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일년 중에 '가장 무서운 그날' , 스승의 날이 왔네요.
저는 올해 14년차 고등학교 교사입니다. 이 무렵되면 참 덜되먹은 사회 일각의 교사들, 그리고 그 와중에 감동적인 '스승'들.. 등등 여기저기 매스컴에서 많이 언급되고 소개됩니다.
오늘도 아침에 무슨 라디오 프로인가에서 스승의 날을 맞아 백화점 상품권이 불티나게 나갔다고 하네요.(것두 50만원 권은 없어서 못팔았다는..). 그런 이야기 들으면 참 화가 나요. 제 주변의 선생님들은 그렇지 않은데... 도대체 누가 아직도 저런걸 받고 있는지 나두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구요.
뭐, 일부의 이야기가 부풀려 지고 있다는 그런 이야기가 하구 싶은건 아닙니다. 제 친구의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의 선생님들 중에서도 분명히 여전히 촌지며 선물을 기대하고 은근히 요구하는 선생님들이 많은거 들어서 알구 있으니까요..
제가 스승의 날을 무서워하는 이유는요...
학교의 왁자한 분위기 속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저의 초라함때문이예요.
요새 많은 학교들이 스승의 날에 휴업을 한다고 하더군요. 저희 학교는 수업을 언제나 정상대로 하거든요. 그런데요...
아이들이 들락 날락하고.. 좋아하는 선생님들한테 편지며 꽃이며, 거기다 왁자한 노래며를 부를때..
저처럼 별 인기(?)없는 선생님은 참 민망하고 괴롭더라구요. 전 참 열심히 가르치거든요. 글구 언제나 공부하고요. 제가 담당한 교과에 한해서는 절대로 누구보다도 전문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사실 그래요. 그게 다가 아니지요. 잘 가르치는 건, 많이 아는 것과 별개니까요. 재미있게, 그리고 카리스마있게 가르치는게 무엇보다 중요하지요. 타고난 교수 기술이 있는건 아니어서 그 부분도 참 열심히 노력해요. 저 스스로 생각하기에 '인기'는 없어도 '고맙습니다'라는 이야기를 들을 자격은 된다고 느끼는데...
학창 시절 다 경험하셨죠? 주로 젊은 남자 선생님, 글구 아이들과 어울려 즐겁게 놀아주기도 하는 선생님들은 아이들에게 인기가 많잖아요.
저처럼 적절히 나이가 들어서, 아이들과 공감대는 점점 멀어지는... 그런 교사는 정말 힘든 하루랍니다.
그러면 저도 아이들과 잘 어울려야 할까요? 학교에는 아이들 편에서 함께 고민하고, 아이들의 편을 들어주며 즐겁게 어울려주는 교사도 필요하지만, 원칙의 중요함을 일깨워주고, 순간의 재미보다는 당장은 쓰고 싫지만 바람직한 태도가 무엇인지 강조하는 조금은 고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교사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러한 교사들이 모두 존재할때 아이들도 제대로 균형있게 배울 수 있는게 아닐까요? 그런데 이런 날, 후자에 속하는 다수의 주로 나이든(?) 선생님들은 참 외롭고 쓸쓸하답니다.
그냥 어디다 이야기 하기에도 민망한 속내를 여기에 써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