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쓴소리 감사합니다.


BY 굿바이 2008-03-15

정말로 다시 결혼 전으로 돌아가고 싶었습니다.

그리 나이도 아주 많지 않은지라

결혼 전에 결혼을 아주 가볍게 생각했구(제가 잘못한 부분이지요)

주위 어른들이 너무 밀어부치시고 저희 집이 너무 강요하고

상견례 이후에는 울며불며 몇 일 밤을 새웠고 

부모님한테 맞고 욕 듣고 그러니깐 결혼식 날짜가 다가오더군요.

남편을 처음 만나고 저희 집에서 저희의 만남에 관심을 갖은 후부터

저희 집은 '너 그 남자랑 결혼해. 아니면 나가."그런 식이었습니다.

그러니깐 남편의 좋은 모습도 잘 못 보게 되구...

워낙 무서운 아버지가 너 그 사람이랑 결혼해. 난 이미 결정했어..

그런식으로 말씀하시니 저한테는 거의 결정권이 없었습니다.

상견례 이후에 아버지가 워낙 욱~하는 성질인 탓에 화가 나면 좀 위험한 물건을 집어 던지셨는데..

그게 무서워서 더 말도 못하구...

너무 내성적이고 저희 집이 너무 억압적이라서 어렸을 때부터 제대로 의사표현 못하고 자라왔습니다.

그리고 이미 남들한테 알려진 결혼... 부모님 얼굴 봐서라도 해야하지 않을까 라는 심정도 있었구요..

결혼을 했구 나 자신도 포기할 줄 알았는데... 그게 잘 되지 않았습니다.

너무 너무 괴로워서 술로 몇 일 밤을 새우다가

내가 왜 그랬을까...내 인생인데...

한번 밖에 없는 결혼이었는데 왜 그렇게 수동적으로 이끌어갔을까...

항상 후회하면서  1년 이란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 1년 동안 정신과 치료도 받고 약도 먹고 그랬지만

여전히 꿈에서는 강요적이고 무서운 부모님의 모습, 내가 싫어했던 남편의 부분이

꿈에서 까지 나오고...

눈을 뜨면 그 생각이 잠을 잘 때까지 계속되었구...

결혼 전에 없었던 불면증까지 생가면서 몇 일 밤을 꼬박꼬박 새웠습니다.

결혼을 가볍게 생각하고

부모님께서 너무 강요하시니깐 막판에는 부모님께 반항하는 심정으로 결혼을 했습니다.

그냥 바로 이혼하고 그래야지 라는 아주 바보같은 생각으로요...

막상 결혼을 하니깐 현실이 보이더군요. 

어느 수험생이 시험 전날까지 스트레스에 휩싸여 미치다가

막상 시험이 끝나니깐 정신이 번쩍드는 듯한 기분이었습니다.

아~ 이혼하면 여자가 손해이구나... 왜 그걸 모르고 끌려다녔을까...

왜 내 인생이었는데 왜 그랬을까...

그러니깐 부모님이 너무 원망스러웠습니다. 왜 내 이야기를 들어주시지 않으신걸까..

그 분들은 나름대로 좋은 시댁에, 좋은 사람한테 보내고 싶어서 그런 것인데...

내 자신의 결혼을 내 자신이 주체적으로 결정하지 못했다는 후회감과

30 안쪽의 나이에 대한 아쉬움 그리고 나도 나 좋아하는 사람과 결혼하고 싶었다는 아쉬움...

남의 결혼식에 가면 행복해하는 신혼부부의 모습을 볼 때마다 느껴지는 상대적 박탈감

사랑 사랑 노래를 부르고 나도 남들처럼 사랑을 갈구하고 그것을 찾고 싶은 열정이 있는데 그것을 몰라주시고 강압하셨던 부모님에 대한 원망으로 하루 하루를 제대로 결혼에 정착하지 못했습니다.

이러한 생각으로 사니깐 제 자신한테 주어진 감사와 행복을 제대로 보지 못하더군요.

참 좋으신 시댁 어른들... 자상하고 능력있지만 나한테 구박받는 남편...

누군가한테는 제가 가지고 있는 요소가 부러워할 부분인데... 그런데 제대로 못 보게 되더군요.

그냥 항상 누군가에게 나 어떻게 살아야 하냐구 물어보고 싶었습니다.

