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바버라 오클리 교수 '나쁜 유전자' 출간
"최고의 자리에 오르는 데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정수(精髓)가 되는 거고 다른 하나는 쓰레기가 되는 것이다."(30쪽)
바버라 오클리 미국 오클랜드대 공학부 교수는 최근 출간된 '나쁜 유전자'(살림 펴냄)를 통해 후자의 세계, 다시 말해 "왜 사악한 사람들이 성공하는가"에 대해 천착한다. 그 세계는 '리어왕'의 이아고와 '배트맨'의 조커가 승리하는 세상이다.
문제는 이 같은 '악의 승리'가 단순히 영화나 히틀러 등 역사 속 인물에만 국한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사악한 사람들의 성공은 회사, 학교 등 우리를 둘러싼 곳곳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사악한 사람들이 성공할까.
저자는 그들이 진짜 의도와 야망을 감추고 힘 있는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탁월한 능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사악한 사람들의 승리방정식은 속임수와 거짓말, 그리고 사람의 마음을 조작대상으로 간주하는 냉혹함이다. 저자는 그 전형적인 예로 발칸반도 인종청소의 장본인인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전 세르비아 대통령을 든다.
밀로셰비치는 대통령이 되기 전 야망을 감춘 채 좌파에는 충실한 볼셰비키로, 서방 외교관들에게는 합리적인 젊은 경영자인 척 가장했다. 오랜 이중생활을 통해 양측의 마음을 훔치는 데 성공한 그는 결국 대통령의 지위까지 올랐고 이후 '사악한' 본성을 드러냈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저자는 이밖에 히틀러, 마오쩌둥, 엔론 자금관리 책임자 앤디 패스토, 미국 호텔재벌 힐튼가 사람들 등을 통해 성공한 사람들의 '사악성'을 분석한다. 사실 이 책의 특이한 점은 성공한 사람들의 사악성을 조명하는 방식에 있다.
마키아벨리즘을 토대로 사악한 사람들의 성공법을 분석했다는 점에서 로버트 그린('유혹의 기술' 저자)과 유사한 듯 보이지만 유전학과 신경학 등 자연 과학을 그 분석의 틀로 삼았다는 데 저자의 독특함이 묻어난다.
저자는 분열성 인격 장애인과 사이코패스에게 보이는 '감정이입 결여 증세'는 전두엽과 두정엽의 전대상피질 등 뇌의 여러 부분과 관련이 있다고 주장한다. 또 신경조직인 백질은 거짓말하고 싶은 욕망과 관련이 있는데, 미국 연구진의 한 연구결과 병적인 거짓말쟁이들은 뇌에 있는 백질의 양이 정상인보다 25% 많다고 말한다.
저자는 "환경적인 조건이 유전자 조합을 뛰어넘는 일도 있지만 환경의 영향을 무시하는 '지배적인' 유전자를 가진 사람들도 있다"고 주장한다.
한편 이 책의 부제는 '로마가 쇠망하고 히틀러가 출세하고 엔론이 파산하고, 딸이 엄마의 남자친구를 가로채는 이유'다.
이종삼 옮김. 560쪽. 2만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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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악한 사람들의 승리방정식은 속임수와 거짓말, 그리고 사람의 마음을 조작대상으로 간주하는 냉혹함이다. --> 우리 나라에도 이런 사람이 나라를 말아 먹고 있지요.