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운동 삼아 길을 걷는데 문득 나무 끝에 동글동글 새싹이 돋은 것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어제는 동네 담벼락에 개나리가 핀 모습도 보았고요.
춥다고 옷을 여밀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봄이 왔군요.
이제 다음 주면 식목일도 다가오고 세월 참 빠릅니다.^^
사실 식목일에 관해 남다른 추억이 있거든요. 4월 5일은 남들 다 아는 식목일이기도 하지만 우리 딸 아이의 생일이기도 합니다.
산달이 됐을 때쯤 친정인 의성에서 몸 풀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예정했던 날 보다 3일 일찍 출산을 해서, 병원 근처에도 못 가보고 집에서 우리 정현이를 낳았답니다. 결혼 5년 만에 임신한 것이라 순산할 것을 상상도 못했었는데 감사할 따름이었죠. 그리고 바로 그날 아이 아빠는 묘목상에서 사과나무를 사다 친정 과수원에 심었습니다. 정현이를 씻은 물을 모아 뿌려주고 아이만을 위한 나무를 심어준 것이죠.
지금은 우리 두 내외는 친정부모님이 돌아가신 후 의성으로 귀농을 해서 사과 농장을 하고 있답니다. 하나 밖에 없는 우리 딸아이는 미국으로 유학을 갔답니다. 벌써 10년이 넘었어요.
처음에 여행으로 보냈던 미국 고모네였는데 유학이 된 것이죠. 아무튼 정현이도 정현이 나무도 잘 자라주었습니다. 다행이 정현이 나무도 잘 성숙해서 매년 맛있는 사과 열매를 맺는답니다. 이건 팔지 않고 저희 가족들만 먹어요.^^
그런데 며칠 전 집으로 택배가 왔습니다. 우리 사과즙 만한 것이 두상자가 왔는데 , ‘화애락’ 이라는…... 영문을 몰라 그대로 놔뒀는데 며칠 후 딸애가 전화를 해서 택배 잘 받았냐고 하더군요. 알고 봤더니 딸애가 아르바이트해서 모은 돈으로 샀다는 거예요. 엄마 아빠 이제 봄부터 사과나무 키우느라 고생하실 텐데 먹고 힘내라면서요. 홍삼이 여러모로 좋은데 특히 갱년기 여성에게는 화애락이 좋고 중년 남성에게는
아이가 크는 것을 잘 못 봐서 마냥 어린애인줄만 알았는데 부모 생각할 줄도 알고… 너무 고마워서 눈물이 나더라고요.
이번 식목일 아니 정현이 생일 또한 특별한 날이 될 것 같습니다.
딸이 사준 화애락먹고 열심히 사과농사 지어야죠^^ 오늘은 사과 밭에 좀 나가서 냉이를 좀 캐서 먹어야겠어요. 바람도 좋고 기분도 좋고.. 딸애도 보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