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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숙 교사 “답안지 제출 거부 후회 없어요”


BY 등불 2008-03-10

서울 대영중 이민숙 교사(40)는 지난 6일 전국적으로 일제히 치러진 중1 진단평가의 답안지를 제출하지 않았다.

 

그는 “입학하자마자 아이들에게 줄 세워진 석차 성적표를 나눠주고 싶지 않았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이씨처럼 시험 당일 답안지를 내지 않은 교사는 서울에서만 20여명이나 된다.

 

서울시교육청은 교장 지시에 불응하고 교사 의무를 어겼다는 이유로 징계를 논의할 태세다.

 

그러나 교사들은 소신있고 당당한 표정이다. 이 교사는 “한창 친구나 교사와 친해져야 할 시기에 컴퓨터용 OMR 답안지 작성법을 배우는 아이들을 보며 마음이 아팠다. 직접 채점해 취약한 부분을 알려줄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학생들의 동의를 구했나.

“3교시 사회과목 시험 감독에 들어갔던 교실에서 ‘선생님은 너희들에게 일렬로 줄 세워진 성적표를 나눠주고 싶지 않다. 사회과목에 한해서만 선생님이 직접 채점해 주겠다. 석차를 알고 싶은 학생은 제출하라’고 말했다. 전체 학생 34명 중 31명이 내지 않았다. 3명은 석차 결과를 받고 싶다고 해서 학교에 제출했다.”

-어떻게 성적표를 내지 않을 생각을 했나.

“중학교에 갓 입학한 아이들은 달라진 환경에 적응하느라 긴장하게 마련이다. 그런 때에 OMR 카드 작성법 등 시험 보는 방법을 알려주면서 교사로서 마음이 아팠다. 시험 보기 전 아이들에게 느낌을 쪽지에 적어 내라고 했다. 왜 이런 시험을 봐야 하는지 등 구구절절했고 아이들의 스트레스가 생각했던 것보다 컸다. 나도 만난 지 2~3일밖에 안된 아이들의 글을 읽고 함께 버텨야겠다고 결심했다.”

-시험 자체에 반대하는 것인가.

“진단평가 자체에 반대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처럼 일제히 전국적으로 치러지는 시험은 결코 교육적이지 않다. 용어만 교육적이지 과거 부작용이 심했던 일제고사와 다름없다. 평가는 교사가 자율적으로 다양한 방식으로 해야 한다는 게 제 소신이다. 학교에 적응도 하기 전에 등수가 적힌 성적표를 받고 느낄 좌절을 아이들이 어떻게 감당할 수 있겠는가.”

-제출하지 않은 답안지는 어떻게 처리할 생각인가.

“직접 채점해 10일 자체 평가점수를 나눠줄 것이다. 틀린 부분과 취약한 부분에 대해 직접 설명해주고 제가 한 행동에 대해서는 학부모들께 편지를 보내 이해를 구할 생각이다.”

-징계를 받을 수도 있는 상황인데.

 

“중간·기말 고사와 같은 정기고사 성적표를 제출하지 않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문제 없다고 보지만 징계를 받게 되면 일단 참담한 심정일 것 같다. 하지만 소신대로 했기 때문에 후회는 없다. 아이들을 위한 길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