물어보고 또 물어보고 싶었습니다. 여러가지 이야기를 써서 많은 답변을 얻고 싶었습니다.   

이왕 엎지려진 물.... 다시 담을 수 없냐구 물어보고 싶었습니다.

예전에 취업 시험에 떨어져보기도 했구... 회사에서 권고 퇴직 압력을 받기도 했습니다.

취업 시험에 떨어지면 다시 준비하면 되었구 회사에서 나오면 다시 일자리를 구하면 되었지만...

한번 한 결혼을 다시 주어담기는 정말 어렵더라구요.

명세빈의 이혼 기사를 읽고 정말 컴퓨터 앞에서 울부짓듯이 울었습니다.

제 상황과 너무 비슷해서요...

결혼 전에 이게 아니다 라고 생각했지만 여러 사람들의 이목 때문에 잘 살아보자고 결혼을 감행했구 결국 성격이 않 맞아서 이혼하게 되었다라는 기사에...

내 이야기 같아서 나도 그래서 정말 울부짓었습니다. 아 성격차 이혼이라는 것 정말 나한테 일어날 수도 있겟구나.. 나도 잘못하면 저렇게 될 수 있겠구나...

명세빈은 연예인이니깐 괜찮겠지만... 나는 완전히 쪽밥차겠구나...

너무 무서웠습니다.

결혼을 해보니깐 결혼이라는 것이 너무 너무 어려웠습니다.

단순히 능력없고 별 볼일 없는 여자가 결혼해서 안정을 찾아야지 라는 단순한 생각으로 해서는 않될 일이라는 걸요.

과정도 힘들게 왔지만

결혼 생활 자체도 힘이 들었습니다.

남들이 깨소금 볶듯 하다는 신혼을 너무 괴롭게 보냈습니다.

특히 스킨쉽이나 잠자리도 좋아하지 않았구 그게 정말 힘들었습니다. 그러니깐 막 우울증이 생기게 되구 홧병 치료도 받구...  몇 번이나 자살을 생각하기도 했구...

그러나 남편이 좋은 사람이구 가정적이고 이해심이 많은 사람이라서 이해해 주었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마음이 남편한테 가지 않아서 그런지 스킨쉽이나 잠자리는 피하게 되더군요.

그래도 한 가지 다행스러운 것은 남편의 성품입니다.

부모님께서 강요(?)으로 추천해주실 만큼 남편 성품이나 시댁 분위기 그런 것은 좋습니다.

남편 직장이 어떤지 살펴보시구, 남편의 어렸을 때 부터 어떻게 자라왔는지 살펴보시고, 시댁 환경(시부모님 성품, 시동생 성격, 있는 재산)이 어떠했는지 주위 사람들한테 물어보니까 하나같이 그 집에 딸이 시집가면 잘 산다구... 그 집 사람들이 얼마나 사랑이 많은 집인데 라는 식으로 추천 추천 하니깐 엄마는 엄마 나름대로 욕심도 생기구 조급해지고 그랬나봅니다.

제가 보기에도 좋은 혼처이었던 것 같습니다. 결혼 후 1년 그걸 점점 깨닫고 있네요.

그냥 이상한 사람 만나서 신세 망치는 것 보다 다행이지요.  

저희 부모님은 지금에서야 너를 조금 더 이해시켜 결혼을 시켜야 했는데 맘이 너무 조급해서 더 윽박지르게 되구 소리지르게 되었다구... 그게 너한테 얼마나 상처가 되었겠냐구 하시네요.

전 얼마 않 있으면 아기 엄마가 됩니다. 남편을 아기 아빠로 처음 만난 것 처럼 다시 시작하고 싶습니다. 남편이 워낙 성실하고 자상한 편이라 좋은 아기 아빠가 될 거예요.

신혼 후 1년 전의 기억은  나중에 그랬는데... 하는  과거의 추억이 되겠죠.

제게 조언해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쓴 소리 감사합니다.

제가 결혼 전에 이런 사이트가 있다는 것을 알고 제 결혼을 상담했으면 좋았을 텐데... 라는 아쉬움이 있네요. 그럼 이런 방황도 좀 줄어들었을텐데...

그냥 결혼에 대해서 잘 모르고 제대로 감당하지 못하는 어린 동생의 하소연이라고 생각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