도 변동금리형 비우량 주택담보대출이 크게 확대된 상황에서는 위기에 빠질수 있다는 점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단기-변동금리-일시상환 대출은 억제하고 장기-고정금리-분할상환 대출로 건전화하는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 미분양 해소의 유혹…시장이 안정될 때까지

대통령 선거 이후 부동산시장이 꿈틀거렸다. 부동산관련 세금정책과 주택담보대출 등 유동성 규제가 풀릴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하지만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도 집값을 안정시키기 위한 투기수요 억제 정책으로 주택대출 규제 등 유동성 관리는 지속한다는 방침을 확실히 하고 있다.


지속적인 유동성 관리로 금융시장 불안 방지

이에 따라 부동산 대출 규제의 핵심인 주택담보인정비율(LTV)와 총부채상환비율(DTI) 등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사태로 인한 세계적 금융불안이 보여주듯이 과도한 주택담보 대출이나, 개인의 소득과 신용도를 감안하지 않은 주택금융으로 인해 금융시장이 불안해지고 전체 경제흐름에도 발목을 잡는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겠다는 것이다.

전국적인 미분양 아파트 문제가 불거진 뒤 주택담보대출 규제 완화 등이 미분양 해소 방안으로 제시되곤 한다. 물론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풀면 빌릴 수 있는 돈의 한도가 확대되고 여러 채의 집을 살 수 있기 때문에 주택수요가 늘어날 수도 있다. 하지만 이같은 수요는 실수요가 아니라 투기적 수요에 불과하며, 서브프라임 부실 사태는 이같은 금융과잉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잘 보여준다. 자칫 미국의 서브프라임처럼 부실로 연결될 수 있는 뇌관을 설치하는 것일 수도 있다는 측면에서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주택금융 건전성 관리가 중요…건전성 규제 엄격히 지켜야"

한국금융연구원 하준경 박사는 "전세계 유동성의 흐름을 예의주시하면서 자산가격의 중장기적 조정에 대비해 주태금융의 건전성 관리에 소홀함이 없어야 할 것"이라며 "금융기관과 감독당국은 DTI 등 주택금융 건전성 규제가 엄격히 지켜지도록 하고 소비자도 향후 중장기적인 주택가격 및 금리 조정 가능성에 유념하면서 차입 의사결정을 내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지난 11일 경제상황점검회의를 열고 서브프라임 부실 문제, 엔케리 트레이드 청산우려, 중국 경제의 경착륙 가능성 등으로 당분간 불안한 양상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국내외 금융·외환시장에 대한 일일점검과 조기경보시스템(EWS) 등을 통해 국제금융시장의 불안요인이 국내로 파급되지 않도록 노력하기로 했다.


※ 담보인정비율(LTV)= 주택담보가치 대비 최대 대출가능 비율. LTV가 60%라면 시가 3억원짜리 아파트를 담보로 최대 1억8000만원까지만 대출을 받을 수 있다.

※ 총부채상환비율(DTI)= 대출자의 소득에 따라 대출한도를 제한하는 비율. DTI가 40%라면 연간 총소득이 1억원인 대출자는 대출금의 연간 원리금 상환액(기존 대출도 포함)인 4000만원까지만 대출을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